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전국교직원노조 법외노조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3일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 통보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본안 소송 1심 판결까지 전교조 합법적 지위는 유지된다. 말 그대로 정부·여당의 압도적 포위 속에서 전교조가 ‘기사회생’했고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한 당사자인 노동부는 머쓱한 처지가 됐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또 거꾸로 가고 있다. 법원의 결정이 나온 당일 검찰은 전교조를 상대로 대선개입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14일에는 공무원노조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노동부는 본안 소송에서 다퉈 보겠다고 하지만 이미 법적 허점들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현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법 개정을 위한 노력이란 지적이 높다.

방하남 노동부 장관 책임지고 법 개정 나서야 

박진보
전교조 정책교섭국장

고용노동부가 전교조 규약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법외노조 통보를 하겠다고 밝힌 지난 9월23일부터 6주 동안 참담했던 시간이었다. 전교조는 ‘내 삶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터라 전교조가 설립취소될까 두려웠다. 서울행정법원의 효력정지 결정이 있던 날에도 본부에 “각하될 수도 있다” 또는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라는 얘기가 돌았다. 그만큼 전교조 조합원들은 법원의 결정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건 것이다. 이 모든 문제의 책임은 방하남 노동부 장관에 있다. “전교조 규약에 대해 법과 원칙 그리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자신의 말도 지키지 못한 장관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노동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할 행정기관장이 법률의 위임도 없는 시행령을 근거로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바람이 있다면 방하남 장관이 교원노조법과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의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았으면 한다. 그간 전교조는 참교육에 힘을 쏟는다고 썼지만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교육민주화 선언을 통해 교육현장에서 노동과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 정신이 담긴 참교육을 할 것이다. 교원노조법 개정에도 힘쓸 것이다.

법외노조 제동 걸리니 대선개입 수사 어이없어

박병우
민주노총
노동기본권본부 실장

지난 13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43주기 추도식 중 한 마리의 비둘기가 날아들었다.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집행정지라는 쪽지를 입에 물고 날아온 비둘기에 모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그 기쁜 모습에 분을 참기 어려웠던지, 바로 이어 전교조의 지난 대선개입을 문제 삼겠다는 공안발 소식이 시간차로 날아들었다.

분노에 앞서 어이가 없다. 국가정보원의 조직적 대선 개입이라는 국기문란 사안과 공무원노조·전교조 활동이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갖다 붙이려고 해도 층위가 비슷한 사안을 갖다 대야지, 이건 그냥 손가고 입가는 대로 지르는 모양새가 어째 조마조마하다. 정권의 정국 운영 실력이 아슬아슬 외줄타기 수준이다.

전 정권은 돈만 챙기면 된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쳐 주로 파렴치한 성향을 드러냈다. 공안몰이와 공권력 폭력의 방향도 그쪽이었다. 반면 현 정권은 이른바 ‘새마을’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구태라는 점이다. 세월을 거슬러도 정도껏해야 하는데 거의 50년을 뒤로 곧장 질러가는 형국이다.

그들의 과거 회귀 본능은 우리 노동자와 민중을 한데 모이게 하고 있다. 어쩔 도리가 없다. 그들의 시도가 헛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줄 수밖에 없다.

노조해산권 잔재 노조법 시행령 제9조2항 개정 시급

은수미
민주당 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는 전교조가 해고 조합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아 노조 아님 통보를 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조의 정의 조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9조2항의 노조설립신고서 보완요구 조항 위반을 그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노조 아님 통보 효력을 중단시키는 집행정지 결정을 하면서 노동부의 근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런 법원의 결정에 대해 노동부는 의미를 축소하고 '일반적인 판결 경향'이라고 논평했다. 앞으로 전교조가 법상 노조가 아니라는 점을 적극 소명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사실 현재 문제가 되는 노조법 시행령 제9조2항은 권위주의 시대에 존재했던 노조해산명령권의 잔재가 남은 것이다. 노동 3권을 위협하는 과도한 행정규제라는 지적도 많고, 세계적으로도 유사 입법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같은 위헌적 규정에 대해 정부는 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것 없이 대통령령을 국제적 기준에 맞춰 개정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에서 망신만 사고 있는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교조 혐오증이 도사리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 전교조는 국가 권력을 사사로운 복수심의 해소 도구로 쓰려는 정권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노동부는 국민대통합 정치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노조법 시행령 개정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절차를 밟아야 한다.

법적 근거 없이 법외노조 밀어붙인 노동부 장관 사과해야

임상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법원의 판단은 당연한 것이다. 그 판단을 빨리 내려줬다는 게 다행스럽다.

쟁점은 두 가지였다. 해고자의 조합원 신분을 인정하느냐와 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라고 통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느냐다. 두 번째에 방점을 찍고 싶다. 법이 노동부에 그런 권한을 부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이런 일을 벌인 데 대해 문제제기를 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 장관이 사과하라는 거다. 법적 근거도 없이 시행령만으로, 그것도 과거 몰래 끼워 넣고는 쓰지도 않고 있던 시행령을 들이 밀어 합법노조를 갑자기 법외노조로 만들었다. 전교조는 합법일뿐더러 국제단체와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사항에 따라 멀쩡히 운영되고 있는 노조다.

이번 사태와 같은 외압에 의한 무리한 법 적용이 앞으로도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노동부 말고도 모든 정부부처들이 외압이나 충성경쟁 때문에 그동안 사문화됐던 복고적 법조항 등을 온갖 군데에 다 적용하려고 시도하지 않을까. 시민사회에도 어떤 식으로 공격이 들어올지 모른다.

이에 대항하려는 세력들은 작은 차이를 두고 싸우거나 경쟁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권은 그런 작은 차이를 이용해 큰 것들을 얻어내고 있지 않나. 지금은 모두 견디고 연대하면서 싸워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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