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대 변호사
(법률사무소 로그)

대상판결 / 대법원 2012두28490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사건의 경위
원고는 충남 지역에 소재한 버스 회사에서 운전기사로 근무한 근로자였다. 원고는 입사 후 약 1년이 지난 뒤인 2010년 3월9일 노조 대의원으로 선출됐다. 원고는 노조 대의원으로 재임하면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활동들을 많이 전개했다. 그러던 중 원고는 2011년 4월18일 징계해고를 당했다. 해고사유는 원고가 2011년 2월12일부터 같은달 22일까지 조합원들에게 선동적인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허위사실을 유포했고,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정류소에서 임의결행을 했다는 것이었다.

원고가 조합원들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 중 대표적인 것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1년 최저임금 시급 4천320원입니다. 우리의 정당한 주권을 요구하고 찾아야 합니다. △최저임금, 노·사·정이 매년 임금의 최하한선을 정한 것입니다. 위반하면 최저임금법에 의해 처벌받으며 노동자는 3년 내에는 언제든지 지급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2009년에 미달되게 지급했으며 시효만료는 올해 12월 말이 지나면 끝입니다. 다 같이 권리를 주장합시다. 2009년 최저임금 시급 4천원입니다. △최저임금 위반에 대해서는 빠른 시간 내로 노동부에 질의해 판결을 받을 것이며 2010년 임금인상 때 근로시간단축도 같이 판결을 요청할 것입니다. 회사의 주장대로 시급 4천385원(이라면) 각종 수당을 (그 시급을 토대로) 추가 산출해야 합니다 △여러분 소문에 현혹되지 마세요. 정당한 것을 주장한 것입니다. 충분히 받을 수 있습니다 △동료 여러분, 2009년 최저임금 및 2010년 연장·야간근로 임금삭감의 건은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판결이 나면 공지해 드리겠습니다.”

이 회사의 경우 2009년도 기본시급은 3천770원이었고 그와 별도로 승무일수 1일당 4천920원의 승무수당이 지급됐다. 그에 따라 승무수당을 제외하면 당시의 최저임금에 미달했고, 승무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을 상회했다. 그런데 회사는 각종 수당을 산정할 때 기본시급을 기준으로 삼았다. 근로자들은 승무수당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봐 각종 수당의 차액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 법원은 그 청구를 인정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2심 법원에 계류 중이다.

판결의 경위 및 요지

원고는 해고에 대해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충남지노위는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초심 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의 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을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그중 문자메시지의 발송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가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행위는) 유언비어에 해당하고, 조합원들로 하여금 참가인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관련 법령에 위배해 낮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참가인 회사를 폄하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며, 노사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중략)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고, (중략) 그것이 근로자로서 할 수 있는 정당한 주장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서울고등법원도 1심과 동일한 취지로 판결했다. 그 중 문자메시지의 발송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참가인 지급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는 독자적 의견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조합원 개개인에게 단정적으로 반복해 표현함으로써 참가인과 노조가 임금협약을 위법하게 체결했다고 오인할 우려가 생기도록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취소했다. 다른 징계 사유에 관한 판단에는 위법한 점이 없지만 위 문자메시지의 발송에 관한 판단에는 위법한 점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가 노조의 조합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행위는 비록 그 문자메시지의 내용에 일부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전체적으로는 회사의 임금체계에 대한 원고의 의견을 기재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발송 목적도 참가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데 있기보다는 노조의 대의원으로서 임금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조합원들의 단결을 도모해 근로조건의 향상과 복지 증진 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노조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활동범위에 속하는 것이고, 원고의 행위가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 승무원 징계기준표 소정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비위행위라고 할 수 없다.”

노동자의 표현의 자유

노동자는 기업 내에서도 당연히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이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언론 출판의 자유)의 발현이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그러한 논의는 자칫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서도 헌법상 기본권 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이른바 ‘기본권의 제3자적 효력’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불러 올 수 있으므로 굳이 그리 볼 이유는 없다. 노동자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하나로서 당연히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그러한 자유도 허위사실을 유포해 타인의 권리나 명예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제한을 받는다.

