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중국 시진핑 주석의 최근 움직임이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등소평 노선을 충실히 따르는 개혁·개방파로 알려져 있었다. 이런 차원에서 마오쩌둥 노선을 표방하는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와 정치노선에서 대립하고 있는 듯이 알려져 있었다. 그래나 이런 통념과는 달리 시진핑 주석은 최근 부쩍 마르크스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8월21일자 문화일보는 <시진핑 ‘마르크스주의 선전활동 강화’>라는 제목 아래 이렇게 보도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9월19~20일간 베이징에서 전국사상공작회의를 주재했다. 시 주석은 회의에서 “사상공작회의는 당의 극단적인 중요한 사업”이라며 “(중국 사회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위치를 공고히 하도록 하는 것이 사상선전 사업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 “당 간부는 물론이고 전체 당원과 인민이 공동의 사상 기초 위에서 중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그는 “당교와 고등교육기관 등이 마르크스 사상을 연구하고 선전하는 기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새로운 간부, 젊은 간부들은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마르크스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자파(走資派, 중국 공산당에서 자본주의 노선을 주장하는 파)의 말이라고 하기에는 놀랍기 그지없다. 그런데 시 주석의 이런 움직임은 마르크스에 대한 강조에 머무르지 않고 있다. 9월26일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마오시대 유물 '자아비판 강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9월23~25일 허베이성 공산당 상무위원회의 군중노선 교육실천활동을 주제로 한 민주생활회의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가하고서 행한 발언을 통해 “비판과 자기비판은 당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무기”라며 상호비판과 자아비판을 활성화해야 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간부들을 포함한 전체 당원들은 당성을 더욱 증강해야 하고 자신과 동지, 당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지는 자세로 비판과 자아비판이라는 무기를 대담하게, 상시로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판과 자아비판은 하나의 양약이며 동지와 자신에 대해 즐겨 사용해야 한다”며 “비판과 자아비판을 하려면 용기와 당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비판은 공공의식에서 출발해야 하고 실사구시에 근거해야 하며 시비를 분명히 가르고 진위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개인적 은원이나 득실·이해·친소관계를 따지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시 주석의 말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중국 군부도 자아비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10월15일자 해방군보 보도에 따르면 광시(廣西)성 군구 당위원회가 ‘민주생활회의’로 불리는 자아비판 및 상호비판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나아가 각 성(省)이 자아비판을 위한 민주생활회의를 개최하는가 하면 당 상무위원들도 지방을 방문, 민주생활회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이런 말과 움직임을 접하면서 우리 운동이 하루빨리 본받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표현하는 적합한 사자성어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정면교사(正面敎師)라는 말은 억지로 만든 말 같아서 어색하고, 취장보단(取長補短, 상대방의 장점을 취해서 나의 단점을 보완한다)이라는 말이 있으나 매우 생소하다. 어쨌든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우리에게 많은 반성과 교훈거리를 준다.

중국은 등소평이 실권자가 된 이후 자본주의 방식의 산업화 노선을 취했다. 그렇게 함에 있어서 남한 박정희 정권의 국가 주도 산업화와 불균형적 발전 전략을 취했다. 은행과 기간산업을 국가가 소유·경영하는 것, 내수산업보다 수출산업을 먼저 발전시키면서 이 부분에 독점재벌을 키우는 것, 저임금·장시간 노동 정책을 써서 노동자 대중의 희생 위에 소수의 자본가들과 정부관료와 기업관리자층이 빨리 부자가 되게끔 밀어주는 것 등이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의 개발독재 모델을 빼닮았다. 그로 인한 지배층의 부패와 사회양극화가 극에 치달아 그 모순이 지금 폭발 직전에 있다. 낡은 모델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길을 중국보다 먼저 걷기 시작했고 따라서 그 모순이 중국보다 더하면 더하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고, 노동계급의 대다수인 중소·영세·비정규·여성 노동자들은 기본생활이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청년들의 태반이 사실상 실업자이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야말로 낡은 모델을 하루빨리 폐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 노동운동은 사상선전활동을 강화하고, 비판과 상호비판을 부활시켜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사상선전활동을 강화하고 자아비판을 활성화할까. 우리가 움켜쥐고 치켜들어야 할 공동의 사상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르크스주의이나 마오쩌둥 사상이 아니다. 바로 전태일 동지의 인간해방 사상이다. 11월13일이 다가오고 있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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