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민주노총이 침탈됐다고 난리다. 지난 22일 민주노총에 공권력이 투입됐다. 불법파업이라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간부 10명을 체포하기 위해 약 6천명의 경찰병력이 민주노총을 강제 수색했다. 대한민국의 권력은 적법한 공권력의 투입이었다고 말한다. 과거 파업 중인 사업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과 뭐가 다르냐고 권력을 비난한다. 혹은 과거 공권력 투입과 다르지 않다고 권력은 변명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한 파업사업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단순히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간부를 체포하겠다는 것만으로는 아니었다. 불법파업으로 업무방해죄를 저지르고 있는 현행범 조합원들의 범죄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민주노총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그와 다르다. 오로지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간부들을 체포하기 위해 철도노조가 속한 총연합단체 민주노총에 공권력을 투입해서 공권력 투입에 저항하는 민주노총을 진압한 거였다. 민주노총이 무슨 불법파업사업장이기 때문에 경향신문사가 소유한 정동의 건물에 진입한 것은 아니었다. 불법파업에 대한 대한민국의 공권력 투입의 역사에서는 이례적인 날이었다. 이렇게 이례적인 올해 12월22일은 대한민국이 민주노총을 침탈한 날로 기록됐다.

2.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들이 가입한 노동조합의 총연합단체 중 조직력과 활동력에서 가장 큰 힘을 갖춘 민주노총이다. 무슨 반국가범죄단체 혐의로 민주노총 위원장 등 임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산하 철도노조 간부들을 체포하기 위해 수색하겠다고 대한민국은 수천명의 경찰을 동원해서 민주노총에 진입했다. 법집행을 빙자해서 민주노총에 공권력을 투입한 것이다. 사실 체포영장 발부조차 이상했다. 철도시설을 점거해서 하는 것도 폭력 파괴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평화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 파업에 대해서 검찰은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판사는 발부했다. 그런데 만약 민영화 저지여서 불법파업이라고 업무방해죄가 된다고 이렇게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집행했던 거라면 지난 22일은 민주노총이 법집행을 방해한 날이 아니라 권력이 민주노총의 업무를 방해한 날이고 권력이 법집행을 남용한 날이다. 대한민국에서 평화적인 파업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행해져서 사용자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가 아니라면 불법파업이라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11.3.17 선고 2007도482 판결). 철도노조 파업사건에서 2011년 선고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3. 법원은 오직 판사들이 말한다. 판사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헌법 103조) 구체적 사건에서 법을 말한다. 이번 철도노조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도 판사가 했다. 그런데 정말 이번 철도파업이 죄가 되는지, 죄가 돼도 영장을 발부해서 체포해야만 하는지 그는 법대로 판단을 한 건지 의문이다. 불법파업이라고 정부가 호들갑 떨고 무슨 흉악범이거나 국민경제를 파탄 내는 반국가경제사범이라도 되는 양 담화문에 기자회견에 뉴스마다 대대적으로 선전해 대니 판사도 심각해져서 영장을 발부한 것이라고 나는 자꾸 대한민국 영장담당 판사를 의심한다. 과연 철도노동자의 파업도 비록 불법파업이라 판단되더라도 헌법 제33조의 단체행동권 등 노동기본권 보장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업무방해죄가 되지 않고 형사처벌되지 않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두고 그는 검사의 체포영장 청구를 의심해 봤을까.

