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판결에 대한 파장이 크다. 가히 핵폭탄급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이번 판결은 여러모로 그 평가가 엇갈린다.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란 기존 법원의 법리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추가소송에 대해서는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과 신의칙을 내세워 허용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밖에 하급심에서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복리후생적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기존 판결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이 사실상 한국지엠 통상임금 소송을 염두에 두고 정치권 눈치를 살핀 판결이란 주장이다. 경영계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에 따라 내년도 임금교섭을 걱정한다. 정부는 임금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고 곧 공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와 국회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법리적 모순이 지적되는 등 그 자체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되면서 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판결은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까.

대법원, 기존 판례에서 물러서 현장 혼란 불가피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법이란 명쾌해야 한다. 여기서 명쾌하다는 의미는 정의롭다는 의미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법은 혼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판결 이후 쏟아지는 언론보도가 제각각인 것을 보면 현장의 눈높이가 낮아 이번 판결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이번 판결은 기존 판례에서 물러서는 입장에 서 있다. 얼마나 물러섰는지를 두고 노사 간 분쟁이 더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노사는 어쩔 수 없이 법정으로 갈 것이고, 사회적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다.

또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이 밝힌 신의칙 위반의 문제를 입법화한들 노사갈등을 원천적으로 해소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또 정기성과 일률성, 고정성 요건을 대법원이 나름 상세하게 서술했지만 판결문을 다 읽어보면 하부 영역에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누가 읽어도 일관성이 없다면 입법과정에서 논란은 더 불거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확실한 것도 있다.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이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당장 다음달 임금부터 체불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현장에서 초과근로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 없는 노동자 임금체계 개악 등 고통 늘어날 것 

김은기
민주노총
사회공공성본부 국장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 동안 판례가 지켜온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는 기존의 판례를 매우 좁게 해석한 것이다. “사업주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은 근로의 대가”라는 95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뒤엎었다. 근로기준법에 미달하는 노사합의는 강행규정에 따라 무효임에도 자본가의 요구를 무리하게 반영해 신의칙을 적용했다.

지금도 ‘을’의 위치에 있는 노동자는 내년에 더욱 자본의 탄압을 받게 될 것이다. 사용자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축소하고자 그 동안 단체협약으로 체결한 상여금·수당 등의 규정을 개악하려고 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조의 투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판결로 노사분쟁이 격화될 것이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더욱 타격을 받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체의 노조 조직률은 3.66%에 불과하다. 노조가 있는 현장은 그나마 노조가 바람막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사업주 임의대로 포괄임금제 등으로 임금체계를 개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정부는 자본의 요구를 반영해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위법한 행정해석을 고집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위법한 행정해석을 반영해 부당한 판결을 한 결과 노동자는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내년 임금협상서 변동상여금 확대 요구할 것 

김동욱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

이번 판결의 여파는 내년도 임금·단체협상에서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본 법원의 판결에 따라 경영계는 내년도 임금협상에서 정기상여금의 비중 축소와 변동상여금의 확대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16년도 정년 60세 시행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 “휴일근로는 연장근로”라는 법원의 판결과 정부·국회의 입법화에 따른 피해 최소화 방안을 주문할 계획이다.

경영계는 오랜 고심 끝에 내려진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특히 법원이 지금까지 노사합의와 관행으로 통상임금 산정범위를 정해온 것을 인정해 과거 3년치 소급분에 대한 추가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다만 법원이 통상임금성 판단기준으로 ‘1임금산정기(1개월)’라는 정기성과 근로기준법과 무관한 노사의 자율적 합의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정부가 관련 입법을 추진할 때 1임금지급기 부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장시간근로 관행 개선, 임금체계 합리화 계기돼야 

임무송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번 판결에는 그간 산업현장에서 이뤄져 온 노사의 임금결정 관행과 통상임금 법리에 대한 신중한 고심이 담겼다. 무엇보다 그동안 해석상 논란이 있었던 통상임금 법리에 대해 통일된 일반 원칙을 제시하고, 특히 통상임금의 구속요소인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의 판단기준을 명확히 제시한 점은 의미가 크다. 통상임금에 관해 노사 간 ‘신의성실 원칙’을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특정 금품의 통상임금 산입 여부에 대해 이번 판결이 제시하고 있는 법리를 주목할 필요도 있다. 이번 판결이 우리나라의 복잡한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고용노동부는 노사 간 쟁점사항에 대해 이번에 제시된 판례법리와 그동안 임금제도개선위원회의 논의 결과 등을 수렴해 입법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조속하게 정부안을 정리한 뒤 노사와 긴밀히 협의해 신속하게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판결이 우리나라의 장시간근로 관행을 개선하고 임금체계를 합리화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대법원, 예외가 원칙 압도 과도한 논리 만들어 유감 

은수미
민주당 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원칙을 대법원이 확인했다. 1995년 대법원 판결에서 처음으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본 이후 18년 만에 대법원이 이 판결을 확정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18년 이상 유지한 원칙을 재확인한 판결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과연 ‘원칙’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 예외를 많이 만들면 원칙은 원칙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번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판결은 두 가지 예외를 만들었다. 하나는 통상임금에 대한 법률상의 위임규정이 없는 시행령상의 통상임금 규정 중 ‘소정근로에 대한 급부’ 개념을 형식적으로 이해해 복지급여(판결상 ‘지급일 당시 재직자에게 지급하기로 한 임금’)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다른 하나는 근로조건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노동법 해석의 문제에 계약법적 해석기준(신의칙 위반에 의한 재판상 청구 제한)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전자는 전혀 통상적이지 않은 상황을 이유로 삼아 원칙에 대한 예외를 만든 것이고 후자는 기업의 재정부담을 고려한 정치적 고려에 근거해 또 다른 예외를 만든 것이다. 일부는 현재시점을 기준으로 소급의 효력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당장 내년 임금협약을 체결해야 하는 기업의 노사가 통상임금 제한규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와 관련해 갈등도 예상된다. 이번 판결은 그런 의미에서 원칙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예외가 원칙을 압도하는 과도한 논리를 만들어 결국 원칙의 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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