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관광공사노조

공공운수연맹 한국관광공사노조가 최근 창립 이래 처음으로 위원장 보궐선거를 치렀다. 올해 2월 취임한 장아무개 위원장이 독단적인 노조운영과 재정문제로 내부갈등을 빚다가 조합원들의 불신임 결의로 해임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전임 위원장 해임 이후 지난달 21일 경선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투표 조합원 365명(전체 461명) 중 295명(81%)의 지지로 당선된 박종선(47·사진) 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노조 창립 이래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정직하고 투명한 노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 노조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인천공항 면세점 민영화 논란 여전"

박 위원장에 따르면 최근 관광공사는 내·외부 현안에 휩싸여 있다. 전임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면세사업 민영화 압박이 여전한 데다, 최근에는 정부 차원의 '공공기관 때리기' 분위기에 편승해 관광공사의 복지제도가 비난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일본 성인업소 출입의혹으로 구설수에 오른 이참 전 사장이 사퇴했다.

박 위원장은 관광공사가 풀어야 할 방대한 숙제량에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지난 몇 달간 무노조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3일 취임식 이후부터는 “한 해 농사를 다시 짓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신없이 뛰어다녀야 한다고 했다.

일단 눈앞의 현안은 인천공항 면세점 민영화 문제와 이와 연동된 직원들의 고용안정 문제다. 지난해 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퇴출 논란에 휘말렸던 관광공사는 최근 인천공항공사와 2015년 2월까지 연장계약을 맺었다.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면세점 계약이 지난해 12월31일 종료될 예정이었는데, 새로운 면세점 사업자 입찰이 같은해 12월과 올해 3월·8월 등 세 차례 연속 유찰됐기 때문이다. 관광공사 입장에서는 당장 발등의 불은 끈 셈이지만 내년 상반기에 다시 입찰이 진행되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박 위원장은 “관광공사 직원은 물론 계약직·파견직원들의 고용문제를 어떻게 책임질지에 대한 대안 없이 일방적으로 철수하라고 하니까 공기업 직원으로서, 공기업노조의 위원장으로서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관광공사가 인천공항에서 운영하는 면세점에는 관리직과 판매직을 합쳐 51명이 일하고 있다.

노조는 홍종학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 통과를 바라고 있다. 개정안은 면세사업을 △대기업·중견기업 50% △중소기업 30% △관광공사·지방공기업 20% 비율로 할당한다. 84% 수준인 대기업 면세점 면적은 중견기업까지 합해 50% 수준으로 줄어드는 대신 관광공사는 지분을 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박 위원장은 “면세점의 공공성과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서도 관광공사가 지속적으로 면세점을 운영해야 한다”며 “경영진과 함께 유관기관과 관계부처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만경영 비판 앞서 직무유기부터 반성해야”

그는 정부의 ‘공공기관 때리기’에 대해서는 “(정부는) 직무유기나 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관광공사는 경영진이 초토화된 상태다. 사장 공석은 둘째 치고, 올해 7월 임기 만료된 상임감사 자리를 포함해 지난달 임기가 끝난 상임이사 2명의 후임 인선도 안 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정부가 공기업 방만경영·책임경영을 외치기 전에 공기업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원래 7월에 임기 만료된 이참 사장도 정부가 사장 선임을 손 놓고 있던 와중에 자리만 유지하고 있다가 사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정부의 대행자로 꼭두각시 노릇을 할 사람이 아닌 관광공사가 처한 현실을 파악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철학과 역량 있는 인물이 후임사장으로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공사의 발전을 위해 노조와 머리를 맞댈 수 있는가도 박 위원장이 바라는 후임 사장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다.

그는 끝으로 “공기업 노동자들은 국가를 대행해 사업을 하고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을 바르게 구분해 칭찬할 건 칭찬하고 질책할 일은 질책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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