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가 총파업 수순밟기에 들어갔다.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경쟁체제’라는 이름으로 수서발 KTX 주식회사 연내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수서발 KTX 개통 시기를 2015년 말로 예정하고 있는 만큼 노조는 “대화 좀 하자”고 요구한다. 반면 정부는 “철도 민영화가 아니다”고만 할 뿐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

최근 매일노동뉴스가 국회의원 100명(여 50명, 야 50명)을 대상으로 ‘철도산업 발전방안 국회의원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81%가 “국회 내 철도산업 발전방안 특별위원회 구성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국민 의견 수렴을 포함한 사회적 대화가 절실하다는 의미다. 실제 국민 100만명이 ‘철도 민영화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했지만 청와대는 서명지 받기를 거부했다.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해 전국의 철도가 멈추고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사회적 대화를 먼저 하자는 목소리에 정부는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노조 아님’과 ‘민영화 아님’ 그리고 ‘안 알려줌’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거창하게 정명론(正名論)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박근혜 정부는 사물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또 보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 일단 사법부에 의해 제동이 걸렸지만 멀쩡하게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하고 있던 전교조에 대해서 ‘노조 아님’이라고 통보해 버렸다. 대통령이 세 번 바뀔 동안 합법적 지위를 유지한 전교조가 박근혜 정권에 와서 갑자기 법 밖의 조직으로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대선 기간에 박근혜 선거캠프는 철도노조를 고발했다. 철도노조 홈페이지에 올려진 ‘KTX 민영화 추진하는 박근혜 후보 반대’라는 내용에 대해 자기들은 민영화에 반대하기 때문에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당선 후에는 어땠을까. 수서발 KTX를 시작으로 분할 민영화 계획이 막무가내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민영화 아님’이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누가 봐도 민영화가 맞는데 이 정부는 무조건 아니라고 우기고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서 철도노조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함께 갔다 함께 돌아오는’ 반드시 승리하는 총파업 투쟁을 호소하고 있다.

혹자는 먹통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정부의 이념은 ‘안 알려줌’이라고 한다. 정부가 계속 철도 민영화에 대해 ‘아님’으로 우기거나 ‘안 알려줌’으로 버틴다면 철도가 멈추는 것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제라도 여야 정치권을 포함해 사회적 여론을 경청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 주장만 밀어붙이는 것, 독재나 다름없다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

정부 정책이 '밀실'과 '일방'으로 치닫고 있다. 철도산업 발전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단 한 번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철도공사 내에서도 노사를 떠나 이 정책이 맞다고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국민 65% 이상이 반대하고 여야 국회의원들도 철도 민영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무도 반기지 않은, 더군다나 국민의 혈세 15조원 규모가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국책사업을 정부 혼자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철도노조가 총파업까지 불사하고 있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최근 국회의원 설문조사 결과 여야 의원 81%가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서라도 국회 내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국토교통부는 철도산업 발전방안이 집행단계에 있기 때문에 국회 내 특위 구성 요구가 말이 안 된다고 하지만, 국토부 또한 수서발 KTX 개통시기를 2015년 말로 발표하지 않았나. 최소한 1년 이상의 논의 시간이 남아있는 것이다.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아예 폐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 정책에 대한 다양한 우려 지점들이 제기된 만큼 모든 것을 다 꺼내 놓고 얘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자신들의 의견만 밀어붙이는 것은 독재나 다름없다.

박근혜 대통령 철도 민영화 중단하고 사회적 대화 나서야 

주제준
KTX민영화저지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

정부의 철도 민영화 강행을 저지하고자 철도노조가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건 노-정 충돌이라기보다는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국민과 박근혜 정부의 충돌이라고 보는 게 맞다.

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에서 국민 합의 없는 철도 민영화는 안 하겠다고 했다. 최근 여야 국회의원 의견조사에서 철도산업 발전방안이 철도 민영화 정책이라는 의견이 65.0%였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철저히 무시하면서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막대한 국가예산이 들어가는 일을 행정조치로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건 철도만의 파업이 아닌 국민의 파업이고 범국민적 전선을 쳐야 하는 일이라고 본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최소한의 절차도 밟지 않고 앞뒤 안 맞는 말을 하면서 제 공약을 뒤집고 있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은 민영화가 아니다”고 하더니 한편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 개정을 통해서 철도를 포함한 궤도산업을 개방하겠다”고 한다. 불통을 넘어 꼼수로 국민을 속이려 하니 기막힐 노릇이다.

철도산업 발전방안은 중장기적 전망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그 전제는 지금 일방적·졸속적으로 추진되는 철도 민영화를 중단하는 것이다. 또한 철도노조 싸움에 대한 국민적 도움과 지지 또한 절실하다. 정부가 밀어붙이려는 정책에 대해 철도노조가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면 가혹한 탄압을 할 것이다.

국가 100년 사업인 철도의 장기적 발전 위해 여야 머리 맞대자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철도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국토교통부는 민영화라는 단어만 붙이지 않을 뿐 철도민영화 정책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철도산업 발전방안 추진을 두고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국회에 얘기한다. 하지만 노조의 말로는 정부 입장만 잔뜩 설명하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당사자의 의견도, 전문가의 의견도, 국회의 의견도 듣지 않고 정부 의견만 맞는다고 주장하면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졸속적이고 독단적인 정책 추진은 당연히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갈팡질팡 모습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서 새누리당은 정부를 향해 철도산업 발전방안이 민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국민에게 잘 설명해야 한다는 후견인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부 의원들은 철도 경쟁체제 도입으로 인한 산간오지의 적자노선 폐지 논의가 불거지면 자기 지역구는 빼야 한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국회에서 허심탄회하게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철도 민영화는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100년 사업인 철도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자는 것이다. 국회 차원의 특위와 국토교통위 차원의 소위 구성에 새누리당의 동참을 호소한다.

정부조달협정 개정 이어 수서발 KTX 주식회사는 철도 민영화 의미 

박원석
정의당 국회의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IMF 이후 10년이 넘게 몰아친 신자유주의 물결에서 마지막 남은 보루가 바로 공공부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국가기간망인 철도에 대한 민영화 시도는 이명박 정부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박근혜 정부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서유럽 순방 중이던 와중에 기습적으로 WTO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철도시설의 건설과 조달, 철도의 설계 등 엔지니어링 서비스, 철도시설 감독과 관리의 조달계약이 시장개방 대상에 포함된다.

이 개정안이 발효된다면 도시철도 뿐만 아니라 고속철도까지 개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후속 입법조치가 필요하고 국가·국민에게 중대한 재정 부담을 지우는 조약을 국회 비준 없이 처리하려 하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연내 설립 강행을 추진 중인 수서발 KTX 주식회사는 철도 민영화의 상징이 되고 있다. 정부의 일방통행이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일방통행에 맞선 철도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한다. 함께 싸워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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