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노사정위원회(위원장 장영철) 상무위원회는 노사관계소위원회와경제사회소위원회의 올해 공식 의제를 확정했다. 이 가운데에는 공무원·교수노동기본권 보장 방안과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포함됐다. 그런데 이들 두 의제는 2000년에도 노사정위에서 다뤄졌으나, 이렇다 할 성과가없었다. 성과가 없기는 2000년에 만들어진 근로시간단축특별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이 문제의 당사자인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이나비정규직공대위, 파견철폐공대위 등은 노사정위의 의제 채택에 그다지 미더운눈길을 보내지 않는다. 전공련의 김웅 정책기획국장은 “합의한 사안조차 실행되지 않는 노사정위를 마냥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노사정위 논의와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노조전환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사정위가 노동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노·사·정이 합의한 사항가운데 유독 노동계가 요구했던 주요 현안들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인식이 노동계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1998년 2·6 노사정 대타협때 합의된 노동시간 단축, 실업자 노조 인정 등이 있다. 또 같은 해 6~7월에노사정위원장과 두 노총 위원장이 합의한 삼미특수강 고용 승계 문제도마찬가지다.

반면에 정리해고나 근로자파견 등 정부가 시급하게 요구하는 문제는 일사천리로처리됐다. 박윤배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은 “노동계로서는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제의보완장치로 실업자 초기업단위 노조 설립을 얻어냈으나,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다루기 껄끄러운 노동 현안은 모두 노사정위로넘겨지지만 그 뒤 사실상 더는 진척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공무원 노조, 노동시간 단축 등에 대해 노동부 등 관련 부처는 모두 `노사정위에서논의되는 것을 봐서 추진할 것'이라며 팔짱을 끼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동현안은 노사정위에서 풀어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해온 것도 이들의 무대책을조장한 측면이 없지 않다.

특히 노동 관련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지난해 2월 △근로시간 단축 및휴일·휴가제도 개선 △근로자복지기본법 제정 △모성보호 관련 제도 개선△비정형근로자 보호대책 수립 등의 주요 과제를 2001년 2월까지 완결짓겠다고밝혔으나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 노사정위 논의 결과를 기초로 추진하기로되어 있건만 정작 노사정위가 지지부진한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요 노사 관련 사항이 노사정위의 논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는 상황에서노동부는 주무부서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노사정위만 쳐다보는 꼴이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총의 이정식 대외협력본부장은 “`노사정위에서는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없다'는 말이 있다”며 “노동계의 모든 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합의되는 것도,실현되는 것도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노사정위의 합의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노사정위에서탈퇴한 민주노총이 대정부 투쟁노선을 강화하는 등 노-정 갈등은 악화의 길로치닫고 있는 것이다.

2기 노사정위 상무위원을 지낸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일방적으로추진하던 노동정책을 노·사가 모두 참여한 노사정위라는 틀 안에서 논의하게 된것은 진일보한 것”이라며 “그러나 실제 논의와 실행을 주도하는 경제부처 등정부 관료들이 과거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김대중 정부의노동정책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