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동양그룹 각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경영이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법원의 관리를 받는다. 잘하면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적지 않은 기업이 법정관리에 성공한 예도 있어 가까운 시일에 예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언론에서는 경영위기의 원인분석이나 오너일가의 도덕성에 집중하는 듯하다. 부도 가능성이 높음에도 기업어음을 판매했다거나 사전에 금융감독기관이 방조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기업어음으로 피해를 입게 된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내용의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러한 감시와 비판은 회생절차에서 마땅히 깊게 고려돼야 한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많은 이들이 이번 사태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회사를 믿고 열심히 일해 온 노동자들의 고통이 가장 심할 텐데 관심은 턱없이 부족하다. 일터를 잃거나 급여를 삭감당할 수도 있지 않겠나. 부디 그런 뉴스 보도가 없길 소망한다.

경영책임이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일이 매번 반복되고 있지만 정작 해결방안 마련은 지지부진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5년 내지 10년 주기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과 규모를 고려할 때 아마도 이 같은 위기 사이클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08년 시작된 경제위기는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저축은행·LIG·STX·동양·동부 사태 등이 그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에서 적지 않은 진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야만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97년 외환위기 해결 수단으로는 정리해고 제도가 유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순수했던 많은 이들이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리해고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 같은 방식이 정답이 아니었음을 얼마 가지 않아 깨달았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많은 노동자와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후였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에 대한 반성으로 최근에는 위기극복을 위한 다양한 대안이 제시됐다. 2008년 경제위기에서는 구조조정 대신 일자리를 나누거나 임금을 반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무급휴직을 감수한 노동자들도 상당수였다. 그리고 위기가 극복되면 그 성과를 노동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고무적인 현상임은 분명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다양한 현실에 비해 제도가 뒤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이라 할 만한 일자리 나누기의 대부분이 노사 자율 합의의 결과다. 게다가 일회적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지속시켜 줄 제도가 없다면 합의는 언제든 쉽게 깨질 수 있다. 다수의 사용자는 아예 합의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성가시고 비용지출을 꺼리기 마련이다. 다급하면 법대로 (구조조정) 하자고 나오기 십상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노동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위기극복 방식을 담을 수 있는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정리해고 제도의 폐지 내지 변경이 그 시작이어야 한다. 문제점은 충분히 확인됐다. 여야 모든 정당이 일부 이견은 있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에 동의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근기법을 개정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기존 제도의 변경 외에도 새로운 제도 도입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보다는 일자리 나누기가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도록 유인해야 한다. 세제에 도움을 주거나 규제를 완화하자는 제안도 있다. 중소기업에는 급여지급 보전 등 직접적 지원방식이 좋겠다.

무엇보다 위기대응을 위한 사전 예방적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핵심은 노동자들을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이다. 노동현장은 오래전부터 이 같은 방식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위기극복 성공사례의 대부분은 위기극복을 위한 계획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노동자들의 참여가 있어 왔음을 잘 보지 않았는가. 노조가 참여했을 때보다 좋은 결과가 있었다. 대주주 못지않게 노동자들이야말로 기업의 흥망에 가장 큰 영향을 받지 않던가.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hanmail.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