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 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철도노조가 파업을 이어 가는 가운데 국제노동단체들이 한국 정부의 철도노조 파업 무력화 방침에 대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계속 추진할 경우 머지않은 미래에 (민영화에 반대한) 철도노조는 영웅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철도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운수노련(ITF) 고위급대표단은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노조의 파업은 합법적이며 철도노동자들은 철도 민영화와 구조조정 정책에 반대해 파업할 권리가 있다"며 "파업에 대한 보복으로 노조 지도부를 구속하는 것은 심각한 국제노동기준 위반이며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고 한국 정부와 노조의 대화를 촉구하기 위해 지난 10일 입국해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웨인 버슨 ITF 아태지역 철도분과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11일부터 철도노조 파업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대체인력 투입과 철도노조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런 조치들은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협약과 단체교섭협약 위반일 뿐 아니라 한국 철도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선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도서 산간지역 운영과 낮은 교통비·화물수송비 등으로 교통복지와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현 철도정책을 뜯어고치려 한다"며 "철도정책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민영화 정책을 시도하려면 국민의 동의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ITF 대표단은 기자회견 직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방한활동 결과를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맥 우라타 ITF 내륙운송실장은 "한국 정부는 다른 나라에서 20여년 전에 시행해 실패로 끝난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는 어리석은 짓을 벌이고 있다"며 "이런 식의 일방적 정책 추진은 정권의 조기 레임덕을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룬 디락찻 태국철도노조 총무실장은 "10년 전 탁신 정권이 사회 곳곳에서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이제는 국민들이 민영화 기업에 대한 재국유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민영화 정책을 추진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온 국민이 철도노조 편을 들 것이고, 그때 철도노조는 영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TF에 따르면 ILO는 최근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와 압수수색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팀을 꾸렸다. ITF 사무총장과 ILO 사무총장의 긴급면담도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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