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정찬 변호사(법무법인 미르)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2구합36323 환수고지처분 취소

사건의 경위

망인은 1992년 2월 한국○○○(주)에 입사해 근무를 하다가 2000년 12월11일부터 중국 산동성 연태에 소재하고 있는 자회사 ○○유한공사에 파견돼 근무하던 중 2007년 7월29일 오전 6시30분께 회사 기숙사에서 이 사건 상병인 ‘뇌내출혈’ 및 ‘중대뇌동맥의 거미막하출혈’로 재해)를 당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한 결과 불승인을 받아 행정소송을 제기한 결과 1심에서 승소했다. 2010년 6월18일 고등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돼 2007년 8월28일부터 2010년 7월12일까지 업무상 재해로 근로복지공단에서 요양대상자로 승인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2010년 7월12일 망인에 대한 요양을 종결해 망인에게 장해등급 1급 제3호 판정을 해 장해연금을 지급했고, 이에 건강보험공단은 이 사건 재해는 업무상 재해로서 국민건강보험법상 제48조 제1항 제4호 규정된 급여제한 사유가 있다고 봐 동법 제52조에 따라 2010년 7월12일까지 이 사건 재해와 관련해 지급된 건강보험급여비용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에 대체청구하는 한편, 그 이후의 건강보험급여비용 2천623만3천200원(요양종결 후인 2010년 8월1일부터 2011년 9월30일까지 충주 현대요양병원에서 재해 후유증으로 입원 치료받아 발생한 치료비 중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요양급여비용)에 대해서는 2011년 11월14일 망인에게 부당이득 환수고지처분을 했다. 이에 망인은 그 부당성을 주장하며 보건복지부에 이의신청과 심사청구를 했으나 기각돼 이 사건 처분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 2011년 11월1일 소송 중에 망인이 사망해 상속인들이 소송을 수계한 사건이다.

행정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서 행정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상 망인에 대한 요양급여 제한사유를 전제로 하는 건강보험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행정법원이 이 사건 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① 항고소송에 있어서 해당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그 처분의 적법을 주장하는 처분청에 있는 점(대법원 2012.6.18 선고 2010두27639, 2764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② 국민건강보험은 제5조에 규정된 의료급여법에 따라 의료급여를 받는 자 등을 제외하고는 국내에 거주하는 모든 국민이 가입대상으로서 국민의 질병 등의 치료와 건강증진에 대해 일차적 보장을 수행하는 사회보장제도인 점 ③ 업무상 재해로 발생한 치료비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 외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나 근로기준법상 요양보상이 규정돼 있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완치되지 않았더라도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경우 이를 “치유”로 봐(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4호) 더 이상의 요양급여를 하지 않고 요양을 종결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는 등의 보존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여전히 국민건강보험법상 보험급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④ 사회보험에 있어 이중급여를 배제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 제1항 제4호가 급여제한 사유 중 하나로서 업무상 재해로 인해 다른 법령에 따라 보험급여나 보상을 받게 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중급여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기만 하면 그에 관한 일체의 치료비에 대해 건강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규정은 아닌 점 등을 모두 참작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 제1항 제4호의 ‘받게 되는 때’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진료행위에 대해 다른 법령에 의한 보험급여나 보상(報償) 또는 보상(補償)을 받을 개연성이 있음이 밝혀진 경우로 한정했다. 이러한 법리에 비춰, 이 사건이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하는지, 즉 보다 구체적으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험급여나 근로기준법상 보상을 받게 되는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 급여비용의 발생은 근로복지공단의 요양종결 후에 이뤄진 것이고, 이는 근로복지공단이 증상이 고정돼 더 이상의 치료가 불필요하다고 봐 치료를 종결하고 장해연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망인이 이 사건 재해인 뇌내출혈 등으로 거동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것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나 근로기준법상 요양보상의 대상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에 관해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피고(건강보험공단)가 이를 제대로 증명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망인이 이 사건 재해로 인해 장해급여를 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장해급여는 치유 후의 영구적인 노동력 상실에 대한 일실소득의 보전을 위한 소득보장성격의 보험급여로서 입원치료비를 보전하는 것이 아니어서 건강보험급여와 이를 동시에 받는 것을 두고 이중급여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에 관해 증명 책임을 부담하는 피고가 이를 제대로 증명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리고 망인이 후유증상 관리 및 재요양급여를 받은 사실도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이는 모두 이 사건 급여비용의 대상인 입원치료 이후의 별개의 치료에 대한 것이므로 이것 역시 이중급여라고 볼 수 없다는 것 등이다. 이 같은 판결이유는 지극히 정당한 것이고, 거의 대부분 원고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 사건 판결의 의미와 시사점

2010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0여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당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하고 있고, 이들 산재신청을 하는 근로자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약 88.5% 가량 산업재해로 승인하고, 약 11.5%에 대해 불승인한 것으로 통계는 밝히고 있다. 산업재해로 승인받은 산재근로자 중 중증 산재근로자는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요양급여를 지급받다가 치료종결(요양종결)된 후 장해급여를 지급받게 된다. 그런데 중증 산재근로자가 요양종결되는 경우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장해급여를 지급받게 되지만, 그 후에도 보존적 치료로서 입원 등의 병원비가 계속 필요한 경우에도 근로복지공단은 후유증상이나 재요양에 해당되지 않는 한 추가적인 병원비 등의 지급은 하지 않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공단 역시, 이 사건에서 논의되고 있는 바와 같이, 요양종결 후의 중증 산재근로자에 대해 건강보험급여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결국 요양종결 후의 중증 산재근로자는 근로복지공단이나 건강보험공단 어느 곳으로부터도 요양종결 후의 병원비 등에 관해 보험급여를 지급받을 수 없게 돼 산재보험 및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빠지게 될 위험성이 있는 것이고, 이는 중증 산재근로자 역시 당연가입자로서 건강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해 왔던 점을 참작해 보면 지극히 불합리한 결과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과 거의 동일한 사실관계의 유사사건에서 건강보험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다수 있었고, 그 결과 중증 산재근로자들은 건강보험공단이 기 지급한 수천만원의 건강보험급여비용을 구상당하는 경우가 다수 있는 바, 이 사건 판결은 기존의 다른 판결들과 결론을 달리해 중증 산재근로자를 보호하는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편, 이 사건 판결의 결론이 지극히 정당한 것이라 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부당이득 징수) 단서 조항에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업무상 재해인 경우에는 부당이득을 징수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규정을 신설해 요양종결 후의 중증 산재근로자를 비롯한 산재근로자의 보호를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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