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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 과로에 대한 판정위 판단 심각한 오류
권동희
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올해 7월1일부터 만성적 과로기준에 대한 고시(제2013-32호)가 개정·시행됐다. 변경내용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발병 12주 동안의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는지 여부와 종합판단원칙을 적용시키는 것이다. 이는 고시에서 명시됐듯이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근로 등 근무형태, 정신적 긴장의 정도, 수면시간, 작업환경, 그 밖에 근로자의 연령·성별·건강상태 등을 종합해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시 개정 4개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근로복지공단 및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만성과로 판단에는 문제가 많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민주당 의원실의 의뢰를 받아 올해 7월1일부터 9월31일까지 심의된 서울판정위의 뇌심혈관계 질환 판정사례를 분석했다. 그중 근로시간 55시간 이상자 중 불승인된 건의 심의조서 9건을 받아 그 내용의 타당성을 분석했다. 재해조사서를 확인하지 못한 한계는 있지만, 9건의 사례에서 판정위의 판단의 심각한 문제점을 확인했다.

만성적 과로기준이 올해 7월부터 변경·시행됐음에도 여전히 옛 기준으로 판단한 사례가 발견됐다. 즉 개정법 시행 이후의 사건임에도 주평균 근로시간, 특히 12주 평균근로시간에 대한 분석 및 평가가 아예 행해지지 않은 사안이 존재했다. 12주 평균 주 60시간 근무 및 야간근무를 했음에도 이에 대해 평가되지 않은 사례(사건번호 1138호), 발병 4주 전 1주 평균시간·발병 전 12주 전 1주 평균시간 자체를 구체적으로 산정하지 않고 평가하지 않은 사례(1049호·1130호) 등이다. 분석 대상이 주 55시간 이상 사안임을 감안하면, 다른 불승인사건에서도 동일사례가 존재할 것이다. 최초 지사에서 이런 점이 조사되지 않았다면 판정위에서 조사를 하든지 원처분 지사에 재조사를 의뢰했어야 한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근로시간,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근로시간이 각 고시 기준인 64시간(1503호), 60시간을 초과하더라도 만성적 과로로 평가되지 못한 사례가 존재했다.(1138호·1327호·1439호)

판정위는 경비원의 경우 발병 12주 동안 1주 평균 근로시간이 60시간을 초과한 사례(1327호·1439호)뿐만 아니라 거의 근접한 사례(1450호의 경우 59.5시간)도 만성적 과로로 평가하지 않았다. 발병 전 3일 이내 출근한 2일에 각 14시간·12시간의 폭설로 인한 제설작업을 했고, 기존질환이나 위험인자가 없는 경비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평가했다.(1115호)

분석 결과와 공단의 판정지침(뇌혈관질병·심장질병 조사 및 판정지침, 2013. 7. 31)을 보면 경비원의 경우 근로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판정위에서 만성과로로 평가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고시와 지침에는 “야간근무 시간이 길수록, 빈도가 높을수록 발병 영향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해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각 사례 모두 이것이 제대로 반영돼 평가되지 못했다.

심의시 종합판단원칙도 구체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경매업무에 대한 스트레스(1138호), 불량률 증가 및 위험업무 자체의 스트레스(1295호), 대출업무에 대한 스트레스(1130호) 등 정신적 스트레스는 중요한 위험인자로 고려되지 않았다.

결국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는 각 개별 노동자별로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함에도 법의 기본정신과 거리가 먼 평균근로시간(4주, 12주상 각 64시간, 60시간)의 설정이 오히려 산재 불승인의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형식적인 '종합검토원칙'이 판정위에서는 구체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고시상 기준시간을 초과하더라도 근로시간의 강도·집중도(종합검토원칙)를 이유로 경비노동자가 배제되는 추세를 보면, 현 판정기준은 불승인 처분을 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라는 걱정이 든다. 업무상질병에 대한 판단은 법률적 판단이지 의학적 판단이 아니다. 의사 위주의 판정위 심의구조에 대한 대수술이 시급하다.

권동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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