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시간선택제 일자리 추진에 열심이다. 지난달 26일 고용노동부 주최의 채용박람회에서 1만여명을 채용한다더니 같은달 28일 고용노동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 및 운영 안내서>라는 매뉴얼까지 만들어서 홍보하고 있다. 이미 지난 6월 초 정부는 2017년까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확산을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최근에는 교사·공무원에게까지도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고용률 70%를 달성시켜 줄 수 있는 주된 고용정책으로 시간선택제가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노동단체도 민주당 등 야당도 반대하고 있다. 시간선택제, 노동자가 전일제근로가 아닌 그 일부만 하겠다고 선택해서 일하는 것일 테니 반대할 일은 아니겠는데 왜 반대하는 것일까. 대통령까지 적극적으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열심인데 말이다. 도대체 무엇이기에 찬반으로 열심인 것인지 갑자기 나도 궁금해졌다.

2.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을 초과해서 일을 시키지 말라고 법정근로시간을 정하고 있다(제50조). 그리고서는 엉뚱하게도 당사자 간 합의로 그걸 초과해서는 12시간까지는 일할 수 있는 거라고 정하고 있다(제53조). 어쨌든 이것들을 위반하면 처벌한다(제110조). 이처럼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보호법은 최장근로시간을 제한하지 최소근로시간을 제한하진 않는다. 법정근로시간보다 짧은 시간제 노동을 노동자가 선택해서 일한다고 비난하는 법은 없다. 그러니 시간선택제가 불법이거나 범죄라고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면 시간선택제 노동자는 대체 어떤 법적 지위를 갖는 것일까. 그 법적 지위가 무엇인지에 따라 법은 그에 따른 법적 취급을 달리해 주는 것이니 노동자권리타령으로 사는 나는 별 수 없이 묻게 된다. 어디 보자. 노동자가 선택해서 법정근로시간보다 짧게 일하는 노동자, 법은 이미 그를 정의해 놓았다. 단시간 근로자다. 단시간 근로자는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그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에 비해 짧은 근로자”를 말한다(근로기준법 제2조1항8호). 이 단시간 근로자는 기간제 근로자, 파견 근로자와 함께 대표적인 비정규 노동자다. 특별한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근로기준법·파견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로 보호하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양질의 일자리라고 홍보하고 만들어 내도 시간선택제 노동자를 대한민국 법은 이렇게 단시간 근로자라고 규정짓는다. 고용 증진에 노력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근로조건을 법률로 정함으로써 근로의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할 국가 대한민국(헌법 제32조)이 시간선택제라는 이름으로 단시간 근로자 확대를 주된 고용정책으로 천명하고서 열심이다. 비정규직 확대를 고용 문제의 주된 해법으로 삼고서 추진하느라 열심인 것이다. 뭐 비정규직이라도 권리가 우월하게 보장되고 있다면 뭐가 문제이겠는가. 어디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라며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니 그 법적 처우가 어떤지 볼까.