노동자는 기업 내에서 할 말이 많다. 그것이 호소든 항의든 비방이든 칭찬이든 말을 통해 표현해야 할 것들이 많다. 노동자는 기업 내에 하루종일 머물면서 기업으로부터 생존에 필요한 재화를 얻고 있는데, 그 모든 과정에 노동자와는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용자의 간섭과 승인이 뒤따른다는 점에 비춰 보면 이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는 노동자는 기업 내에서 더 많은 표현의 자유를 가질까 아니면 오히려 더 적은 표현의 자유를 가질까. 기업이 노동자에게 피해갈 수 없는 매우 중대한 삶의 터전이라는 점을 중시하면 전자로 귀결돼야 하겠지만, 노동자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용자도 기업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후자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

이 같은 점에 대해 법원은 현재 어떻게 보고 있을까. 법원은 노동자가 기업 내에서 한 표현의 내용과 관련해 “유인물로 배포된 문서에 기재돼 있는 문언에 의해 타인의 인격·신용·명예 등이 훼손 또는 실추되거나 그렇게 될 염려가 있고, 또 그 문서에 기재돼 있는 사실관계의 일부가 허위이거나 그 표현에 다소 과장되거나 왜곡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문서를 배포한 목적이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복지 증진 기타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문서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봐 진실한 것이라면” 이는 근로자들의 정당한 활동범위(대법원 1997.12.23 선고 96누11778 판결) 또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범위(대법원 1993.12.28 선고 93다13544 판결)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법원은 일반적인 명예훼손과 관련해 “어떤 사실을 기초로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도 그 행위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에 관계되고 그 목적이 공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일 때에는 그와 같은 의견 또는 논평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중요한 부분에서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그 전제가 되는 사실이 중요한 부분에서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표현행위를 한 사람이 그 전제가 되는 사실이 중요한 부분에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대법원 2012.11.15 선고 2011다86782 판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개인적인 목적 또는 동기가 내포돼 있거나 그 표현에 있어서 다소 모욕적인 표현이 들어 있더라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08.5.8 선고 2006다45275 판결). 이 같은 판결 내용을 놓고 봤을 때 법원이 기업 내에서의 노동자 표현의 자유와 다른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를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이 같은 입장은 노동자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다행스럽지만 노동자가 처해 있는 상황을 더 많이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노동자는 기업 내에서 사용자와 밀접하면서도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헌법상 노동 3권을 보장받고 있다. 또한 사용자는 노동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자신을 방어할 충분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의 기업 내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보다 더 강하게 보장돼야 한다. 따라서 노동자가 기업 내 근로실태에 대해 한 발언에 대해서는 쉽사리 명예훼손이나 유언비어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이 새로운 법리를 전개한 것은 아니다. 사실관계의 인정을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한 것도 아니다. 기존의 판례 법리에 따라 상식에 맞게 한 판결에 불과하다. 이 판결의 의의는 1심 법원과 2심 법원의 비상식적인 판단을 바로잡았다는 것에 있을 따름이다. 노동자가 회사의 임금지급 실태가 최저임금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 적법한 징계사유라고 할 수는 없다. 원고가 그러한 의견 피력을 회사를 비방하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했고, 회사가 승무수당을 제외한 기본시급만을 토대로 제 수당을 산정해 원고가 이 같은 의견을 가지게 된 것에 합당한 이유가 있었으며, 원고가 노조의 대의원으로서 조합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할 권리와 의무가 있었던 점까지 고려하면 더욱 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노동자의 기업 내 근로실태에 대한 발언에 대해서는 쉽사리 명예훼손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는데, 노동자가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닌 의견을 피력한 것에 대해서는 더욱 더 그렇게 봐야 할 것이다.

여론

원고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파기환송)된 뒤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면서 ‘택배’ 업무를 수행하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 사건이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이었던 관계로 망인의 유족들은 소송을 더 진행할 수 없었다. 회사도 유족에게 유감을 표시하고 일부 배상을 했다. 해고가 망인의 사망 원인으로 작용한 것인지 그와 무관한 운명의 힘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망인은 더 이상 이 땅에 없고 망인 명의의 판례만이 하나 남았다. 망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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