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위스가 기업 내 최고임금이 최저임금의 12배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을 만들어 국민투표에 부쳤다. 최고경영자(CEO)의 ‘월급’이 같은 기업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연봉'보다 많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1대 12 법안'으로 불린 이 법은 스위스 사회민주당에서 제안했다. 비록 1대 12 법안은 65.3%의 반대로 부결됐지만 이 법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남다르다. 임금결정은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으로 침해할 수 없다는 법리가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6일 부천시의회는 이미 통과시켰던 생활임금조례안을 재상정한다. 경기도가 재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최저임금 이상의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조례가 시장에게 부여된 예산편성권을 침해한 것이고, 법률상 근거 없이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심의하도록 한 것은 시장의 사무집행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현재 부천시는 내년 예산에 생활임금 항목으로 2억원가량을 배정한 상태다.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400명에게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5천210원)보다 겨우 7% 정도 더 줄 수 있는 금액이다. 생활임금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경기도는 7%조차 못 마땅한 모양이다. 지방자치법을 들먹이며 생활임금조례 제정에 딴죽을 거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지방자치법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법이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지급을 규제하는 법이 아닌 이상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조례를 만든다고 해서 '법령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스위스에서 '1대 12 법안'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은 기업들이 직원을 정리해고한 임원에게 두툼한 보너스를 안겨 주고, 직원의 200배가 넘는 보수를 받는 최고경영자에 대한 스위스 국민의 분노가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기도민이라면 부천시와 출연기관 소속 청소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겨우 7% 더 주는 조례를 가로막는 경기도의 행정에 분노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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