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사태와 국회 국정감사를 지켜보며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단어를 곱씹어 봤다.

1871년 파리 시민·노동자들에 의해 세워진 혁명적인 노동자 정권인 '파리코뮌'의 수명은 72일에 불과했다. 정부군을 파리에서 몰아낸 3월18일이 아닌 공식적인 창립 선언일인 3월28일을 파리코뮌 출발일로 보면 그 수명은 더 줄어든다. 파리코뮌은 같은해 5월28일 정부군에 의해 국민군이 초토화되면서 짧은 역사를 마감했다. 파리코뮌 국민군과 파리 외곽에 진을 친 정부군은 72일간 죽고 죽이는 대치를 계속했다. 대치 기간 정부군은 대열을 정비하며 지방에서 일어난 각종 혁명사태를 수습했고, 파리코뮌은 정부군에 맞서면서 내부 단결을 이어 갔다. 이 72일간의 대치를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란음모 사태 이후 통합진보당은 정치적 영향력이 유명무실화되고, 사실상 시민권을 박탈당한 고사 상태에 들어간 듯하다. 이번 사태로 통합진보당이 얻은 건 별로 없어 보인다. 박해받는 이를 향하는 동정심과 내부 단결을 꾀하는 동력을 얻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돌팔매질이 난무하는 것으로 봐선 그다지 동정심을 얻지는 못한 것 같다. 10월 재보궐 선거 두 곳에 모두 후보를 내는 것으로 봐서는 내부 동력이 강해졌다는 말은 일면 타당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통합진보당이 득을 봤다고 할 수 있을까. 국가정보원이 일방적으로 득을 보고 있는 상태를 공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적대적 공생관계는 우리 주위에 있다. 지역주의로 생명을 유지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대표적일 것이다. 정치 성향이 아닌 지역을 기준으로 공생하는 기이한 정당구조이지 않은가. 좌에서부터 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정치인들이 민주당에 포진할 수 있게 만드는 배경도 결국에는 지역주의에 있다. 적어도 적대적 공생관계의 최대 수혜자는 민주당이다.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중에는 정치와 언론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목격된다. 본래 정치와 언론은 '홍보의 가치'와 '정보의 가치'를 주고받는 공생관계다. 우리나라 정치와 언론의 적대적 공생은 보수언론의 막대한 힘에 기인한다. 364일 대립하다가도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야당 정치인들이 보수언론과 단 하루 손을 잡는, 그런 일이 국정감사 기간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적대적 공생관계는 결국은 돌아설 수밖에 없는 사이를 의미한다. 어느 한쪽이 힘이 월등히 세져서 상대의 이용가치가 없어졌을 때 공생은 끝난다. 적대적 공생관계는 토사구팽을 내포한 관계인 것이다. 공생관계가 파국을 맞기 전 동지가 옆을 떠나는 것도 두려운 일일 것이다. 함께 걸어왔고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사람들 곁에 있는 것이 결국 이득이지 아닐까. 국감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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