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전국대학노조(위원장 장백기)는 정부가 구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는 국립대 법인화와 대학 구조조정의 거대한 해일을 막는 최일선 방파제다.

과거엔 개별 대학의 학내 민주화와 근로조건 개선투쟁이 주요했다면, 현재는 교육부와 국회를 상대로 한 제도개선과 중앙 차원의 이슈투쟁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26일 노조에 따르면 최근 법령 개정이나 행정지침을 통해 기존 단체협약을 무력화하거나 전체 대학노동자의 근로조건을 후퇴시키는 경우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국립대 법인화 △대학 구조조정 △기성회 수당 삭감 △사학연금 법인부담금 환수조치·단협해지 등이 그것이다. 노조는 “국립대 법인화와 대학 구조조정 문제는 개별대학 차원에서 돌파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결국 조합원들에게 현안으로 돌아올 문제이자 생존권과 직결된다”고 진단했다.

국공립대는 전체 대학의 15% 수준이다. 법인화는 대학의 사립화·민영화로 귀결된다. 노조는 "교육의 공공성과 정부의 고등교육 책임을 회피하는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서울대·인천대법인화법 등 개별대학 법인화로 우회하고 있다.

대학노조의 역사는 부패·비리 사학 척결투쟁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상지대·세종대·숭실대·한국외대·동덕여대·덕성여대·서일대·수원여대 등 비리재단과 경영진을 퇴진시켰다. 지난 정부에선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는 성과를 일궈 냈다. 이와 함께 고등교육 재정확충과 정부의 책임 확대를 요구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안이 야당에 의해 입법발의된 상태다.

장백기 위원장은 2009년 대학노조가 조합비 정률화 문제로 내부갈등을 심하게 겪을 무렵 임기를 맡아 조합비 정상화와 조직 안정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별에 걸맞은 중앙 지도력을 바탕으로 임금·단체협상 투쟁을 강화하는 한편 조직역량을 중앙에 집중시키는 전술을 택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를 상대로 교육재정 확충과 교육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투쟁에 나서고 있다.
 

[인터뷰]

“대학 구조조정은 대학 줄 세우기”

- 대학 구조조정을 평가한다면.

“정부는 폐교 조치와 같은 압박수단으로 대학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 재정지원을 무기로 교육역량강화 사업과 같이 대학교육의 질과는 무관한 평가지표로 대학을 꼭두각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개별대학의 특성을 살려 자체 발전계획을 꾸준하게 추진하는 게 아니다. 교수와 학생·직원들이 연구와 공부, 행정이라는 본연의 일을 하지 못하고, 숫자 놀음에 동원되고 있다. 고등교육은 결국 교육 공공성을 얼마나 확대하느냐의 문제다. 또 대학과 학문 자율성을 얼마만큼 보장하느냐가 관건이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1.5% 수준의 재정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부패사학의 경우 대학운영에 개입해 국공립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고교 졸업생수가 감소하고 있다면 비대한 수도권 대학의 정원부터 1차적으로 조정하는 게 올바른 해법이다.”

- 사학연금 법인부담금과 관련해 정부가 단체협약 파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10여년 전부터 사학연금법이 교직원에게 불리하게 개정되면서 실질임금 하락을 초래했다. 그래서 임단협을 통해 사학연금과 연동하는 형태의 별도수당 신설로 인금인상을 해 온 게 사실이다. 관계법령이 정한 테두리에서 정상적인 노사합의로 이뤄진 결과다. 반값등록금 등 교육재정 부담에 따른 정부 책임을 교직원들에 떠넘기는 부당한 처사다.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 단체협약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져야 한다.”

- 정부와 국회는 기성회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2013년 대학정보공시자료에 따르면 국공립대학의 기성회계 전체예산은 1조4천300억원이다. 국가가 설립·운영하는 대학에서 전체예산의 40% 가량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시킨 것이다. 국가재정이 어려웠던 시절 자녀를 교육시키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이 모아져 1963년 문교부 훈령에 의해 기성회를 만들었다. 여기서 기성회비를 징수하고, 대학 재정에 사용해 왔다. 하지만 고등교육법에서는 국립대학 운영비용을 전적으로 국가가 부담하도록 했다. 법 취지에 맞게 국가 부담을 늘리고, 전체 고등교육 예산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재정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왜곡된 국립대학 재정수입 구조를 개선하면서 공교육기관으로서 국립대학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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