▲ 홈플러스노조

홈플러스노조(위원장 김기완)가 범삼성가로 분류되는 홈플러스와 첫 단체협약에 잠정합의했다. 노사는 그간 논란이 된 0.5시간(30분 단위) 계약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1999년 삼성물산 유통사업부와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가 5대 5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다. 이른바 ‘삼성식 노사문화’가 그대로 이식됐다. 지난해 3월 노조가 설립됐을 당시만 해도 노동계 안팎에서는 노조활동을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홈플러스노조는 이 같은 우려를 기우로 만들었다. 노사가 잠정합의한 단체협약에는 논란이 됐던 0.5시간 계약제 폐지와 실질적인 노조활동 보장까지 담겨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9일 오전 김기완(38·사진) 위원장과 전화인터뷰를 통해 교섭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 노조가 전면파업을 예고한 9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됐는데.

“홈플러스노조가 설립 10개월 만에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 용기 있는 행동에 나선 조합원들이 단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달 24일 처음 단체행동에 나서면서 리본과 등벽보를 붙이던 순간이 생각난다. 1천500여명의 조합원들도, 위원장인 나도 두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설레었다. 감동이었다.”

- 조합원들이 쟁의행위 과정에서 끝까지 이탈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가 있나.

“조합원들은 대부분 14년 가까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서럽게 지낸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작은 것이지만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조합원들이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 지난해 9월부터 교섭했다. 교섭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홈플러스 설립 14년 만에 노조가 설립됐다. 회사는 노조를 대화상대로 존중하지 않았다. 말로는 존중하고 상호 신뢰하자고 얘기했지만 말뿐이었다. 노사가 함께 문제를 풀어 가는 동등한 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이 어려웠다.”

- 잠정합의안은 만족하나. 미진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처음으로 맺은 단체협약이다. 신생노조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교섭내용만 보면 다소 아쉽고,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0.5시간 계약제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는데, 시기나 절차를 구체화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그럼에도 0.5시간 계약제를 폐지하기로 합의한 자체는 분명한 성과다. 감정수당·시급 동률적용·근속수당 등 임금과 관련한 조항을 잘 준비해서 임금협상에서 다룰 예정이다.”

- 0.5시간 계약제 폐지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

“당장 3월부터 계산직에게 시행되던 10분 단위 계약제가 폐지된다. 회사도 비상식적이라고 인정했던 부분이다. 7.5시간 근무했던 노동자들은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8시간 근무를 하게 된다.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고,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전임자 보장·노조사무실 지원 등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이 눈에 띈다.

“빠른 시일 안에 조합원들과 잠정합의안을 공유할 것이다. 조합원 총투표를 통과하면 회사와 조인식을 개최한다. 안정적이고 왕성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전국에 있는 매장 직원들이 속속 노조 가입의사를 밝히고 있다. 전국 매장을 돌면서 조직확대에 나설 것이다.”

- 비조합원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먼저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이 소중한 성과를 만들었다. 노동자의 권리를 찾고, 누릴 수 있도록 더 이상 노조가입을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았으면 한다. 노조에 힘을 모아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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