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변호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13가합100584 해고무효확인

1. 문제


오늘날 명예퇴직제도는 인적 구조조정의 수단이다. 사용자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제도로 활용돼 온 지 오래다. 명예퇴직은 근로자에겐 더 이상 명예롭게 퇴직하는 제도가 아니다. 정리해고·징계해고·통상해고 등이 해고로서 정당성이 인정돼야 하는 것이고, 그 때문에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어 근로계약의 합의해지(또는 해지권 행사)로 평가되게 되는 명예퇴직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명예퇴직·희망퇴직은 사업장에 따라서는 그 대상자와 퇴직위로금액을 달리하고 다른 제도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나 법적으로는 합의해지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모두 정리해고에서 해고회피 노력의 하나로 법원은 오래전부터 인정해 왔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정리해고를 단행하기에 앞서 대상자 등 기준을 정한 공고를 통해 그 신청을 받아 명예퇴직을 실시함으로써 정리해고로 달성하고자 하는 인적 구조조정을 달성하거나 명예퇴직 실시를 통해서 이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에 정리해고 절차로 이행하는 것이 오늘 많은 사업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적 구조조정의 방식이다. 이렇게 명예퇴직제도가 본래 의미를 상실하고 인적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그 대상자로 정한 근로자가 명예퇴직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 문제가 생긴다. 합의해지라는 명예퇴직제도의 성격상 그 대상자가 신청을 하지 않으면 명예퇴직으로 정리할 수가 없다. 인적 구조조정이 상시적으로 진행되거나 다음이 예정돼 있는 경우에 사용자가 정한 대상자 중 명예퇴직 불응자에 대해서 해당 사업장에서 명예퇴직제도를 인적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보직해임·대기발령·비연고지 원거리발령·직무능력평가·직위해제·직권면직(해고) 등이 이 사건에서 명예퇴직 불응자에게 취해졌던 조치였다. 이와 유사한 조치가 많은 사업장에서 취해져 왔다. 그럼에도 명예퇴직 불응에 따른 이러한 조치들이 법원이 부당하다고 판결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이에 따른 직권면직, 즉 해고를 정리해고로서 정당성이 없다는 판례는 드물게 있지만, 정리해고가 아닌 회사 인사규정에 의한 직권면직이 해고로서 무효라는 판결을 찾아보기 어렵다. 보직해임·대기발령·원거리발령 등 전환배치·직무수행능력 평가·직위해제 등이 사용자의 인사권 행사에 속하고 특히 직무수행능력 평가는 사용자에 의해서 그 평가요소 내지 기준이 정해지고, 평점 부여가 행해지는 우리의 경우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한 직권면직 등 해고에 관해서 근로자가 그 정당성을 다투기 어렵다. 전적으로 사용자의 인사권 범위에서 근로자에게 공개되지 않는 지점에서 행해지고, 설사 투명하게 공개된다고 해도 이미 퇴출대상자로 정해져 있는 근로자에 대해서 근무평정자인 상급관리자가 낮은 평점을 부여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자들에 대한 이 사건 직권면직, 즉 해고의 문제는 사용자가 명예퇴직을 인적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대상자 중 불응자에 대한 인사발령 등 처분에 따른 퇴출에 이르는 하나의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장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일 수밖에 없다.

2. 사건

제4차 공공기관 선진화추진계획을 이행하기 위해서 피고 대한지적공사가 인력감축하기로 하고 2008년부터 기존 명예퇴직 및 희망퇴직을 확대 실시하는 방법으로 이를 추진해 왔고, 노조와 공사의 합의로 명예퇴직 대상자를 정했다. 정년을 몇년 앞두고 있는 직원들을 직급별로 그 기준을 정해서 명예퇴직 대상자로 정한 것이었다. 2011년 12월 정년을 3년 앞둔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급별로 출생년도 기준으로 해서 명예퇴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 대상자 중 명예퇴직신청에 불응한 기술직 직원 원고 윤○○ 등에 대해서 2012년 1월16일 지사장 보직을 해임하고, 2012년 2월1일 원거리로 겸무지발령을 했다. 그리고 2012년 7월10일 이들에 대한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하고서 낮은 평가를 이유로 2012년 7월20일 회사 인사규정에 따라 직위해제하고, 2012년 10월26일 회사 인사규정에 따라 직권면직으로 해고했다. 사용자는 회사 인사규정의 직권면직 사유 중 “직무수행능력의 현저한 부족으로 근무성적이 불량한 경우”(34조 1항 2호), “직제와 정원의 개폐 또는 예산의 감소 등에 따라 폐직 또는 과원이 된 경우(동항 3호)”에 해당한다고 원고들을 직권면직으로 해고했다. 원고들은 부당한 해고라며 피고 대한지적공사를 상대로 해고무효와 해고기간 임금상당액 지급청구의 소송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3. 쟁점

