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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교섭 실종된 교원 노사관계 파국으로 가나

고용노동부가 지난 2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노조 아님’ 통보를 함으로써 합법화 이후 14년을 이어 온 교원 노사관계는 사실상 빙하기에 들어갔다. 교원 노사의 단체교섭은 불능 상태에 빠져들었고, 단체협약은 휴지조각 취급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교조 외에 한국교원노조·자유교원조합·대한민국교원노조는 건재하다. 교육부는 이들 노조와의 단체교섭은 정상적으로 진행하며, 교원 노사관계도 유지된다고 강변한다. 교원노조의 조직규모를 보면 교육부의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노동부가 집계한 전국노조 조직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교원부문에는 11개 노조에 6만9천656명의 교사들이 가입해 있는데 이 중 전교조 조합원은 6만249명이다. 한교조 조합원은 6천399명, 자유교조 조합원은 2천402명, 대한교조 조합원은 606명에 불과하다. 전교조를 빼면 교원 노사관계나 단체교섭은 상상할 수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밀어붙였다. 헌법에 규정된 노동 3권 가운데 단체행동권이 제약된 전교조에 대해 단체교섭권마저 빼앗은 것이다.

되돌아보면 교원 노사관계는 단체교섭 없는 노사관계로 규정됐다. 99년 7월 전교조가 합법화됐지만 2003년 이후 정부와의 중앙단위 교섭은 중단됐다. 교원노조 간 이견으로 단체교섭 창구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아 정부와의 교섭은 정지됐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8년 전교조와 체결한 단체협약마저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2003년 이후 단체협약은 자동 갱신됐는데 협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지된 것이다. 이어 전교조 산하 16개 지역지부와 지방교육감이 체결한 단체협약도 잇따라 해지됐다. 게다가 노동부는 2010년과 2012년 해고자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규약과 관련해 전교조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명박 정부는 단체협약 해지에 이어 노조 규약 시정명령까지 전교조에 대한 파상공세를 이어간 셈이다.

그런데 2010년 지방자치단체장·지방교육감 선거로 진보교육감이 대거 배출되자 새로운 국면이 조성됐다. 전교조 지역지부 가운데 9개 지부가 지방교육감과 새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에 명시된 교섭창구단일화제도의 유효기간(2009년 12월31일)이 만료된 것도 영향을 줬다. 중앙단위는 물론 지역단위 교섭에서 창구단일화 없는 자율교섭이 가능해졌다. 또 서울중앙지법은 2010년 전교조의 단체교섭응낙가처분신청과 관련해 교육부에 단체교섭을 개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노정은 교육부 장관의 단체교섭 출석여부로 의견이 엇갈렸고, 결국 본교섭은 이뤄지지 못했다. 교원 노사 단체교섭 정상화의 공은 박근혜 정부로 넘어간 셈이다.

이렇듯 박근혜 정부 출범 전후로 교원 노사관계 또는 단체교섭 환경이 종전과 크게 달라졌다. 교육부·노동부는 정부 출범 초기 이러한 환경변화에 조응하려 했다. 교육부·노동부 장관이 잇따라 전교조와 접촉해 노사관계 정상화의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교육부는 또 지난 7월18일 자율교섭에 따라 자유교원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전교조와 교육부는 8월8일 ‘2013년 단체교섭 절차 및 내용에 대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논란이 됐던 교섭 대표와 교섭 시간 등이 합의되면서 중단된 중앙단위 단체교섭도 재개될 것으로 점쳐졌다. 이러한 흐름은 느닷없이 바뀌었다. 노동부는 9월23일 해고자 규약을 문제 삼아 전교조에 ‘노조 결격사유 시정요구’를 내린 데 이어 교육부는 이를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했다. 전교조가 조합원 총회에서 규약개정 거부를 결의하자, 노동부는 지난 24일 ‘노조 아님’ 통보를 했다.

그간 교육부문의 노사관계는 학교 비정규직과 행정직 공무원의 노조 결성으로, 외연이 넓어졌으며 복잡해졌다. 학교 현장에는 교사·행정직원·비정규직이 가입한 노조가 여럿 존재하게 됐으며, 노·정 또는 노·노 간 갈등과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하게 됐다. 정부는 교섭 당사자이자 사용자이기도 하지만 갈등의 중재자로서 이중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서 전교조와 교육부의 노사관계 또는 단체교섭은 선행적 사례이자 준거틀이 된다.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는 이런 상식에 한참 어긋난 것이다.

정부에 묻고 싶다. 사용자로서 정부는 전교조와의 단체교섭 정상화를 통해 타 직종(학교 행정직 공무원·비정규직)까지 노사관계를 안정화하는 정상적인 절차를 포기한 것인가. 교육부문 노사관계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전략이 ‘전교조 배제’ 말고는 없다는 말인가. 용역폭력을 동원하고, 노조파괴컨설팅을 받으면서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일부 민간기업 사용자들과 정부의 행보에서 변별점이 없지 않는가. 법적 논쟁을 떠나 노사관계로 보면 사용자로서 정부의 이런 태도에 한숨만 나온다.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 전교조는 법원에 집행정지신청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1일 전교조의 신청에 대해 판결을 내린다.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조항(제9조 2항)을 적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와 법조계에선 모법인 노조법의 위임이 없는 시행령 조항을 자의적으로 적용한 것이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법원은 사용자로서 역할을 포기하고 폭주기관차가 된 정부에 제동을 걸어주길 바란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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