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오면 너무 두려워요. 또 어떻게 버티나 싶어서…. 주민들이야 100명 안쪽인데 경찰 3천명이나 동원할 필요는 없잖아요. 제발 경찰들 물러가면 좋겠습니다."<동화전마을 주민 이아무개(48)씨>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공사가 재개되는 동안 공권력에 의한 밀양 주민들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은 앞으로 8개월간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주민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인권단체연석회의·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인권침해감시단(인권감시단)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주민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3천명의 경찰이 공사현장과 인근 마을에 상주하며 주민들의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채증과 강제연행 등 과잉대응, 모욕적 언사를 수시로 가하고 있어 주민들이 신체·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주민 36명이 구급차에 올랐다. 14명은 연행, 1명은 구속, 9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랑희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사실상 밀양은 계엄 상황”이라며 경찰의 즉시 철수와 폭력 금지·주민의 집회시위 자유 보장·피해 주민에 대한 회복조치를 촉구했다.

주민건강 침해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노령인 주민들의 기존 질환이 악화됐고, 노숙과 산길통행으로 관절부상과 감기증상이 다수 나타났다. 의료진 출입까지 제한당하는 실정이다. 이상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편집국장은 “공권력이 사실상 주민들을 토지로부터 분리시키면서 주민들은 강제이주와 맞먹는 건강권 침해위협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정일 민변 변호사는 “공권력이 중립성 원칙을 위반하고 공사 진행만을 위해 작동되고 있다”며 “한전과 공권력에 의한 주민공동체의 파괴는 헌법적 기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변정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팀장은 "이제는 정부가 나서 새로운 논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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