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든다는데 노동계는 저질의 일자리만 양산될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이렇게 상반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뭘까요. 국민들이 좋지 않다고 느끼는 저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니 그런 거예요.”

김대환(64·사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대통령소속 위원회 위원장이 정부정책에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목표에 치우쳐 고용정책을 조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장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박운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 위원장 업무를 시작한 지 5개월 정도 됐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노사정위 식구들과 합심해 회의체 구성과 발족에 주력했다. 의제별위원회(공정노동시장연구위원회, 일·가정 양립을 위한 일자리위원회, 고용유인형 직업능력개발제도 개선위원회)와 업종별위원회(자동차부품업종위원회)가 새롭게 출범했다.

사회적 대화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사회적대화포럼과 특수고용직·가사사용인 등에 대한 보호방안을 논의하는 비전형근로자 보호방안 연구위원회도 논의를 시작했다.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 중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역시 열심히 하고 있다.”

- "고용률 70%라 쓰고 사회적 대화라 읽자"는 노사정위 구호가 인상적이다. 직접 고안한 문구라고 들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정과제인 고용률 70% 달성에 기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 이런 생각을 표현할 문구를 찾다가 예전에 읽었던 시구절이 떠올랐다. ‘그대라 쓰고 사랑이라 읽는다’였다. 다른 구절은 다 잊었는데 이 구절이 오래 기억으로 남았다.”

- 최근 외부 강연에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에 대해 연일 쓴소리를 내고 있다. 노사정위원장이 정부정책에 비판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드문 일인데.

“비판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시간선택제라는 것이 우리나라에는 상당히 새로운 현상이다. 전통적인 고용체제에서 변화해야 하고, 정부가 그 첫 단추를 꿰야 한다. 정부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정부가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한다고 비판한다. 시간제 일자리가 기본적으로 한계를 지니기 때문에 이러한 간극이 발생한다고 본다.

시간제 일자리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일자리다. 가계의 수익을 보충하는 수준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다소 조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마치 ‘보수도 높고 일은 편한’ 일자리처럼 잘못 전달되고 있다.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싶었다.”

“사회적 대화로 고용률 70% 기여 목표”

- 정부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다. 창출은 새로 만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기존에 존재하는 저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의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

“따로 대답할 필요도 없겠다. 바로 그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저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양산될 것이라는 비판이 왜 나오겠나. 우리의 현실이 그렇기 때문이다. 국민이 좋지 않다고 느끼는 일자리를 그대로 둔 채 이른바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이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나쁜 일자리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시간제 일자리가 노동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 정부의 고용률 70% 로드맵에도 그런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노동시장을 보면 기존의 고용체제에서 새로운 고용체제로 넘어가는 시점에 와 있다. 노동시장 전체에 대한 새로운 설계도가 필요하다. 함께 설계도를 그려 보고, 사회적 대화도 하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할 수 있는 일부터 해 나가는 것이 맞다. 아무리 높은 목표치를 설정하더라도 실행능력이 목표에 못 미칠 수 있다. 그러면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힘을 합쳐서 가 봐야 한다.”

- 노동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설계도가 있다면 정부와 노사정위가 유기적으로 돌아갈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시작된 통상임금 논란이 대표적이지 않나.

“동감한다. 이것이 나의 답변이다.”

-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앞두고 있다. 노동부는 전문가들로 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꾸려 제도개선 방향을 논의 중이다.

“노사정위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것이 임금·근로시간특별위원회다. 아직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실무선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대통령께는 공식적으로 이렇게 보고했다. 임금제도개선위가 개선안을 내놓으면 노사정위 임금근로시간특위가 그 결과를 받아 이해당사자와 전문가들을 불러 놓고 의견을 모아 가겠다고. 방금 지적한 통상임금이나 근로시간단축·정년연장·시간제근로 이런 문제들이 노동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공통적으로 걸리는 문제가 있다. 바로 임금이다. 결국은 전부 임금노동에 대한 얘기다. 그렇다면 임금 문제를 주축으로 한 일대 조정이 필요하다. 이를 임금근로시간특위에서 다루고자 한다.”

“노사정위 임금근로시간특위서 논의할 것”

- 임금은 곧 돈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힌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임금근로시간특위 참여에 소극적인데.

“각 경제주체들은 자신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만 따진다. 하지만 묻고 싶다. 다른 해결방법이 있나. 누구나 사회적 대화와 조정, 그리고 타협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경제주체들은 유·불리의 관점에서 한발 떨어져야 한다. 정부도 논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와 관계없이 종합적인 대화에 동참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패키지 딜(package deal) 방식의 사회적 대화라고 부른다.

협상의 기본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다. 테이크 앤 기브가 아니다. 내가 상대에게 하나를 주고 다른 하나를 받아 오는 것이 협상이다. 지금은 모든 논의가 개별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논의주체들이 테이크만 생각하는 것 같다.”

