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노동자 서민들이 지금보다 단 1센티미터라도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하고 싶습니다."

지난달 공공노련 2대 위원장에 취임한 김주영(52·사진) 위원장이 새롭게 다지는 각오다. 김 위원장은 취임식 자리에서 "공공부문을 넘어 침체해 있는 한국 노동운동에 새로운 기운을 불러모으고, 한국노총의 혁신적 변화를 이끌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내년 1월 실시되는 한국노총 임원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9월 전력노조·LH노조·한국도로공사노조 등 공기업 노조들과 의기투합해 공공노련을 결성했던 그가 또 한 번 한국노총 90만 조합원들 앞에 묵직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공공노련 사무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일·정책 중심 연맹 토대 만들어"

- 공공노련 2대 위원장으로 취임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대한민국 기간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공기업노조들의 대표라는 자리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노동운동을 하는 동안 좀처럼 떨리거나 긴장되는 일이 없었는데 위원장 취임식 날은 굉장히 긴장되고 떨리더라. 그만큼 책임지고 풀어야 할 현안이 많다는 뜻이다.

과거 작은 지부의 지부장이었던 그때로 돌아가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 국민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우리 연맹이 그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공공노련 출범 2년차다. 성과가 있다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연맹을 믿고 많은 조직이 함께했고, 조직규모가 커졌다. 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투쟁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논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정책역량이 필요한 만큼 이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맹조직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많이 뛰어다녔다. 무엇보다 가맹조직들에게 '우리 연맹'이란 인식과 자부심을 심어 줬던 게 성과인 것 같다. 일과 정책을 중심으로 삼는 연맹의 기본 토대를 만든 시기였다."

- 공공대산별 건설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공공대산별 건설은 오래전부터 선배들이 열망했던 부분이지만 이해관계들이 맞물려 있어 쉽지 않은 문제다. 그래도 공공대산별 건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하고 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와 공기업정책연대 활동을 하고 있지 않나. 이런 활동을 통해 '함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된 것 같다.

공공대산별 건설은 각 조직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지 않으면 어렵다.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공공대산별 건설의 밑바탕을 만들기 위해 공공노련이 먼저 실력을 쌓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박근혜 정부 노동정책, 한쪽 양보만 강요"

-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부문을 개혁대상으로 삼는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인데.

"김대중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정책부터 이명박 정부 선진화 정책에 이르기까지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개혁의 대상으로 낙인찍히며 수모를 당해 왔다. 지금도 부채를 비롯해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책임을 공공노동자들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 노동자들이야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지 않나.

공공노동자들을 개혁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공기업이 엉망이 되도록 내버려 두고, 잘못된 정책을 생산하고 집행한 정부는 왜 비겁하게 뒤에 서 있는가."

김 위원장은 최근 정부 지시로 공기업 노동자들의 급여를 삭감하고, 각종 공공기관 지침과 다른 단체협약 조항을 전수조사한 것과 관련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단협에 개입하겠다는 것은 노사관계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과 같은 위험한 발상이다. 단협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업과 노조가 공존하기 위해 맺은 신사협정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부분을 정부가 전수조사를 하고, 지침으로 강제하겠다고 한다. 도대체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정부가 법 위에 서겠다는 것이고 노사관계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통제를 할 거면 정부는 직접 교섭장에 나와야 한다."

-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모든 것은 사람의 문제인데, 노동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가 한 명도 없는 것 같다. 노동계와 소통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없다. 과거에는 산별대표자들이 대통령을 만나 노동현안을 건의할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일자리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도 정부가 기본적으로 한쪽의 양보를 통해서만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입장이 아닌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책으로만 가는 것 같아 매우 아쉽다."

"한국노총 운동, 기본으로 돌아가야"

김 위원장은 지난달 취임식에서 한국노총 임원선거 출마의사를 밝혔다. 2011년 임원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후 두 번째 도전이다. 그는 "절치부심했을 것 같다"는 질문에 "용기를 내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이라고 말했다.

- 한국노총 임원선거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계가 많이 활성화됐지만 IMF 경제위기 이후 내리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양대 노총을 다 합쳐도 노조 조직률은 10%밖에 안 되고 비정규직은 넘쳐난다.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노사관계 선진화 정책으로 노동진영이 황폐화됐다.

노동운동이 기본으로 돌아가서 시작하지 않으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그런데도 내셔널센터가 중요한 노동현안을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셔널센터가 기본을 지킨다면 달라질 부분이 많다. 노동운동이 출발점으로, 기본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마를 결심했다."

그는 침체된 현장 분위기가 걱정스럽다고 했다. "누가 (위원장이) 되든 그놈이 그놈"이라는 냉소가 현장에 짙게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뽑아 놓고 나면 뒤통수를 치고 자신들이 갈 자리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한국노총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은 그런 걱정을 많이 한다. 한국노총이 이번에도 바로 가지 못한다면 노동자들의 실망이 더욱 커질 것이다."

- 한국노총의 활동을 어떻게 보고 있나.

"노동운동이 상층부 중심으로 가다 보니 현장의 관심이 떨어진다. 현장 중심이 되려면 발로 뛰면서 소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내셔널센터의 기본은 민주적인 운영과 회계의 투명성이다. 과연 지금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고 있는지 의문이다. 잘못된 관행도 많다. 내셔널센터의 임원은 정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보면 노동운동을 마치 직업처럼 여기거나 정계진출이 목표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오죽하면 '거래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겠나. 본연의 일을 열심히 하다가 정치권으로 가서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괜찮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진정성·정책능력·추진력 검증 자신"

- 왜 김주영이어야 하는지 설명해 달라.

"지금까지 원칙을 가지고 살아왔다. 어떤 문제든 진정성 있게 접근했다고 자부한다. 헝클어져 있는 노동현안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면 누가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몰두하는지가 중요하다.

추상적이고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2004년 비정규직 문제가 이슈화되지 않았을 때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전력노조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이끌었고, 소외돼 있던 콜센터 노동자들을 최초로 조직했다.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정년도 연장했다. 침체된 노동운동을 다시 살려 내기 위해 필요한 진정성·정책능력·추진력은 검증받았다고 자신한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중 노동운동 측면에서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한국노총은 여전히 국민과 소통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조직이다. 한국노총이 분발함으로써 노동자·서민들이 지금보다 단 1센티미터라도 나은 삶을 산다면 그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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