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3.10.17 선고 2013누10863 판결

1. 사안의 개요

A, B, C 3개 회사는 옛 마산시(창원시에 통합되기 전) 동(洞) 지역의 정화조 청소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고, A회사의 대표이사는 갑, B회사의 대표이사는 을, C회사의 대표이사는 병이다. 을은 갑의 친형이고, 병은 갑의 매형이다. 실제로는 갑이 위 3개 회사를 단독으로 경영했다. 갑은 하수관거 정비사업으로 매출액이 줄어들자 이 사건 2명의 근로자들이 소속된 B회사를 휴업·폐업시키는 형식으로 이 사건 근로자들을 해고하려는 계획하에 B회사에 등록된 차량을 C회사로 옮기는 등의 방법으로 B회사의 매출액을 의도적으로 줄인 후에 2011년 12월13일 B회사의 휴업신고를 했고, 아무런 자구 노력도 하지 않다가 지난해 4월15일 이 사건 근로자들을 해고한 후 그 다음 날에 폐업신고를 했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소속된 B회사가 아닌 A회사를 상대로 해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휴직 등 구제신청을 했다. 경남지노위는 "A와 B는 별도의 법인으로 동일한 사업장으로 보기 어려워 이 사건 근로자들의 소속 사업장은 A가 아닌 B"라고 하면서 이 사건 근로자들의 구제신청을 각하(경남지노위 2012부해239·부노22 병합)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3개 회사는 실질적으로 A의 사업장이거나 최소한 3개 회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하나의 사업장이라고 판단해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부당휴직이라고 판정(중앙2012부해366·부노122 병합)했다. 이에 A회사는 중노위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이 사건 근로자들은 2012.4.15자 해고에 관해서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는데 초심에서는 각하, 재심에서는 기각됐다. 이 사건 근로자들이 소를 제기해 현재 서울행정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2. 대상사건의 쟁점

이 사건 근로자들이 소속된 회사는 B인데, B회사는 상시 근로자수가 2명에 불과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적용되는 사업장이 아니다. 반면 이 사건 3개 회사가 하나의 사업장으로 평가되는 경우 상시 근로자수는 11명이 돼 위 법조항이 적용된다. 따라서 이 사건 3개 회사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3. 대상판결의 요지

서울행정법원은 “① 이 사건 3개사에는 A 대표이사가 3사의 경영을 담당하고 A법인 통장으로 자금을 관리하기로 하는 공동 사규가 존재해 왔고, ② 실제로도 A의 대표이사가 이 사건 근로자들을 포함한 3개 회사 근로자들 전체에 대해 업무지시, 징계·단체교섭 등의 노무관리, 임금지급 등을 해 왔으며, ③ 임직원들과 작업차량이 수시로 이 사건 3개사 내에서 소속이 변경돼 왔고, ④ 청소 및 수거작업이 소속이 다른 근로자와 차량이 섞이거나 공동으로 이뤄졌을 뿐 아니라, ⑤ 작업한 근로자와 차량의 소속과 무관하게 매출이 3개사에 임의적으로 분배돼 왔는데, ⑥ 특히 2011년 9월부터는 B회사의 매출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C회사의 매출을 늘어나게 하는 방식으로 B회사의 휴업 내지 폐업을 준비해 왔고, ⑦ B회사는 분뇨수거업 허가, 창원시와 위탁대행계약, 4대 보험 가입, 세금납부 등 독립된 법인격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만을 취했을 뿐, 그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독자성과 독립성이 없음은 물론 더 나아가 소속 근로자를 관리·감독하는 노무대행기관으로서의 실체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⑧ 원고(A회사)는 대외적으로 제출되는 재무제표 작성 외에 실제 회계관리가 회사별로 독자적으로 이뤄져 왔음을 증명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3개 회사는 법인격만 3개의 회사로 구분해 놓았을 뿐 실질에 있어서는 3개사 전체가 하나의 동일한 회사로 운영돼 왔다고 판단된다. 참가인들(이 사건 근로자들)은 이 사건 3개사 자체를 단일한 사용자로 봐 구제신청을 제기하는 것이 실질에 부합하겠지만, 이러한 3개 통합회사는 별도의 형식적 법인격이 없어 구제신청이나 소송 등의 상대방으로 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원고를 포함한 구성회사 각각을 구제명령을 이행할 사용자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시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어 서울고등법원은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유를 대부분 그대로 인용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4. 사업 또는 사업장의 의미

