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9일은 18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1년을 맞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 1년은 과연 박 대통령이 말한 국민행복 시대였을까. 적어도 노동자의 삶은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대선 뒤 많은 노동자들이 줄줄이 목숨을 끊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현실의 삶이 절망스러워서였다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정리해고를 당한 쌍용차 노동자들은 47억원의 손해배상 폭탄까지 맞았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부채과다·방만경영 책임을 지고 임금동결·구조조정에 내몰리게 됐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는 노조탄압과 표적감사, 어려운 삶 속에서 죽음을 선택했다. 철도·가스·의료 노동자들은 민영화라는 거대한 파고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택시노동자들은 사업주 배만 채우지 말라고 호소한다. 이 밖에 정권 차원의 전교조·공무원노조 부정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태로 한 해가 소란스러웠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되면서 국민행복 시대를 선언했다. 노동자도 국민이다. 이제는 지난 1년 팍팍해진 노동자의 삶을 돌아보고 노동자가 행복한 시대를 열어야 할 때가 아닐까.

박근혜 정부, 공공기관 노동자와 국민 적대관계로 만들어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공공기관 노동자들과 국민을 적대적 관계로 만드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더니 당선 1주년을 앞두고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란 걸 발표했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부채가 발생한 원인이나 잘못된 정책을 추진했던 책임자에 대한 처벌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대신 운영평가를 통해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지 않는다거나 성과급 지급을 금지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기관 내부에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떠밀고 있다. 잘못된 방식일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 정부가 공공기관 운영에 개입하면서 오히려 적자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재정 적자는 이명박 정권 때부터 지속돼 온 부자감세 정책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정작 적자해소를 위해 중요한 정책적인 개입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

고용세습이나 자녀학자금 등을 운운하며 국민들을 호도하는 것도 문제다. 국민들의 보편적 복지 확대 요구가 커지자 정부가 이를 수행하기는커녕 국민들에게 공공기관 노동자를 보라고 한다. 국민과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적대적인 관계를 만들어 상황을 모면하려는 꼼수다.

부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사장을 평가하고 임기를 조정한다고 하는데, 결국 사측은 노동자 임금을 물고 늘어질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과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관계를 파행으로 이끈 셈이다.

대안은 부자증세를 통해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한 국가 재정을 확보하고, 착한 적자를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잘못된 정책의 입안자가 있다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가 있다면 노동자들도 고통분담에 동참할 수 있다.

철도 다음 타깃은 가스 민영화, 전면파업으로 맞설 것

이종훈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장

박근혜 정부에 노동정책이라는 게 있었나. '머슴부리기 정책'밖에 없지 않았나. 자기들이 정책이라고 내놓으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세상이 됐다. 최근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라는 것도 자기들이 부리는 머슴에게 부담 없이 칼날을 휘두르기 위해 만들어 낸 정책 같다.

지난 1년 동안 민영화 정책에 모든 공공분야가 시달려 왔고 지금도 시달리고 있다. 철도가 첫 번째 타깃이라면 그 다음에는 가스다. 박근혜 정부는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의원입법이라는 이유로 의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또 어떤가. 이 법안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 없이 무조건 '국정과제이기 때문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자가소비용 LNG 직수입자가 수입한 천연가스를 가스도매사업자나 다른 직수입자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민영화 조항이 폐기될 지 아니면 원안 그대로 통과될 지 두고 보겠다. 원안 그대로 통과된다면 전면파업으로 맞설 것이다.

47억원 손해배상 폭탄, 유례없는 최악의 노동탄압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약속한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경제민주화 공약은 간 데 없고, 노동자들은 1년 전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밀려났다.

문제는 내년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명박 정부 2년차에 용산참사가 있었고,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가 터졌다. 노동사회 각 분야에 대한 정부의 가공할 만한 탄압이 뒤따랐다. 박근혜 정부의 탄압의 속도는 이명박 정부 때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다.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의 애끓는 목소리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서도 정부는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심상치가 않다. 이런 식이라면 박근혜 정부가 온전하게 정권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안몰이와 강공 드라이브는 정부의 운명을 앞당길 뿐이다. 이제라도 민생을 챙기고 현안문제의 해법을 찾는 노력을 보여 주기 바란다.

최근 법원이 쌍용차 해고자 등에게 총 47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회사에 33억여원, 경찰에 13억7천만원을 물어내라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노동자들에 대한 공권력 남용을 사과해도 모자란 마당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외국에도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노동탄압이다. 하지만 현행법 체계에서 노동자들이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에 대한 손배·가압류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이 시급하다. 정치권이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삼성에 온갖 면죄부, 노동자 스스로 싸울 수밖에 없는 정권

권영국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장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 법질서와 사회안전 확립을 국정우선 순위로 삼았다.

상반기에 이마트의 노조 사찰문건이 공개되자 세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특별근로감독은 물론 고위 경영진을 소환조사까지 했다. 그런데 삼성전자서비스 문제가 터지자 달라졌다.

여러 증거와 정황에도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면죄부를 줬다. 그러는 동안 삼성전자서비스는 노조설립을 방해하고 조합원들에게 노조탈퇴를 강요했다. 표적감사를 실시했다. 국정감사에서 노조파괴 문건이 공개되면서 무노조 경영은 노조파괴 전략이었다는 것이 입증됐다. 하지만 삼성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고용노동부는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역시 위장도급 사례처럼 면죄부를 주고 있다.

결국 최종범 열사가 표적감사와 지역쪼개기, 건당 수수료 중심의 저임금을 견디지 못하고 자결했다. 유족들이 삼성 본관 앞에서 철야농성 중인데도 정부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 심지어 합법적으로 집회신고를 하고 농성하는데도 경찰은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 약간의 문제만 발생해도 농성을 방해하고 있다.

법질서 확립이라는 국정과제는 사회적 약자나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자본이나 재벌들의 정부임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동배제적인 정부를 넘어서 노동탄압 정부로서의 자기 모습을 보여줬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싸우지 않으면 기대할 것이 없다는 사실만 확인시켜 준 정부다.

택시노동자 목 더 죄는 박근혜 정부, 택시법 개정안 재의결해야

임승운
전국택시노조연맹
정책본부장

이명박 정부도, 박근혜 정부도 택시를 반드시 살리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택시요금이 오르면서 덩달아 사납금도 올라 택시노동자들은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사납금을 채우고 있다. 연료비도 올라 택시노동자는 운행하면 할수록 손해를 본다.

정부가 택시노동자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겠다며 내놓은 법안은 오히려 더 후퇴하고 있다. 택시 운송비용 전가 금지 조항을 당초 2015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큰소리쳤던 정부가 시행시기를 2018년으로 늦추는 데 동의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임기가 끝난 이후에 하겠다는 것은 안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택시를 살린다던 정부가 택시노동자의 목을 더 죄고 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택시노동자를 배신한 것이다. 진정으로 택시를 살리겠다면 이제라도 이명박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택시법)을 재의결해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