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현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삶)

올해 초 일군의 청년들이 모여 알바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쉽게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비정규 노동자라는 이름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있는 노동자들을 가리키는 말이 ‘알바노동자’다.

필자는 ‘알바연대, 이 단체가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끼쳐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며, 알바연대 회원들에 대한 노동법 교육과 자문·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알바 실태조사와 '알바 5적'

알바연대는 알바 실태조사를 하면서 알바들의 열악함을 깨달았고 그것을 폭로했다. 또 알바 5적(롯데리아·파리바게트·카페베네·GS25·고용노동부)을 정해 알바들의 공분을 모아 냈고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알바들의 수다·노동법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법적인 권리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며 사람들을 모았다.

알바연대는 여러 단체들과 함께 메이데이에 알바들도 쉴 수 있어야 한다며 ‘알바데이’를 조직했다. 이 밖에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한 최저임금1만원위원회를 구성해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을 요구했다. 반짝하던 최저임금 투쟁과 비교할 때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알바노조로 업그레이드

알바 실태폭로와 최저임금 1만원 요구에 이어 알바연대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고용노동부는 당초 노조설립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알바들의 당연한 권리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따른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여론에 밀려 설립신고증을 교부하게 됐다.

알바노조의 첫 번째 교섭은 계약직·단시간·협력업체 알바생인 조합원의 부당해고에 맞선 투쟁이었다. 근로기준법으로 보호될 가능성이 적은 상태에서 교섭을 요구했고, 사용자는 처음에는 “당돌해서 해고한다”고 대응했다.

하지만 정작 대면교섭에서는 “우리가 몰라서 그런 것이니 이해해 달라”고 하면서 “요구한 것을 다 들어주겠다”고 했다. 원직복직을 비롯한 모든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알바노조가 법으로 보호되는 것보다 더 크게 알바들의 권리를 지켜 낸 셈이다.

알바노조 총회서 전열을 가다듬다

알바노조는 지난달 전국을 순회하며 노동조합 출범을 알리며 조합원을 가입시킨 데 이어 대학알바노조 건설을 외쳤다. 지난 9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전날 총회에서 임원진을 다시 선출했다. 다음날에는 노동자대회에서 알바노동자 퍼레이드를 벌이고 알바노동자대회를 치르면서 내부 전열을 가다듬었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이 시대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의 표상인 알바노동자의 단결체인 알바노조에 희망을 가져 본다.

자문과 교육·상담을 하며, 주유소·편의점·피시방·커피전문점 등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알바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다. 또한 근로기준법의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들을 어떻게 살려 낼 것인가,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노동부 근로감독관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다양한 형태의 알바들이 배제되는 법 적용은 어떻게 보완해야 할 것인가, 최저임금의 획기적 인상은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알바노조가 비정규·불안정 노동의 시대를 벗어나는 데 힘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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