- 노동부 임금제도개선위의 개선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으로 이원화돼 있는 임금체계를 표준임금으로 단일화하는 방안과 통상임금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거론된다. 어떤 방식을 지지하나. 노사정위원장으로서 답변이 곤란하다면, 학자로서의 견해는 어떤가.

“학자로서 자유롭게 대답하겠다. 우리나라 임금체계에서 통상임금 개념이 빠지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면에서 표준임금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는 소수의견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임금체계를 보자. 하도 복잡해서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 임금이 근로자의 기여도나 생산성과 직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임금체계는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해법은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는 데 있다.”

- 노사정위는 협의체 구조다. 안건 상정 단계부터 참여주체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사회적 대화의 실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대화 방식을 좀 더 유연하게 바꿀 수는 없나.

“사회적 대화의 전통이 부재하기 때문에 사회적 의사결정의 속도가 더디고 방식이 거칠다. 그래서 답답한 측면이 있다. 의제를 상정하거나 합의를 도출할 때 어느 한 쪽이 반대하면 수포로 돌아간다. 의사결정 독점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어떤 합의를 도출하더라도 내용이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아니면 합의 자체가 불발돼 공익위원 권고안을 내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사회적 대화를 귀찮게 여기면 안 된다. 사회적 대화는 문제 해결을 위한 관문이다’고 말했다. 관문을 열기 위해 함께 노력해 주기를 당부드린다.”

“전교조 문제, 결국 국제규범 향해 나아갈 것”

- 노동부가 전교조에 ‘법상 노조 아님’ 통보를 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정부에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현재 노동부가 항고한 상태다. 전교조는 노사정위와 인연이 깊다. 1기 노사정위는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자격 인정을 통한 노동기본권 확충’ 에 합의했는데.

“98년 2월6일 김대중 대통령 집권 직전에 상당히 개방적이고 긍정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당시 합의 내용은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자격 인정에 대한 법안을 제출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논란이 되는 해직교원의 노조원 자격 문제도 여기에 해당한다.

노사정위는 법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국회에서 법안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부 내부에서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99년 특별법인 교원노조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전교조가 법내노조가 됐다. 이후 초기업단위노조 문제가 물밑으로 가라앉았다가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 본안 사건인 법외노조 통보처분취소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관심이 쏠려 있다. 노사정위도 문제 해결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해야 하지 않을까.

“1심에서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오면 정부의 통보는 효력을 잃는다. 그때는 교원노조법 개정으로 가야 한다. 이때 노사정위 논의를 거쳐 법 개정 수순으로 가면 좋겠지만 정부가 논의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법외노조 통보가 적합하다는 판결이 나오면 전교조는 노조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어느 쪽이든 본안 소송에서 법적인 판단이 서면 정부나 전교조가 이를 수용하기 바란다. 성숙하게 문제를 풀어 갔으면 좋겠다. 전교조 논란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게 하나 있다. 사회적 대화가 성숙하고 신뢰가 쌓이다 보면 모든 문제의 해법은 국제규범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결국 시간의 문제다. 변화를 함께 인식하고 공유하면 좋지 않을까.”

“민주노총 참여, 민주노총 스스로 답 찾아야”

- 민주노총이 98년 2·6 합의 이후 노사정위에 불참하고 있다.

“노사정위가 공식적으로 민주노총에 참여를 요청했지만, 조직 논리상 들어오기 어렵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답변이다. 조직의 논리를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못 들어온다는 얘기다. 그 문제는 민주노총이 내부적으로 고민할 몫이 아닌가 싶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불참하는 또 다른 이유는 ‘노사정위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부분도 면밀히 봐 달라. 98년 2월과 2013년 11월을 비교해 보자. 그 사이 우리 사회의 노사관계에 대한 법·제도가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그 변화를 의미 있게 봐 주셨으면 한다. ‘잘되면 들어가고, 잘 안 되면 안 들어간다’는 식이 아니라 노사정위를 보다 의미 있는 사회적 대화기구로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 올해 5월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철탑농성을 중단하면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노사정위가 이런 문제에 발 빠르게 대처했으면 좋았을 텐데.

“노사정위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개별 사업장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는 개별 사업장의 문제인 데다, 정치권까지 깊숙하게 개입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 문제를 노사정위로 끌고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교조 문제도 그렇고, 노사정위의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은 '왜 노사정위가 나서지 않느냐'고 질책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앓이를 한다. 하지만 제도적 틀은 지켜져야 하고, 또 그 틀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노사정위의 기본 입장은 개별 사업장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개별 사업장 문제가 전체 노동시장이나 노사관행, 법·제도에 직결되는 문제라면 사업장과 분리해서 다룰 수는 있다.”

정리=구은회 기자 / 사진=정기훈 기자
 

[상자]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대구 출신이다. 대구 계성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참여정부 때인 2004년 2월부터 2006년 2월까지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노사정위 공공특위 위원장·인천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한국고용정보원 이사장·참여연대 사회연구소장을 지냈다. 현재 인하대 교수(경제학부)로 재직 중이다. 올해 6월 노사정위원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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