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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항쟁과 2014년 노동정국
1894년 1월, 군수 조병갑의 갈취와 강제노역에 신음하던 농민들이 떨쳐 일어섰다. 갑오농민항쟁의 서막이다. 고부 관아를 쳐들어 간 농민군 1천여명은 파죽지세로 북상했다. 농민군은 황토현·황룡 전투에서 승리한 여세를 몰아 그 해 4월27일에는 전주성에 입성했다. 농민군을 이끈 녹두장군 전봉준은 격문에서 “안으로는 탐학한 관리의 머리를 베고, 밖으로는 횡포한 강적의 무리를 쫓아 내몰고자 함이라”고 봉기의 이유를 밝혔다.

농민군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기치아래 위기에 처한 나라와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봉건왕조와 외세가 아니라 민중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농민군과 관군은 전주성에서 화약을 체결하고, 최초의 민관 합동 자치기구인 집강소 설치에 합의했다. 집강소는 농민군이 내건 폐정개혁안을 수용하고, 이를 실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탐관오리 척결, 봉건적 신분제도·관습 철폐, 친일파 응징, 조혼과 인신매매 금지, 새로운 관리 임용제도 실시 등이 핵심 내용이었다.

농민군이 호남일대를 장악하자 조선왕조는 외세를 끌어 들였다. 청나라 군이 조선에 오자 일본군이 뒤따라 왔고, 그 해 6월 한반도는 삽시간에 양국의 전쟁터로 돌변했다. 일본이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친일 성향의 김홍집 내각이 들어섰다. 김홍집 내각은 농민항쟁과 청일전쟁을 수습한다는 명분아래 ‘갑오경장’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단발령·과거제도 폐지 등의 개혁안이 담겼지만 일본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겉으론 조선은 청으로부터 독립한 국가임을 선언했으나 실질적으론 조선에 대한 일본의 내정간섭 길을 열었다. 이후 일본과 친일파 내각은 농민군 진압에도 공조했다. 집강소 설치 후 해산했던 전봉준과 농민군은 항일전선 구축을 촉구하며 재봉기했으나 신무기를 앞세운 일본군과 관군에 역부족이었다. 전국에 울려퍼졌던 농민군의 함성은 11월 우금치에서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됐다. 비록 농민군은 패배했지만 폐정개혁안 12조라는 목표와 실천기구인 집강소를 통해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동학농민항쟁은 민중들이 아래로부터 봉건왕조체제를 극복하려는 자주적인 시도로서 평가되고 있다.

2갑자를 맞은 2014년, 박근혜 정부는 2년 차에 접어들었다. 국가정보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사건은 속 시원하게 규명되지 못 했고,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하반기에 나아지긴 했으나 2.9%에 그칠 정도로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팍팍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 대로 반등한다고 하지만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우리 경제의 암 덩어리인 양극화는 치유되지 못한 채 악화되고 있고, 빈부격차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탓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복지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 게다가 대치국면의 긴장감이 팽배한 남북관계, 미국의 중국 견제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으로 동아시아는 지난해 살얼음판이나 다름 아니었다. 정치·외교적으로 보나 경제적으로 보나 그야말로 안녕하지 못한 한 해였다. 이런 밀린 숙제들이 올해로 그대로 넘어왔다.

노동문제로 국한됐을 때도 이와 다르지 않다. 뜨거운 감자였던 통상임금 문제는 대법원 판결로 일단락됐기보다 혼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전은 올해 임금·단체협약 갱신협상으로 옮겨갈 공산이 높아졌다. 이 문제는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여부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임·단협은 노사 간 충돌을 불러올 소지가 많다는 얘기다.

여기에 철도파업 과정에서 정부가 민주노총에 난입하면서 노정관계는 악화될대로 악화됐다. 한국노총은 노사정위를 포함한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기업단위 노사가 통상임금을 두고 충돌할 여지가 많은 상황에서 노정관계마저 꼬여 있는 상태라 분쟁해결시스템이 마비된 것이다. 고용률 70%든 일자리 창출이든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뒷받침하는 것은 어렵게 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6월에는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의 중간평가에 해당된다. 여야는 지방선거에 쏠릴 수밖에 없고, 노동이슈가 부각될지는 미지수다. 지방선거 이전에 노동 관련 제도개선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어디를 보더라도 지난해보다 올해가 나아질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갈등과 분쟁의 뇌관이 즐비하다.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지난해의 연장선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불통과 공안몰이라는 종전의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다. 되레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노동계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120년 전 동학농민항쟁의 교훈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자 했던 농민군의 기상을 되새겨 볼 때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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