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서울동물원 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4일 서울동물원 맹수사에서 일하던 심아무개 사육사가 시베리아 호랑이에게 물려 목숨을 잃었다.

22일 <매일노동뉴스>가 확보한 서울동물원 내부문서에 따르면 이번 사망사고를 초래한 원인과 유사한 일이 대동물관에서 재연된 것으로 드러났다.

◇“맹수사 이어 코끼리사도 빨간불”=내부문서에 따르면 코끼리 동물원은 7년 동안 코끼리를 담당한 박아무개 사육사와 스리랑카인 사육사가 동시에 사직한 뒤 조류 사육사인 지아무개 사육사를 긴급 투입했다. 대동물관 사육사들은 사육사 사직 이후 코끼리가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끼리가 사육사가 바뀐 것을 알고 있고, 수컷인 가자바는 지시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코끼리 칸토는 성질이 사납고 발정기 때 시설물을 파손하는 매우 위험한 개체”라고 우려했다.

조류 사육사인 지 사육사와 신규 입사한 김아무개 사육사는 현재까지 대동물관 코끼리 담당 사육사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안영노 서울대공원장이 취임한 뒤 동물원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코끼리 이동시 안전장구인 보정틀이 없어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동물원 사육사들은 동물원에서 가장 다루기 힘들고 위험한 동물로 코끼리를 꼽고 있다. 한 코끼리 사육사는 “코끼리가 동물 중 최고 위험한 동물”이라며 “동물이동시 필수장비인 보정틀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결과적으로 코끼리를 사육한 경험이 전무한 사육사를 안전장비 없이 근무지에 투입한 셈이다.

◇사고위험 사전에 인지한 동물원=서울동물원이 호랑이 숲 공사로 인해 사고 발생 위험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데도 곤충 사육사인 심 사육사를 맹수사로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당초 서울동물원은 호랑이 숲 공사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어린이대공원과 광릉국립수목원에 호랑이 위탁사육을 검토했다가 이를 철회했다. 올해 1월27일 대공원장 지시사항 372호에 따르면 “호랑이 숲 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랑이 등 동물이 공사 소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와 관려해 심 사육사는 8월께 대공원장·동물원장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잦은 업무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장기근무자에 대한 공정한 인사를 해 주셨으면 한다”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사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감안해 간담회 때 나온 건의사항을 동물원이 받아들였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공공운수노조 서울대공원공무직지회 관계자는 “동물원측에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를 요구해 왔지만, 동물원은 원칙도 없는 주먹구구식 인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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