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충격과 분노.” “민주노총을 넘어 1천만 노동자에 대한 전쟁 선포.” “공포정치의 부활.”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겠다며 지난 22일 민주노총에 강제진입하자 금융노조가 성명을 통해 쏟아낸 표현들이다. 한국노총 산하 조직에서 나온 첫 반응이었다. 다음날 오후 한국노총은 긴급 회원조합대표자회의를 열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비롯한 75개의 노사정 대화기구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28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결합하겠다는 결의도 있었다. 금융노조의 성명이 한국노총의 이례적으로 빠른 반응과 강경한 대응으로 이어진 셈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공동행보를 취한 것은 2009년 10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에 맞선 이후 4년 만이다. <매일노동뉴스>가 24일 오후 양대 노총 공조의 마중물 역할을 한 김문호(52·사진) 금융노조 위원장을 서울 중구 노조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최근 치러진 노조 임원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김문호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노동탄압에 골몰하고 있다”며 “노동계가 경각심을 갖고 일치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총 강제진입 사태로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이 빨리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경찰이 민주노총에 강제진입한 당일 성명을 냈는데.

“정권이 민주노총 사무실을 폭력적으로 침탈한 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넘어 1천800만 노동자에 대한 폭거다. 비록 조직은 다르지만 조직적 논리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대표조직인 총연맹에 대한 정권의 폭력적 침탈을 묵과할 수 없다. 강력하게 저항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했다.”

-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화 불참을 선언했다.

“긴급 회원조합대표자회의에서 거의 모든 참석자가 이번 사태를 노조와 노동자에 대한 폭거라고 규정하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단순히 구호성이 아니라 한국노총이 할 수 있는 실천적인 활동은 모두 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노사정위를 탈퇴하고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정부와의 대화를 단절하는 것, 28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산하조직이 적극 결합하는 것, 한국노총 자체 규탄집회를 검토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 박근혜 정권에서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나.

“그간 박근혜 정권은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약속 파기와 전교조 법외노조화,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 단체협약 개악 요구를 통한 공공부문 핍박,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노동탄압에 골몰했다. 민주노총 침탈은 박근혜 정권의 노동관을 적나라하고 극명하게 보여 줬다. 만행이다. 국민과 노동계로부터 불신을 받아 레임덕이 빨리 올 수도 있다. 책임 있는 당국자의 사과와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재발방지 약속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노정관계가 복원될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은 통상임금 같은 이슈에서는 노사정 대화를 강조한다.

“노동계 파업에는 법과 원칙으로 대응하라면서 통상임금 같은 의제에 대해서는 대화하라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다. 화가 날 정도다. 경각심을 갖고 노동계가 일치단결해야 한다. 전열을 정비해서 2014년을 대비해야 한다. 똘똘 뭉쳐야 한다. 금융노조는 2014년 시작과 함께 전열을 정비할 것이다. 임금·단체협상으로 돌파하겠다.”

-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경찰의 침탈로 가슴이 아플 것이다. 민주노총은 창립 이래 갖은 탄압을 슬기롭게 헤쳐 왔다. 정권의 포격을 뚫고 강고한 조직으로 커 나갈 것으로 믿는다. 금융노조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연대할 것이다. 사실 민주노총에 한국노총을 배척하는 분이 있고, 한국노총에도 민주노총을 배척하는 분이 있다. 그러나 극히 일부다. 양대 노총이 강고한 연대를 해야 한다. 강고한 연대는 1천800만 노동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희망의 등불이 돼야 한다. 양대 노총이 연대해서 폭력적 상황을 뚫고 나가는 데 중간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글=한계희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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