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희
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얼마 전 끝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근로복지공단 승소포상금 문제가 장하나 민주당 의원에 의해 불거졌다. 장 의원에 따르면 공단 소송수행 직원들은 1인당 연평균 50만원 정도의 포상금을 받고 있었다. 2009년 7천259만원·2010년 6천29만원·2011년 6천298만원·지난해 5천371만원이 지급됐다.

정부 예산이 쓰이지 않아야 할 곳에 사용되고 있다는 문제도 있지만, 승소포상금에 숨겨진 가장 큰 문제는 공단의 무분별한 상소(항소·상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단의 상소 남발로 인해 노동자와 그 유족들은 장기간 쟁송으로 물질적·정신적으로 피폐화되고 있다. 다행히 소송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남는다.

공단의 항소 제기율은 2011년 74%와 지난해 72.8%였다. 상고 제기율은 같은 기간 각각 57.7%와 33%였다. 2011년의 경우 2건 중 1건 이상 상고를 제기했던 셈이다. 상고심에서 항소심 판단이 거의 바뀌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다.

상고가 얼마나 남용됐으면 공단 스스로 상고심 제기율을 낮추려고 했을까. 지난해 공단은 상고제기 사전지휘 업무지시(기획부-4019, 2012. 4. 30) 지침을 통해 상고 제기율을 억제하려 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상고 제기율은 2011년에 비해 일부 감소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상고심 제기율은 33%로 여전히 높다.

공단의 무분별한 상고 제기를 막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규제장치가 필요하다. 이미 지적되고 있는 공단 소송사무처리규정 제39조 규정의 삭제가 우선이다. 제39조는 승소포상금 등의 제목하에 “공단 직원이 행정소송 및 민사소송을 직접 수행해 승소(일부승소 및 조정은 승소가액을 기준으로 60% 이상 승소)한 경우에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심급별로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만약 공단이 위 규정을 삭제하지 못하겠다면 1심 패소 사건을 제외하고, 상고를 제기해 패소한 사건에 대해 페널티를 부과해야 마땅하다. 승소시에는 포상금을 부과하면서 상고를 제기해 패소한 사건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형평과 균형의 원리에 부합하지 못하는 처사다.

둘째, 지난해 공단의 소송현황 분석에 따르면 보험급여 행정소송 사건 패소율이 16.3%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행정소송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법원 조정으로 취하하는 비중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패소 판결을 받을 때보다 소송수행 직원의 업무평가 등 업무적 부담에서 최소한 자유롭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소송수행 직원이 패소판결이 유력한 사건에서 재판부에서 소송비용액을 각자 부담으로 하는 조정권고안을 받아, 이를 근거로 검찰의 지휘를 받는 식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조정권고 형식을 통한 취하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조정권고를 통한 사건이 실질적으로 공단 패소 판결임에도 이에 대해 공단이 실태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단은 지난해 1천451건의 보험급여 행정소송 사건 중 237건을 패소해 패소율 16.3%를 기록했다. 그러나 공단이 통계상 ‘취하 등’으로 표시된 사건 349건 중 상당한 건수는 조정권고로 취하한 것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취하 등’으로 표시된 사건 중 공단이 원처분을 취소한 사건을 추적해 ‘패소 판결’의 범주에 산입한다면 공단의 패소율은 20% 이상이 될 것이다.

셋째, 공단의 패소 판결시 지급되는 급여에 대해 ‘지연이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행정소송 사건의 특징상 원처분이 취소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2~3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무분별한 상고제기로 인해 근로자나 유족은 신청 시점에서 받을 수 있는 급여만 받는다. 즉 공단의 위법한 처분과 상고제기로 인해 지연된 기간에 대해서는 배상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유족급여신청 사건이 행정소송을 통해 3년이 지나 취소됐다면, 3년간에 대해서는 유족연금 전체만 수령할 뿐 매달 유족연금지급 시점과 3년의 기간인 36개월치 각 연금에 대해 단 한 푼의 이자도 지급하지 않는다.

이는 민법상 일반채권에 대해서도 5%의 이자가 지급되는 것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7조4항에 의거 장해보상연금을 미리 줄 때 이자를 공제해서 지급되는 것과도 비교된다. 결국 공단의 위법한 처분이 추후 쟁송을 통해 취소될 경우 지연이자제도를 도입해 원래 지급돼야 할 급여에 대한 충분한 배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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