이번 사태를 보면 검찰은 불법파업·업무방해죄·범죄 등 파업에 대한 형사면책에 관한 검토가 없었다. 언론보도를 읽어보면 단지 불법파업으로 낙인찍고서 불법파업이니 처벌해야 한다고 엄단하겠다고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지휘했다고 보인다. 법원이 법관, 즉 판사의 일이라면 검찰은 검사의 일이다. 비록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니 뭐니 지휘를 받지만 검사는 독립돼서 수사하고 기소하는 등으로 형사법을 집행한다. 그러니 검찰 위의 권력의 말이라도 수사·기소 등 자신의 권한 행사에 있어서는 그 말이 법대로인지 검사는 의심해야 한다. 이번 철도파업과 민주노총 공권력 투입에서 검사는 법으로 의심하고 법대로 스스로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수사하고 기소한 것일까. 이번 철도파업에서 검찰은 너무도 뻔한 행동을 해 왔다. 불법파업에 관해 주동자 노조간부에게 체포영장 청구하고 수배하고 체포해서 수사해 기소하고 불법파업 사업장에 공권력 투입을 지휘해 왔던 지난 수십 년 대한민국 ‘공안’검찰의 법집행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에는 민주노총이 파업사업장도 아니고 민주노총 위원장 등 간부를 체포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 위한 것도 아닌데도 대규모 경찰병력을 투입해서 민주노총을 압수수색했다. 어디서도 검사가 이번 사태에서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그 영장 집행을 위한 공권력 투입을 지휘하면서 변경된 대법원 판례를 두고 법적으로 고민했다는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검찰의 지휘에 따라 했을 민주노총에 대한 경찰의 병력 투입에 있어서 경찰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법집행에 대한 어떤 의심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침탈을 두고 경찰청 관계자는 "철도노조의 파업은 엄연한 불법파업인 만큼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그곳이 명동성당과 같은 곳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경찰이다. 불법파업이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서라면 명동성당도 아닌 민주노총 정도는 얼마든지 경찰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 것이라고 어떠한 법적 의문도 없다.

지난 22일 민주노총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대한민국에서 노동자 파업에 대한 권력의 법집행이다. 비단 철도노동자 파업이라서 이런 법집행을 한 것이 아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집행하는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법의 이름으로 아무런 의심 없이 한 행위였다. 법원·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은 수십 년 그래 왔던 것처럼 뻔하게 형사소송법에 따라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불법파업이라고 낙인찍은 노동자 파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문 없이 업무방해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집행해 왔다. 침탈의 날은 대한민국의 권력이 법이 보장한대로 독립해서 스스로 의심하고서 행사하지 않고 의문 없이 권력의 말에 복종해서 행사한 권력의 날이었다. 여기까지만 나는 법대로 뻔한 말로 대한민국 권력의 법집행을 비판하겠다. 이제 나도 굳이 법대로 하는 비판에서 벗어나서 말해 보자.

4.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이 나라에서는 뻔뻔하게 행해진다는 것일까. 파업이면 툭하면 불법이 된다. 범죄가 된다. 솔직히 말해 보자. 파업에 불법이 어디 있나. 불법을 만드는 법이 있는 거지. 파업, 그저 노동자가 일하지 않는 거다. 그건 죄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다. 법이 범죄고 불법이라고 하고 있을 뿐이다. 이 세상을 생산하는 기업의 일을 망친다고 그런 모양이다. 노동자가 사용자를 위해 일하지 않는 게 범죄면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일을 시키지 않는 것도 범죄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세상은 오래전에 끝장났다. 파업은 더 이상 범죄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에서는 일하지 않는 파업이 여전히 범죄가 된다. 파업을 범죄로 만드는 업무방해죄가 있고 노조법이 있다. 헌법이 노동기본권으로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는데도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이런 법이 있다. 일하지 않는 게 범죄라니 국가가 처벌로 노동자를 일하도록 관리해 주는 법이다. 노동자가 일하지 않는 것이 어째서 불법이고 범죄냐. 일하지 않으면 사용자는 임금 안 준다. 임금도 못 받는 파업이 불법이라니 이건 일했으면 기업이 벌었을 수입을 노동자가 배상하라는 법이다. 이 세상 법은 어째서 노동자에겐 이렇게 뻔뻔하고 후안무치일까. 노동자가 일한다고 임금 말고 기업수입을 사용자가 독차지하지 않고 사용자가 투자한 돈의 이자 말고 나머진 노동자 거라거나, 하다못해 사용자는 노동자와 나눠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더란 말이냐. 그러니 대한민국에선 법원은 아무렇지 않게 파업을 법대로 범죄라고 불법이라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바쁘다. 몇십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파업이 불법이라고 노동조합과 노동자에게 하고 있다. 과거 철도파업에 약 70억원의 배상 판결을 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지금 민주노총 침탈에 대한 분노는 권력의 법집행이 남용이라고 법대로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고,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파업 등 노동기본권 행사를 공권력이 법과 판결로 침탈하는 데 대한 분노는 아니다. 사실 침탈은 이미 대한민국에서는 파업을 불법과 범죄로 법률에 규정한 순간부터 시작됐다. 그러니 대한민국 노동자에게 침탈의 날은 단순히 민주노총 사무실을 침탈한 2013년 12월22일 만이 아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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