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기류가 심상찮다.

전국금융산업노조가 은행 강제 합병.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관치금융 반대 등을 내세우며 대규모 집회를 연데 이어 오늘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정부도 은행장 회의 등으로 바쁘게 움직이지만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는 묘안이 마땅찮아 11일 총파업이 현실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게다가 노-사, 노-정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이라 금융 파업이 자칫 전체노사 불안으로 이어지는 촉매 역할을 하지 않을까 더욱 걱정이다.

노조측 주장대로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지난 2년여 동안 구조조정으로 전전긍긍해야 했고, 큰 곳만도 10여군데가 없어지면서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는 고통을 당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변화가 없다는 지적과 함께 또 한차례 회오리에 직면한 그들의 입장을 감안할 때 개혁을 주도해 온 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은행 업무가 중단되는 극한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만의 하나 파업이 발생할 경우 은행은 물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엄청나다. 가뜩이나 심각한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은 물론 수출. 대외거래와 우리의 대외 신인도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는 점에서 재고를 당부한다.

게다가 우리 금융업은 어떤 형태로든 개편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금융계에는 메가머저(대합병)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미국에 이어 일본. 유럽에서도 급속한 합병.인수가 이뤄지면서 거대 금융그룹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우리 역시 이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니 이미 대형 외국기관들이 국내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개편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물론 대형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전문화를 통해 틈새 시장을 파고드는 길도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이 어중간한 형태로는 안되며, 서둘러 부실을 털고 강한 조직으로 재편되지 않으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노조도 구조조정에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충격을 줄이고 은행을 강하게 하는 방법을 스스로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지금처럼 정부 주도의 일방통행식이거나 무원칙적이어서는 안 된다. 기준을 분명히 하고, 원칙이 일관성있게 실행돼야만 시장의 신뢰를 얻고 해당 기관의 반발도 막을 수 있다.

또 구조조정 이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분명한 장기 비전과 함께 노조와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그래도 설득이 어려운 판에 인력. 조직은 손 안대겠다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거나 무조건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아울러 의사결정이나 집행에 문제가 있다면 정책 당국자와 경영진에 대해서도 엄정한 문책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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