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 헌법재판소의 `합헌'판결 이후 사회질서유지의 견고한 틀로 존재해온 간통죄의 폐지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경제력 없는 아내들의 마지막 보루'라며 여성들이 옹호해온 이 법의 폐지를 제기하는 게 바로 여성들이라는 사실.

계간지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여름호는 간통스캔들, 여성들의 외도, 간통죄의 사회사, 간통죄 위헌 합헌논쟁 등을 다룬 특집기사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에서 유부녀의 외도증가, 간통사건에서 여성에 가중되는 사회적 형벌 등을 지적하며, `정실부인만을 보호하며, 동시에 성적 이중성을 지닌 남성들에게 아내단죄의 도구가 되는 간통죄는 더 이상 존재이유가 없는 법조항'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간통스캔들, 훔쳐보고 싶은 은밀한 욕망'이라는 기사는 전 국회의원 권정달 도영심씨 스캔들, 탤런트 강남길부인 간통사건, 여성로비스트 린다 김과 고위층인사들의 스캔들을 예로 들며, ”주인공 여성들은 사회생활의 막뒤로 사라지거나, 알몸사진이 신문에 실리고,유부녀라는 신분을 잃고 성적 피사체로 사회에 던져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상대방 남성들은 여전히 정치인의 길을 가거나 ”지위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정도의 비난을 받았을 뿐이며, 아내의 간통현장사진이 공개된 남편은 쏟아지는 격려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필자인 황금희씨(`이프' 객원기자)는 ”간통 혹은 간통혐의에서 우리사회의 인식이 여자편에 훨씬 부정적이었다”고 결론지었다.

이 특집기사에 의하면 98년 대법원 통계에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제기된 이혼소송의 42.8%가 아내쪽의 외도 때문.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경우도 아내의 외도를 호소하는 남편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시아내 55% 남자친구 만나'`기혼여성 42% 남자친구 있어''애인 갖고 싶다는 기혼여성 80%'같은 여성지들의 설문조사결과도 달라지고 있는 여성들의 성인식을 보여준다는 얘기다. `다른 남자의 사랑으로 결혼생활의 결핍감을 채우려'집밖으로 나가는 많은 여성들이 이제 간통죄의 원고에서 피고의 자리로 옮겨 앉고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 강금실씨는 기고문에서 ”간통죄로 처벌받는 것이 더이상 남성만은 아니다. 법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면 이들이 경제적 심리적법적하도록 돕는 새 법을 만들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시사평론가 유시민씨는 ”부부간 애정으로 충만한 가정도, 애정이 사라진지 오래인 부부에게도 간통죄는 무의미하다. 더우기 강자가 약자를 응징하는 법은 여성에게 불리할 뿐이다”고 말했다.

물론 폐지주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최일선에서 너무도 열악한 상황에 놓인 여성들을 상담하다 보면 간통죄폐지가 현실적으로 시기상조임을 알 수 있다. 이혼여성의 경제적 보호막인 재산분할청구권도 남편의 재산도피 은닉 등으로 실효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여성은 간통을 저지르거나 당하거나 아무것도 얻는 게 없다. 간통제 폐지에 앞서 진정한 가족간의 평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프'편집장 박미라씨는 ”사생활과 감정을 법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결혼제도로 상대를 묶어놓을 수 있다는 여성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되는 여성들의 의식, 가족환경에서 결혼제도를 보호하는 데는 간통죄보다 부부의 재산분할권, 재산공동명의제,공동양육권,남성의 출산및 육아휴직 보장과 강화 등이 훨씬 실효성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성들의 `진보적'주장은 최근 뉴욕에서 열린 세계여성대회의 `결론짓지 못한'주요의제 중 하나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었음을 상기할 때 앞으로의 행보, 사회적 반향이 주목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