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정 기자

"가족들이 걱정하죠. 근데 뭐 어쩌겠습니까. 민영화되면 다 죽는 건데 그때 죽으나 지금 죽으나…."

철도노조 파업 첫날이자 철도노동자 4천213명이 직위해제된 날, 한 철도노동자는 직위해제가 별거냐는 듯 이같이 말했다.

철도노동자들이 4년 만에 파업 배낭을 꾸렸다. 철도노조는 2009년 11월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의 일환으로 단체협약이 일방적으로 해지되자 8일간 파업을 벌였다. 역대 최장기 파업은 역대 최다 징계자를 양산했다. 당시 코레일은 파업 참가자 전원에 가까운 1만1천588명을 징계하고 169명을 해고했다.

이번에도 정부와 코레일은 "잘못된 관행은 뿌리뽑겠다"며 징계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코레일은 파업 나흘 만에 7천698명을 직위해제했다. 노조간부 194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그럼에도 파업대오는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쉽사리 흔들릴 것 같지도 않다. 노조 관계자는 "전에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파업을 했지만 이번에는 조합원들의 결기가 예전과 사뭇 다르다"고 귀띔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한 조합원은 "민영화되면 적자선이 폐지되고 장애인 할인도 없어진다"며 "철도가 가진 공공성이란 게 그런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타협할 수 없다"고 했다. 철도노동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114년 역사를 가진 공공철도·국민철도를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과 절박함을 토로했다.

돌이켜 보면 철도노조의 역사는 민영화 저지투쟁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2002년 철도·발전·가스노조가 국가기간산업 민영화 저지를 위한 공동파업을 계획한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모양만 바뀐 민영화 정책에 맞서 싸웠다. 그때마다 조합원들은 해고와 징계,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청구에 시달렸다.

철도노동자들은 그러한 피해를 감수하면서 또다시 파업에 나섰다. 진정한 '국민의 발'이 되고자 하는 간절함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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