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오는 7일 전국 65만여명의 수험생들이 동시에 2014년 수학능력시험을 친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간의 노력들이 이날 하루 만에 평가된다. 그리고 65만명 청년들 대부분의 단기적인 목표는 조금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 대학진학률이 높은 이유는 바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학력 간 임금격차 때문이다. 대학을 진학하지 못하면 기술과 경력이 있어도 노동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 2013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대학을 간다. 대학이라는 교육과정이 학문이나 꿈과 같은 추상적인 단어가 아니라 먹고살기 위해 직장을 구하기 위한 과정이 돼 버렸다.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 강연에서 청년들의 꿈은 결국은 노동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교사가 되거나, 디자이너가 되는 등의 다양한 자아실현과 호구지책의 목표는 있겠지만 그 직업은 노동이라는 기본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강조한 강연이었다.

수능이 끝나고 많은 고등학생들이 처음으로 ‘알바’를 경험하게 된다. 사회 경험과 약간의 용돈을 벌기 위해 많은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를 구한다. 최저임금만이라도 준다면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불합리한 대우나 수당을 주지 않는 초과근무는 참고 넘긴다. 청년들에게 첫 노동의 가치는 대다수 많은 직장인들처럼 한 달 월급이 통장에 들어올 때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이다. 청년들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노동은 권리가 아니라 인내하는 것을 먼저 배운다. 우리 사회의 슬픈 노동은 청년들이 대부분 경험하고 지나쳐 가는 수능과 수능 이후의 경험에서 시작하는 것일지 모른다.

한 청년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교조 교사를 만났다. 교사를 따라 전태일기념사업회에서 진행하는 전태일 관련 연극을 보면서 펑펑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모두가 전태일이다”라는 연극의 대사가 뇌리에 남아 있다고 했다. 그 청년에게 노동은 전태일 정신이었다. 전교조 교사와의 우연한 만남이 청년의 첫 노동에 대한 경험을 바꾸었다. 우리 사회는 청년들의 첫 노동에 대해 얼마나 고민을 하고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고등학교 정규과정에 기업-정부-가계로 표현되는 경제의 3주체가 나오고, 대학에서는 다양한 인턴십 제도와 영어수업이 필수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누구나 맞이하게 될 노동의 권리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반영된 교육과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몇몇 교육청에서 노동인권 교육을 선택적으로 할 수 있게 제도를 만들고 있고, 관련 교과서도 만들고 있다. 그러나 많은 청년들이 겪는 노동에 대한 최초의 경험은 아직도 아르바이트와 최저임금, 그리고 부당한 대우다.

청년노동에서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으로 조직화하거나 스스로 목소리를 내게 하는 과정이 아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그들에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가르쳐 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 노동에 대한 경험이 없는 하얀색 캔버스 위에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노동권이라는 최초의 밑그림을 그려 주는 것은 청년에게 가장 중요하다. 부당한 대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전에 부당함을 부당하다고 인식하게 해 주는 것이 먼저다. 노동인권 교육의 가장 중요한 대상은 바로 청년이다.

수능이 끝나고 많은 고등학교에서 고3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및 노동법 교육을 한다고 한다. 청년 아르바이트의 열악한 노동이 몇 년간 사회에 많이 알려졌고, 청년들도 노동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예전보다는 많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청년들에게 노동의 권리는 여전히 먼 이야기다. 유럽의 어떤 나라처럼 노사 교섭방식까지 배우는 교과과정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 어려울지 모른다.

일자리가 혜택이 아니라 권리임을 알려 줄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전 사회적 고민만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노동의 가치를 제자리에 갖다 놓게 해 줄 것이다. 대다수 청년들은 결국 노동자가 될 것이니까.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yangsou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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