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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겐 이름이 없다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내가 아는 한 그들에겐 이름이 없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라는 이름도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이라는 이름도 그들을 오롯이 설명할 수는 없다. 88만원 세대라는 이름도 마찬가지다. 청년실업 문제에 포함되는 사람들이지만 2013년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의 주요 대상은 아니다. 청년노동과 일자리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논의는 아르바이트와 대졸 청년구직자, 고학력 실업에 맞춰져 있지만 그들은 논의의 핵심적인 대상이 아니다.

올해 고등학교 졸업자 63만여명, 수능 응시자 중에서 재학생은 50만명이다. 수능을 치지 않고, 대학에 가지 않는 청년과 수능을 치고도 대학에 가지 않는 청년까지 포함한 20만여명이 바로 그들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지 않는 20만여명의 청년들은 전체 고등학교 졸업생의 5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로 많은 수를 차지한다. 고졸 비진학 청년(혹은 후기 청소년)들은 사회에서 아무런 이름이 없다.

그들 중 매년 10만명 넘는 학생들이 재수생이라는 이름으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는 그들이 대학을 가는지, 대학을 준비하다가 취업을 하는지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리고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있다. 그들은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현장실습을 다니면서 노동을 접하게 된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하지만 그들의 대부분도 한 회사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하지 않는다. 그들이 갈 수 있는 정규직 일자리는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교육을 받거나 기술이 없는 그들을 교육시켜서 키워 줄 정도로 여유 있는 회사는 거의 없다.

그리고 1~2년 고된 노동을 체험하고 일을 그만두게 된다. 또한 비싼 대학 등록금이 부담스럽고, 직업에 대한 비전이 없는 상태에서 졸업을 하게 되는 청년들이 많다. 이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와 휴식을 반복할 뿐이다.

비진학 고졸 청년들을 인터뷰하는 연구자로부터 한 청년의 이야기를 들었다. 청년은 어릴 때부터 국토대장정을 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졸업하고 1~2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국토대장정 광고를 보고 신청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신청 자격기준이 2년제 이상 대학 재학 중이거나 휴학생이라서 좌절하고 신청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다. 청년실업에 대응하는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들의 각종 인턴도 대학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 졸업자들을 특화해서 고졸만 채용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학졸업생 중심의 취업구조에서 그들이 갈 곳은 열악한 환경의 작은 사업체에 불과하다. 학력의 벽을 느끼고 사회의 차별을 느끼면서 그들의 노동이 시작된다. 그들은 '대학생'이라는 강력한 또래의 다른 친구들의 이름 앞에서 스스로 이름을 갖지 못한 존재가 돼 버리는 것이다. 정부의 교육훈련 정책도 이들을 명확하게 이름 붙이지 못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면서 대학을 가 볼까 생각하다 결국 아르바이트를 반복하며 20대 후반까지 나이를 먹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 대학교 앞 커피전문점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을 뽑을 때 그 학교 학생만 뽑는 다고 한다. 그리고 한 청년의 이야기에 따르면 같은 일을 하지만 대학생이냐, 고졸이냐에 따라 시급이나 대우가 다른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대학을 가게 된다고 그들의 삶이 대단하게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대학을 진학한 그들은 이름을 갖게 된다.

대졸과 고졸, 학력 간 임금격차가 세계적으로 큰 나라에서, 직업훈련에 대한 지원과 사회적 인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회에 그들은 놓여 있다. 우리 사회에서 "높은 대학진학률이 문제"라고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공부하지 않을 것이면서 대학은 왜 가냐고 다그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대학을 간 청년들은 최소한 사회에서 대학생으로, 그리고 청년실업에서 주요하게 호명된다. 대학을 진학하지 않는 그들은 사회에서 '대학생'이나 '직장인' 같은 이름을 갖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아직 우리 사회는 비진학 고졸 청소년들의 노동에 대해 이름을 불러 줄 만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래서 여전히 그들은 홀로 이 사회에서 생존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yangsou20@hanmail.net)

양호경  yangsou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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