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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꿈과 민영화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아버지는 철도노동자였다. 1975년 공무원 신분으로 철도청에 들어와 2008년 정년퇴임까지 34년을 오롯이 철도에서만 근무를 했다. 대학 졸업장도 없던 아버지가 처음 일을 시작하던 당시 철도청의 근무조건은 열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로를 새로 공사하고 보수하는 아버지의 일은 산재사고가 빈번했고, 당시 아버지 주변에도 큰 부상을 당한 동료들이 몇 명 있었다. 그리고 임금 수준도 낮은 편이어서 지방 중소도시 중산층의 삶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 사이 노동조합의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 요구가 있었고, 정년퇴임 즈음에 아버지는 중소도시 보통의 중산층이 될 수 있었다.

철도가 2000년대 중반 공기업인 철도공사로 바뀌고 나서 많은 일들이 외주화됐다. 철도공사의 직원보다 외주 용역업체 직원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전기나 선로보수·서비스 영역에서 외주화는 시작됐다. 이에 따라 최근 4년간 철도공사 정규직 신규채용은 한 명도 없었다. 국영기업에서 공기업으로 바뀌면서 민영화 강도가 심화됐고, 필요한 업무들은 철도공사가 아닌 외주업체로 넘어갔다. 청년들은 철도공사의 직원이 되지 못하고, 용역업체·하청업체 계약직으로 전락했다.

교사가 꿈이었던 친구가 있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강단에 서는 것이 항상 꿈이었던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퇴임한 교사만큼만 신규채용이 진행된다. 정교사가 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그 빈자리를 기간제 교사·인턴교사를 확대하면서 채웠다. 친구는 기간제 교사로 교사생활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교사의 꿈은 멀어져 갔다. 기간제 교사는 새로운 계약을 맺지 못하면 학교에 계속 머무를 수 없었고, 학생과의 유대보다는 실적만을 좇을 수밖에 없었다. 친구는 2년간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강의만 하다 결국 학원강사의 길로 들어섰다.

교육계열 전공자가 교사가 되기 위해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넘기 위해서는 몇 년간 시험준비를 해야 한다. 교육계열 전공자 중에는 학교에서 교사가 되는 청년보다 학원으로 가는 청년의 수가 두 배나 많다. 그리고 지난주 정부에서는 제주도와 인천에서 외국 교육기관의 과실송금을 허용하는 등 교육개방 정책을 발표했다. 교육이라는 영역 또한 조금씩 경쟁과 효율이라는 시장의 이름이 침범하고 있고, 친구가 갖고 있던 교사의 꿈은 천천히 더욱 멀어지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2013년에 시간제 교사를 새로 뽑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9급 공무원 경쟁률은 75대 1이다. 응시인원만 20만명이 넘었다. 어린 시절 “대학 나오면 면사무소 서기는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시던 아버지의 말씀이 고대의 유물처럼 들리는 시절이 됐다. 대학을 나와도 9급 공무원이 되는 것은 꿈이 돼 버렸다. 기본적인 행정업무를 제외하고는 정부도 다양한 영역에서 정부의 일을 공무원이 아닌 외부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철도에서 퇴직하시기 전 마지막 연도에 아버지의 월급이 300만원 정도였다. 그리고 34년 시간표 한 번 어긴 적 없어 성실하게 살아 간신히 지방 중소도시에 30평짜리 집 하나를 남기셨다. 철도노조가 귀족노조라면, 보통의 중산층이 되고자 하는 것은 정녕 꿈이란 말인가. 공무원이나 공사에 몰리는 청년들이 바라는 것 또한 대단한 귀족이 아니다. 보통의 중산층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이동권·교육·공공적 복리라는 최소한의 사회적 일을 하고 싶은 욕구일 것이다.

2013년 들어 공무원노조 설립신고는 반려됐고, 교사노조는 노조 아님을 통보받았다. 철도노조는 민영화에 반대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 추진은 올해 시작된 것도 아니고 올해 끝날 것도 아니다. 노동자들의 노동권 확보와 민영화 반대라는 사회적 목소리가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돼 버리는 현실은 국민에게도 노동자에게도 그리고 구직을 하는 청년에게도 재앙이다.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yangsou20@hanmail.net)

양호경  yangsou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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