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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철도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자
“수서발 KTX 주식회사가 출범하면 경제성이 있나요. 모회사인 코레일과 자회사인 수서발 KTX가 경쟁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정부에선 수서발 KTX가 알짜노선이라 하던데 믿을 수가 없어요. 자회사 체제로는 오래가지 못할 거예요.”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지 이틀째인 지난 10일 만난 경제단체 핵심 임원은 철도파업의 쟁점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든 사례를 들어보면 누구라도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단체 임원에 따르면 모회사와 자회사가 있는 대형 공기업의 경우 중복사업을 두고 경쟁하게 되면 갈림길에 들어선다. 이럴 때 모회사는 자회사의 사업영역을 침범하거나 회수하게 된다. 이런 방법으로도 위기 극복이 안 되면 모회사는 자회사와 통합을 추진하거나 아니면 자회사의 민간위탁 또는 민영화를 추진한다. 때문에 공기업의 모회사와 자회사 간 경쟁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게 무방하다는 게 경제단체 임원의 설명이다.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공공기관에서 이런 일이 흔하다.

국토부의 방침에 따라 코레일은 10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수서발 KTX 주식회사 출자를 결의했다. 코레일은 41%의 지분 보유와 민간매각 금지를 정관에 반영했다며 민영화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선언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코레일이 수서발 KTX 주식회사에 출자한 금액은 고작 50억원이었다. 이는 코레일이 열차 한 대 편성할 때 드는 비용에 불과한 수준이다. 국토교통부는 수서발 KTX 설립 초기 자금에 3천400억~4천억원 가량 소요된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800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그간 “코레일은 자본금이 없어 수서발 KTX의 추가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던 국토부는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러니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지 않는 경제단체 임원도 혀를 차며 국토부의 불도저식 행정에 대해 성토하는 것 아닌가.

경제단체 임원조차 수서발 KTX 주식회사의 경제성이 없다고 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코레일은 당초 국토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에 반대했다. 코레일은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에 따른 영향분석에서 “수서발 KTX 설립시 연평균 1천78억원의 순손실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코레일과 수서발 KTX는 출발지만 다를 뿐 전체 노선의 80%를 공유하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공생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철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코레일과 수서발 KTX가 동반 부실화할 경우 결국 자회사인 수서발 KTX는 민영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레일은 지분의 민간매각 가능성은 없다고 하지만 법률전문가들은 공적투자자들이 민간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조언한다. 공적투자자들도 기대수익을 얻지 못하면 언제든지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코레일이 무작정 “철도 민영화는 없다”고 우기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수서발 KTX 주식회사 출범이 법을 위반했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출자를 결의한 코레일 이사회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공운법에 따르면 과반의 비상임 이사가 참여한 가운데 이사회가 열려야 하는데 이날 참여한 상당수의 비상임 이사는 사퇴하거나 임기가 만료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사회 결정이 원천무효라는 게 철도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이다.

철도노조의 파업이 12일 현재 나흘째 진행되고 있지만 조합원의 파업참가율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철도노조는 파업 참가자 전원 직위해제와 지도부 고소·고발이라는 정부의 강경대응에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부나 코레일이 강경책만 되풀이할 이유가 없다. 때마침 야당과 노동계에서 철도파업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1일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철도 민영화에 대해 국민적 합의나 동의를 강조한 적이 있는 만큼 정부는 지금이라도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대표의 제안은 철도 파업을 해결하는 데 매우 합리적인 방안이다. 철도 관련 사회적 대화는 노조의 파업 해결뿐 아니라 수서발 KTX의 경제성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수서발 KTX 운영과 관련해 철도소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를 볼 때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은 여야는 물론 노사정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여당도 이에 책임의식을 갖고 사회적 대화 주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와 코레일도 강경 일변도의 대책을 밀어붙이지 말고, 사회적 대화에 반대하지 말아야 한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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