이러한 직권면직처분이 해고로서 그 사유에서 정당한 것인지가 주된 쟁점이 됐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공사의 방침에 따른 명예퇴직에 불응한 원고들을 내쫓기 위한 수단으로 행한 직권면직이라서 직권면직의 사유를 정한 인사규정에서 정한 ‘직무수행능력의 현저한 부족으로 근무성적이 불량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2호), 공공기관 선진화추진계획에 따라 공사가 인력 감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 직권면직이라서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고 주장했다(3호). 이에 피고는 인사규정의 직권면직 사유에 해당하고 정리해고로서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쟁점 중 정리해고의 정당성에 관해서는 공공기관 선진화추진계획을 이행하기 위해서 한 공공기관의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등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요건을 갖춘 것인지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미 한국공항공사의 대규모 정리해고 사건에서 법원이 공공기관 선진화추진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해당 공공기관 자체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 등 정리해고 요건의 해당성을 파악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한 바 있었다. 문제는 이 사건에서는 회사 인사규정 중 직권면직 사유 중 2호, 즉 ‘직무수행능력의 현저한 부족으로 근무성적이 불량한 경우’에 원고들이 해당하는지가 논란이 됐다는 것이다.

4. 판결

서울남부지법은 원고들에 대한 직무능력수행 평가는 명예퇴직 대상자로 선정됐음에도 명예퇴직 신청을 하지 않자 보직해임·겸무지발령 뒤에 명예퇴직에 응하지 않은 근로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점, 원고들이 전산능력은 회사 업무의 전산화가 이뤄진 이후에도 근무해 왔고, 지사장 등 관리자로서 역할을 수행해 온 점 등을 보면 원고들이 직무수행능력 평가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직무수행능력의 현저한 부족으로 근무성적이 불량한 경우’(2호)라는 직권면직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처럼 이 사건에서 법원은 명예퇴직에 불응한 근로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직무수행능력 평가이고, 이전까지 근로자로서 정상적으로 근무해 왔다는 점을 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직무수행능력 평가에서 좋지 않은 평가에도 직권면직 사유인 ‘직무수행능력의 현저한 부족으로 근무성적이 불량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 주된 근거로 봤다. 문제는 단순히 명예퇴직 불응자를 대상으로 한 직무수행능력 평가라고 해서 이 사건에서 법원은 그 평가의 공정성을 부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그 직무수행능력 평가 자체를 인정한 전제에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을 주의해서 판결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명예퇴직 불응에 따라 해고되고 있는 근로자들은 거의 대부분 그 이전까지 정상적으로 근무해 온 자이다. 명예퇴직이 사용자의 인적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대상자로 정해진 것이지 직무수행능력의 부족으로 더 이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근로자, 즉 징계해고나 통상해고의 사유에 해당하는 근로자가 아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전까지 정상적으로 근무해 왔던 점을 이 사건 직권면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근거로 들고 있다는 점에서 이후 유사사건에서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보인다. 무엇보다도 판결문에서 구체적으로 판결이유로 기재하고 있지 않지만 사용자가 명예퇴직 불응자를 퇴출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 사건에서 보직해임·대기발령·원거리 겸무지발령·직무수행능력 평가·직위해제 등의 절차를 거쳐 직권면직을 통한 해고를 하나의 과정으로 기획해서 실행했다는 사실을 이 사건 판결문에서 읽어낼 수 있다면, 그는 사용자가 노사합의 등으로 사업장에서 추진하는 명예퇴직에 불응한 근로자에 대해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해서 그 부족을 이유로 인사규정에 따라 직권면직·당연면직 등으로 하는 해고가 정당하지 않다는 이 사건 판결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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