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함께 지난 96년 돌아가신 아버님 산소에 들러 목놓아 울고 싶습니다. ” 반체제 인사로 몰려 33년동안 입국이 불허됐다가 남북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화해분위기 덕에 4일 고국땅을 밟게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56) 뮌스터대학 교수는 벅찬 감정에 들떠 있다.

4일 ‘통일맞이 늦봄 문익환 목사 기념사업회(이사장 이재정)’가 주관하는 제5회 늦봄통일상의 수상자로 시상식에 참석하는 그는 3일 독일 출발에 앞서 본보 기자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30여년만에 선친의 묘소를 방문한다는 생각에 잠을 못 이뤘다”며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이 나의 고국방문을 성사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통일상 수상자로 선정돼 초청 받았을 때만 해도 입국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치못했다. 불과 두달 전 ‘5.18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 국제학술대회’에 초청 받았으나 당국이 준법서약서를 요구, 결국 귀국을 포기한 기억이 생생한 때문이었다.

지난 67년 독일 유학길에 올랐던 그는 유신과 12.12로 이어지는 한국의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독일에서 ‘민주사회건설협의회’를 구성, 한국의 민주화와 통일운동을 벌여오면서 당시 정권에 의해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혀 현재까지 입국이 불허돼왔다.

그의 이번 방문은 그동안 입국불허의 명분이 됐던 준법서약서 대신 국가정보원의 간단한 경위조사만 받는 선에서 용인됐다. 황장엽씨가 98년 송씨를 북한 권력서열 21위의 장본인이라고 지목한데 대해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던 송교수는 “이달 말 예정된 한국에서의 결심재판에서 진위가 드러나고 모든 게 해명되고 난 상태에서 귀국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통독과정을 지켜봤던 송 교수는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굉장한 것 같지만 하루아침에 허망하게 변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그는 “민족문제를 스스로 풀 수 있다는 역량과 지혜를 갖췄다는 것을 세계 만방에 알린 역사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당장 국토통일을 이뤄낼 수는 없겠지만 이에 앞서 사회, 문화적 통일부터 일궈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교수는 “이번 고국방문을 계기로 영구귀국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작곡가 윤이상 선생님도 그러했지만 나 역시 학자로서 조국에 제자를 갖지 못한 것은 불행”이라며 “이제는 조국의 젊은이들을 만나 민족의 장래를 함께 고민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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