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지난 8일 오전 찾은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 한국마사회 본관 앞에는 커다란 천막이 세워져 있었다. 노조는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신용산지사 개장을 촉구하며 7일부터 본관 앞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장경민(42·사진) 한국마사회노조 위원장은 이날 천막농성장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이런 이슈로 싸우는 노동자들이 흔하지 않죠"라고 운을 뗐다.

“신용산지사 개장 마사회가 결단해야”

지난달 초 취임한 장경민 집행부 또한 전임 집행부에 이어 서울 용산구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는 마사회 신용산지사(마권 장외발매소) 개장을 요구하며 마사회를 상대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사업에 노조가 나서 개장을 촉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 위원장은 “용산지사 이전사업에 1천200억원 가까운 돈을 들였는데 좌초 위기에 내몰리면서 직원들의 위기감이 높다”며 “규제 일변도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로 인해 경마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산지사 개장까지 차질이 빚어지면 마사회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이어 “마사회가 결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장외발매소가 도박중독자를 양산하는 등 환경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 위원장은 "기존 용산지사는 시설도 낡고 인원수도 제한 없이 입장하면서 지저분하고 혼잡한 문제가 있었지만 신용산지사는 지정좌석제로 운영된다"며 "경마고객들이 예전보다 줄어들겠지만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과 경마 관람 문화 향상을 위해 운영방식을 바꾼 것이니 만큼 도박중독자들이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용산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들끓고 있는 반대여론을 키운 책임은 마사회에 있다고 했다.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단 개장하고 보자' 식으로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반대여론만 키웠다는 것이다.

실제 마사회는 2009년 말부터 용산지사 이전을 추진했지만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 공청회나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마사회가 국가로부터 독점적 혜택을 많이 받다 보니 경영진들이 경마산업 발전을 위한 대외활동에 손을 놓다시피 했어요. 정부를 상대로 대화도 하고 마사회의 우군을 만들어야 하는데 손 놓고 있었던 거죠."

“마사회 복수노조와 연대 강화할 것”

9월 장태평 마사회장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현재는 김영만 부회장이 회장대행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의사결정을 바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노조의 얘기다. 장 위원장은 조만간 결정될 신임 마사회장 선출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받아안고 마사회 발전을 위해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오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발등에 떨어진 현안을 수습하는 일도 급하지만 내부를 돌보는 일도 신임 위원장이 소홀이 할 수 없는 일이다. 노조는 마사회 제2·3노조로 불리는 마사회업무지원직노조·시간제경마직노조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4~5개월 전부터 협의체를 구성해 현안을 공유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회사에 전달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 기존에 희생을 감수했던 무기계약직이나 비정규직을 끌어안아야 한다"며 "회사와 노조들 간 조정 역할을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마필관리사들의 산업재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장 위원장은 "경마산업이 원활하게 시행되려면 경마인력들의 산재가 줄어야 한다"며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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