가. 기존 판례

근로기준법은 제11조 이외에도 제24조 제3항, 제70조 제3항, 제93조 제12호, 제94조 등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도 그 개념에 관해 정의하고 있지 않다. 판례는 옛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의 동일 사업장 내 퇴직금차별 금지제도와 관련해서 “여기서 말하는 ‘사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그 자체를 의미하므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기업 조직은 하나의 사업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판시(대법원 1993.2.9 선고 91다21381 판결, 대법원 1993.10.12 선고 93다18365 판결, 대법원 1997.11.28 선고 97다24511 판결, 대법원 1999.8.20 선고 98다765 판결)했다. 하나의 기업 내에서 여러 개의 공장이나 사업부가 있는 사안에서 이들을 ‘하나의 사업’에 해당된다고 판단했지만, 여러 개의 법인이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사안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은 없다. 다만, 두 개의 법인이 동시에 정리해고를 하거나 한 법인의 특정사업부문에 한해 정리해고를 하는 경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여부는 원칙적으로 정리해고를 하는 법인별로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양 법인 또는 한 법인과 다른 법인의 특정사업부문이 동종의 사업을 경영해 그 업종이 처한 경기상황에 동시에 반응하며, 상호 인적·물적 설비가 엄격하게 분리돼 있지 않고, 노동조합도 각각이 아닌 단일노조로 구성돼 양 법인과 통일적으로 교섭하고 있는 등 사실상 하나의 법인으로 운영돼 그 경영상황이 하나의 기업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양 법인 또는 한 법인과 다른 법인의 특정사업부문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관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해 정리해고의 요건 중 경영상의 필요성에 관한 판단의 경우에 하나의 법인과 다른 법인의 사업 부문을 하나의 사업으로 볼 수 있음을 인정한 사례는 있다.(대법원 2006.9.22 선고 2005다30580 판결)

나. 대상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은 여러 개의 법인이 독자성 없이 하나의 회사로 통합운영되는 경우에는 하나의 사업장이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 또는 사업장’의 해석론에서 출발하지 않고, 묵시적 계약관계 법리를 기초로 해 이 사건 근로자들이 B뿐만 아니라 A, C 회사와도 묵시적 근로관계가 인정되므로 A, B, C는 하나의 사업장이라고 논증했는데, 이는 근로관계는 형식이 아닌 실질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에 기초해 대법원이 설시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즉 사업장의 범위를 실질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논리구성으로서 타당한 면이 있다. 그리고 대상판결은 하나의 사업장으로 인정되는 여러 회사 각각을 구제명령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고 설시해 구제명령신청의 당사자 적격 내지 해고 등 무효소송의 피고 적격에 관해서도 명확히 판단한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묵시적 계약의 법리는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는 업체 소속의 근로자와 제3자(원청회사) 사이의 근로관계를 인정하기 위한 법리 구성으로서, 근로기준법상 사업 또는 사업장의 범위를 파악하기 위한 법리로서는 한계가 있는 바(이 사건에서는 근로자들과 C회사 사이의 근로관계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여러 개의 회사가 경영의 본질적 요소인 인사·회계 등이 통합돼 있어 각 회사가 경영에 있어서 독자성·독립성을 갖지 못하는 경우에 이들 회사들을 하나의 사업장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설시하지 않은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업들은 위장도급 사례에서와 같이 근로계약의 형식을 이용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려 시도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동일한 사업주가 형식적으로 여러 회사를 만들거나 하나의 회사를 여러 회사로 분할하더라도, 그 회사들이 실질적으로 하나의 회사로 통합경영된 경우에는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근거가 돼 기업들의 책임회피 시도를 막을 수 있는 사례로서 실제적인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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