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네 가족." 지난달 24일 시베리아 호랑이에게 사육사가 물리는 사망사고가 일어난 서울대공원 서울동물원의 고용형태를 빗댄 말이다. 서울동물원에는 공공기관에서 볼 수 있는 고용형태가 총망라돼 있다. 사육사들은 △기능직 공무원(21명) △계약직 공무원(27명) △공무직(무기계약직)(23명) △위탁직(4명) 형태로 고용돼 있다. 고용형태가 제각각인 75명의 사육사들이 서울동물원 소속 전체 338종 2천698마리(2013년 7월 기준)의 동물과 곤충을 돌본다.

위탁 사육사(어린이동물원)를 제외한 사육사들은 각 동물사마다 배치돼 서로 같은 일을 한다. 동물의 성장상태와 건강을 관리하고, 사료를 주고, 축사를 청소하는 사육사의 업무는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같다.

하지만 고용형태에 따라 급여와 처우가 다르다. 계약직 사육사는 계약직 공무원 ‘마’급에 준하는 급여를 받고, 공무직은 호봉에 따라 임금을 받는다. 이들 사이의 급여는 최대 10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사육사들의 업무 만족도와 소속감이 크게 차이나는 이유다.

1984년 설립돼 올해로 29년을 맞은 서울동물원 사육사들의 노동환경을 <매일노동뉴스>가 취재했다.

◇“업무는 같은데 급여도 혜택도 절반”=공무직 사육사인 성기준(가명)씨는 지난해 기간제 사육사로 서울대공원에 입사했다. 성씨가 일하는 곤충관에는 5명의 사육사(기능직 1명·계약직 1명·공무직 3명)가 28종의 파충류·양서류·곤충류 103마리를 맡고 있다. 곤충류는 군집관리를 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사보다 담당하는 개체수가 많은 편이다.

동물이 좋아 사육사로 진로를 선택한 그는 서울시 산하기관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에 따라 지난해 공무직으로 전환됐다.

공무직 전환에 따라 정년이 만 59살까지 보장돼 고용이 안정됐다. 그런데 급여와 처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성씨는 공무직 호봉에 따라 월평균 150여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같은 일을 하는 계약직 사육사가 받는 250여만원(계약직 공무원 ‘마’급)에 한참 못 미친다.

성씨는 “돈 생각하고 사육사로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급여를 생각하면 답답하다”며 “이제 와서 계약직으로 시험봐서 입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그냥 다닌다”고 토로했다.

공무직 사육사들은 기능직과 계약직 사육사가 누리는 혜택도 받지 못한다. 공무직 사육사들은 시간외수당을 일절 못 받는다. 예산 문제로 인해 공무직 사육사에게는 시간외수당이 책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초과근로를 한 공무직 사육사들은 아예 퇴근시간을 기록하지 않고 퇴근한다.

게다가 공무직 사육사들은 서울시 행정 포털사이트에서 아이디를 만들 수 없다. 개인 컴퓨터도 지급되지 않는다. 매년 사육사들이 가는 워크숍에서도 베제된다. 예산이 책정돼 있지 않은 탓이다. 기능직·계약직 사육사들은 유니폼을 연 2회, 공무직은 연 1회 지급받는다.

공무직 사육사 김선규(가명)씨는 “기능직과 공무직 간 차별 때문에 동물원 직원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차별을 느낄 때마다 공허함이 들고 이직 생각이 나서 친한 공무직 사육사끼리 하소연을 한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대공원 직원들은 공무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인부처럼 보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4년째 운영 외주동물원, 불법파견 의혹 불거져=서울대공원 서울동물원과 어린이동물원은 출입구와 매표소가 다르다. 어린이동물원에는 위탁업체에서 근무하는 4명의 사육사가 있다.

2009년 서울시는 시범 삼아 위탁업체 ㈜애니피아에 어린이동물원에 있는 꼬마동물사와 가축사를 외주화했다. 이후 서울동물원과 서울시는 다른 동물사까지 추가로 위탁을 주는 것을 검토했다가 노조의 반발로 중단했다. 해당 업체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4년째 동물사와 가축사를 운영하고 있다. 계약기간 2015년 1월까지다.

위탁업체에서 일하는 사육사는 서울동물원에서 일하는 사육사 가운데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다.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130만원이다. 올해 10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9월 기준 362만원, 임시·일용근로자의 임금은 136만원이다. 위탁 사육사의 임금은 상용근로자의 36%에 불과하다.

동물원 사육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애니피아에 소속된 사육사들에 대해 불법파견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사육사는 파견이 가능한 직종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지시는 애니피아 소속 관리자가 해야 한다. 하지만 위탁업체를 담당한 서울동물원 A팀장이 수시로 시설물·청결관리·동물관리 등 업무지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업무지시는 위탁업체에서 일하는 반장이 따로 한다”며 “그런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시와 서울동물원은 계약이 끝나는 2015년부터 위탁업체가 운영하는 꼬마동물사와 가축사를 직접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위탁을 줬지만 계약이 끝나는 대로 직접운영하고, 사육사를 직접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고용 대상은 애니피아에 위탁 고용된 4명의 사육사 중 정년을 넘긴 사육사와 곧 이직을 앞둔 사육사를 제외한 2명이다. 이들은 2015년부터 2년 동안 기간제 근로자로 일한 후 2017년 1월부터 공무직 사육사로 전환된다.

◇재계약 때마다 불안 “근무평가 C등급 3번이면 아웃”=서울동물원에서 일하는 27명의 계약직 사육사들은 재계약을 하는 2~3년 주기로 불안한 시기를 보낸다. 계약직 공무원으로 고용돼 일하는 사육사들은 처음 2년 계약을 한 후 다시 3년 동안 근무하는 조건으로 재계약을 한다. 2년 동안 하위 등급인 C등급을 3회 이상 받으면, 재계약을 할 수 없다.

계약직으로 일하는 사육사들은 재계약 때가 오면 “살벌한 시기가 왔다”고 말한다. 공개채용이라서 평소에 근무평가를 좋게 받아야 하고, 인사권을 가진 사람 눈 밖에 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서울대공원 계약직 공무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계약직 공무원들은 서울동물원을 평생직장이 아닌 언제든 내쫓길 수 있는 차가운 곳으로 인식한다”며 “관리자의 실적위주 지시에 불응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동물원에서 근무하는 계약직 공무원 46명(사육사 외 다른 직무 포함) 중 5년 이상 재직자는 31명, 10년 이상 장기재직자는 13명이다.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는 사육사를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에 대해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사육사가 퇴직하는 경우 제때 보충이 안 되고, 동물사육 업무가 특수하다 보니 동물사육 관련 학과를 졸업한 사람을 중심으로 계약직으로 뽑아 왔다”며 “스스로 이직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재계약이 잘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처우가 다르거나 근로조건이 열악하면 조직문화에 긍정적이지 못하다”며 “공무원과 공무직의 업무분장이 이뤄져야 하고, 위탁업체에 외주를 준 것에 대해서는 서울시의 지도·감독이 필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서울동물원이 서울시의 사업소임에도 사각지대처럼 인식돼 있기 때문에 동물원의 인사·총무 담당자들이 고용형태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서울시에 적극 건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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