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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단축과 통상임금의 방정식

'노동시간이 줄면 임금도 준다.' 이것은 철의 법칙이다. 자본주의체제가 역사적으로 형성된 이래 경제철칙이었다. 임금은 곧 노동의 대가라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자가 제공한 노동력의 반대급부인 임금이 제대로 지급됐다는 가정에서다. 반대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용자가 노동자가 받을 임금에서 떼먹은 돈이 있다면, 공정한 분배가 아니었다면 경제철칙도 달라져야 한다. '노동시간이 줄더라도 임금은 줄지 않는다'고 바뀌어야 한다. 줄어든 노동시간만큼의 임금 축소분은 떼인 돈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노동시간단축과 통상임금 문제를 두고 이러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노동시간단축 법안을 연내 처리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노사정의 이목이 국회로 쏠렸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방문한 자리에서 신 위원장은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을 우려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러한 발언이 전해지자 경영계만 환영의사를 밝힌 반면 노동계와 정부는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고용노동부 고위관계자들이 국회를 방문해 진위 파악에 나섰다. 새누리당도 민주당의 입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노사정과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시간단축법안이 그만큼 첨예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간단축법안은 새누리당과 정부가 연내 처리를 공언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당정협의를 통해 노동시간단축법안 연내 처리의사를 밝혔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것이 법안의 핵심 뼈대다. 주당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표현됐다. 당정이 노동시간단축을 숫자로 의미 부여한 이유가 뭘까. 근로기준법에는 법정근로시간이 주당 40시간, 연장근로는 12시간으로 규정돼 있다. 애초부터 주당 52시간씩 일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행정해석을 내려 주당 68시간이 가능했다. 당정은 이를 주당 52시간으로 제한하겠다고 한 것이다. 노동시간 상한제라는 개념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다. 당정은 또 노동시간단축을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되, 노사가 합의할 경우 6개월에 한해 8시간의 추가근로를 허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3개월 단위를 기준으로 허용돼 온 탄력근로시간제를 1년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당정이 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을 바로잡고 법정근로시간의 의미를 살리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사족이 너무 많이 붙었다. 법원의 판결보다 후퇴된 방안이다. 사법부는 이미 법정근로시간을 넘는 초과근무시간은 모두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구고법과 서울고법이 잇따라 노동부의 행정해석이 잘못됐다는 판결을 내렸으며,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사법부의 판단이 확정되면 행정해석은 변경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과 정부가 여러 사족을 달아 노동시간단축의 의미를 축소하니 '무늬만 노동시간단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노동시간단축법안 처리시기를 미루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여기에는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중소기업의 비용부담과 인력난에 대한 세심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반영됐다.

이를 계기로 일각에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로 경영계에서 거론된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적 합의를 빌미로 노동시간단축을 무작정 지연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혹자는 노동시간단축법안과 통상임금 문제를 병합 처리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올해 말에 예정돼 있고, 노동부 임금제도개선위원회에서도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노동시간과 임금은 따로 뗄 수 없기에 이를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다. 어차피 야당에서도 노동시간단축법안의 연내 처리를 연기하자고 하는 만큼 자연스레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계륜 환노위원장도 "노동시간단축법안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국회와 노사정의 입장을 고려할 때 노동시간단축과 통상임금은 덧셈과 뺄셈의 방정식으로 함께 풀어가는 흐름으로 흘러가게 됐다. 그렇다면 여야는 원점에서 이를 다시 검토하되 민주적인 의견 수렴절차를 검토해야 한다. 노사정 또한 공방전만 되풀이하지 말고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노동시간이든 통상임금이든 함께 논의되더라도 법원의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 법원 판결이 출발선이 돼야 한다. 비용부담과 인력난이 우려되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만 불필요한 논쟁을 줄일 수 있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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