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오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창원의 어느 컨트리클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조에서 올해 9월3일 단체교섭을 위한 사전모임을 갖자는 공문을 회사에 보냈다. 기존 단체협약에 따라 같은달 12일에 첫 번째 모임을 갖고 노조측 5명, 사용자측 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도 발족시켰다. 이후 노사는 같은달 23일 첫 번째 공식적인 모임을 가진 이후 매달 교섭을 계속하기로 했다.

노조는 3년간 임금과 2년간 호봉상승이 각각 동결됐기 때문에 단체교섭에 적지 않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10월24일에는 조합원들 전원이 참가해 기존 단체교섭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야유회까지 진행했다.

그런데 11월이 되자 회사는 갑자기 “최근 설립된 노동조합이 있다”고 하면서 단체교섭을 연기하겠다는 공문을 노조에 보내왔다. 알고 보니 야유회로 조합원들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던 그날, 회사에서는 기존 노조보다 더 많은 조합원이 있는 새로운 노조가 하나 더 만들어졌다. 새로 만들어진 노조가 이른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으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일노조로서 하급심 법원의 판례에 따를 경우 창구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요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교섭대표노조가 될 수 없는 입장에서는 새로 생긴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됨에 따라 교섭을 상실하게 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기존 노조는 새 노조 출현을 예상치 못해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사전에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았더라도 새 노조가 생기면 다시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따져야 한다는 하급심 판례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기존 노조는 꼼짝 없이 교섭대표노조의 권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하지만 새롭게 생긴 노조는 이상했다. 우연히 알게 된 결과 그 노조의 부위원장과 회계감사는 회사의 ‘팀장’이었다. 골프장의 웨이트리스·조리사·잔디관리사들이 팀별로 일하는 사업장에서 팀장은 사용자를 대신해 업무지시를 한다. 노동자들의 근태를 관리해 근무평정을 하는 이른바 사용자이익 대표자들이었던 것이다. 새로 생긴 노조의 조합원 42명 중 9명이 팀장들이었다. 그래서 기존 노조는 관할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노조법 제12조3항은 설립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이 “제2조4호각목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 설립신고서를 반려하도록 돼 있다. 제2조4호가항은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 이익대표자임이 명백한 자들이 다른 노조와의 단체교섭 와중에 설립된 노조의 임원으로까지 기재돼 설립신고가 됐음에도 새로 설립된 노조는 아무런 제한 없이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아 이전의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위태롭게 한 것이었다. 기존 노조의 문제 발견과 적극적인 진정이 없었다면 ‘사용자에 의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큰 이른바 어용노조가 진짜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앗아 갈 위험이 농후했던 것이다.

설립신고증을 교부했던 관할청은 신설노조에 시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노조법 시행령 제9조는 사실상 어용노조의 혐의를 인지해 관할청에 진정을 한 기존 노조에 대해서는 어떠한 시정권고를 했는지, 또 언제까지 시정을 하도록 명령했는지에 대해서 알려 주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 시정명령의 내용도 사용자이익 대표자인 팀장들을 조합원에서 제외하라는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인 경위를 더 밝혀 사용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고소를 도울 수 있는 행정기관의 조사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42명 중 9명을 빼더라도 기존 단일노조보다 과반수라면 똑같은 피해는 유예될 뿐이다.

현행 창구단일화 제도하에서 이 사건처럼 경쟁 노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쪽은 피해를 보는 노조다. 선수가 심판까지 보면서 운동장에 선수 아닌 사람이 뛰고 있는지도 감시하면서 뛰어야 하는 상황이다. ‘가짜 노조 혐의’가 있다면 행정기관이 적극적으로 조사해서 신속하게 경쟁에서 아웃시키는 제도가 마련되고, 사용자이익 대표자를 포함시켜 노조가 만들어진 경위를 적극 조사해 주길 진짜 노조는 희망하고 있다. “가짜 노조를 잡아 달라!” 진짜 노조는 멀쩡한 교섭권을 빼앗길 위험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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