3. 그는 짧게 일하고서도 임금 등의 처우를 법정근로시간을 일한 전일제 노동자만큼 보장받기라도 하는 것일까. 지금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라고 앞장서 추진하고 잘 나가는 대기업이 적극 호응하고 있으니 그의 처우는 분명히 잘 보장되고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과 다름없다면 근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국가권력이 고용률 70%를 내세워 노동자를 열악한 고용형태인 비정규직으로 몰아넣고 그걸 자본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 될 테니 말이다. 근로기준법은 “단시간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그 사업장의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비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제18조1항). 임금은 통상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으니 시급으로 환산된 임금, 시간급을 원칙으로 해서 지급받는다(근로기준법 시행령 제9조 별표2 ②임금의 계산). 일한 시간만큼 시급으로 지급받는다는 거다. 통상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보다 짧아 원칙적으로 연장·야간·휴일 등 초과근로 없이 통상 근로자의 소정근로도 일하지 못하니 통상 근로자가 지급받는 임금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지급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통상 근로자의 근로시간 기준으로 산정한 비율에 따라 지급한다는 것은 특별히 그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뭘 더 주는 것이 아니고 일한 것만큼 준다는 것이니 말이다. 그가 사용자와 합의해서 일하기로 정한 시간, 즉 그의 소정근로시간, 예를 들어 1일 6시간을 초과해서 2시간 더 일한다고 해도 근로기준법 제56조가 정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받지 못한다. 1일 8시간 등 근로기준법의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경우에 지급하도록 법이 정하고 있다. 그가 근로계약서에 정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해서 일한다고 해도 근로기준법의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서 일하지 않으면 법정수당을 지급받을 수가 없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무심하게도 “초과근로에 대해 가산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는 그 지급률을 명시해야 한다”고 하고 있을 뿐이다(제9조 별표2). 근로계약서에 지급하기로 정해 놓았다면 지급받고 그렇지 않으면 지급받지 못한다고 하나마나한 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법이 단시간 근로자에 관하여 정한 바에 따라 주휴일과 연차휴가가 보장된다(근로기준법 시행령 제9조 별표2 ④휴일휴가의 적용). 여성이라면 생리휴가·산전후휴가도 보장된다. 그러나 주휴일은 “4주 동안(4주 미만으로 근로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평균해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보장되지 않는다”(근로기준법 제18조3항). 연차휴가일수는 통상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시간선택제 노동자의 소정근로시간의 비율에 의해서 정해진다. 즉 ‘통상 근로자의 연차휴가일수×(단시간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통상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8시간’에 의해서 정한 연차휴가일수를 보장받는다. 1년 동안 같은 날을 일해도 통상 근로자에 비해서 소정근로시간이 6시간인 그는 8:6의 비율로 적게 연차휴가일수를 보장받는다. 더구나 주휴수당은 시간선택제 노동자의 1일의 소정근로시간 임금으로, 연차휴가수당도 이와 같은 기준의 임금을 지급받는다. 한마디로 통상 근로자와 그의 소정근로시간 비율로 주휴수당, 연차휴가일수와 연차휴가수당 등을 지급받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근로계약서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을 넘어서 그가 일을 해도 실제 일한 시간이 통상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만큼이 돼도 이에 따른다면 감액돼서 지급받아야 한다는 이상한 결과가 되니 말이다. 이건 이상하지 않은 해석만이 해결할 수가 있다. 물론 그는 차별받지 않는다. 기간제법에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사용자는 단시간 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기간제법 제8조). 그가 시간선택제 노동자라고 해서 특별하게 보호한다는 것이 아니라 단시간 근로자인 비정규직이라서 기간제법이라는 비정규직법에 따라 비정규직 차별처우금지조항이 적용된다. 이에 관해 성과급·복리후생비는 정규직에 대해 근로시간 비례로 지급받게 되는 것이 차별이 아니라고 고용노동부 매뉴얼은 설명한다. 일한 만큼 받으라는 것이고, 그는 적게 일하니 적게 받는 게 적법하다고 설명하고 있는 거다. 실비변상인 중식대·통근비 등은 근로시간에 따라 쪼갤 수 없으니 그대로 받으라고 위 조항에 관한 판례를 인용해서(대법원 2012. 3. 29. 2011두2132 판결) 매뉴얼은 쓰고 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실비변상이 아닌 중식대·통근비 등은 모두 시간에 따라 쪼개서 지급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본 그의 처우는 근로기준법과 기간제법이 정한 비정규직인 단시간 근로자의 처우를 그대로 설명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보다 뭐 하나라도 뭐 얼마라도 더 나은 처우를 보장해 준다는 것이 없다. 법은 그를 비정규직으로 취급하고 있을 뿐이다.

4. 그는 통상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고, 통상 근로자도 필요에 따라 그로 전환될 수 있는 제도라고 선전하고 있다. 법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기간제법 제7조다. “사용자는 통상 근로자를 채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단시간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노력해야” 하고(제1항), “사용자는 가사·학업 그 밖의 이유로 근로자가 단시간 근로를 신청하는 때에는 당해 근로자를 단시간 근로자로 전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제2항). 법은 그와 통상 근로자에게 전환의 권리를 주지 않았다. 그들이 아무리 간절하게 전환을 신청해도 사용자가 들어줘야 할 의무는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지 사용자가 노력하면 그만이라는 권고조항이다. 바로 이 조항으로 노동자에게 선택(전환)의 권리가 있는 듯이 지금 이 나라에선 그를 시간선택제 노동자라고 부르고 있다. 전환의 권리가 없는데 시간선택제라고 함부로 비정규 단시간근로자라는 그의 이름을 바꿔서 부르고 있다. 법은 비정규 단시간근로자라고 그의 지위를 부여하고 근로기준법과 기간제법은 그에 따른 처우를 하고 있다. 진정으로 시간선택제를 노동자에게 말하려면 국가의 일은 법으로 노동자의 선택(전환)권을 부여하고 나서다. 그렇지 않은 지금, 이 나라에서 시간선택제 노동자로 그를 불러대는 것은 사용자에게 비정규직 사용을 호소하는 짓이다. 사실 정부가 만들어 내고자 하는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간단하다. 1일 7시간, 6시간, 5시간을 시간제로 일해도 1일 8시간 전일제 근로하는 통상 근로자와 같은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면 된다. 이건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법정근로시간을 1주간에 40시간에서 35시간, 30시간, 25시간으로 단축하기만 하면 된다. 그럼 이 나라 노동자들은 정부 스스로도 인정한 양질의 일자리에서 일하게 된다. 굳이 통상 근로자와 소정근로시간을 비교해서 임금을 감액할 일도 없이 그야 말로 차별 없는 양질의 일자리가 보장된다. 사실 이건 정부, 즉 국가권력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법정근로시간보다 짧은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이 있고 단체협약이 있다. 그러니 지금 법정근로시간보다 짧은 노동시간으로 일하는 노동자를 시간선택제 노동자라고 온 나라가 시끄럽게 불러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노동조합 탓이기도 하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