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24일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함에 따라 9명에 불과한 해직자를 이유로 조합원 6만여명의 권리를 빼앗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해직자 등 조합원 자격을 문제 삼지 말라는 국제사회의 권고를 외면해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노동부가 노조 아님 통보의 근거로 삼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제9조2항에 대해 노동계와 법조계는 법률의 위임이 없는 자의적인 조항으로 보고 있다. 모법인 노조법이 위임하지 않은 내용이 시행령에 담겨 있다는 지적이다.

6만여명의 조합원 중 겨우 9명의 해직자 때문에 노조활동에 필요한 권리를 송두리째 박탈한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교조뿐 아니라 전국공무원노조도 14만명의 조합원 중 135명의 해직자가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설립신고서를 받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0년 9월 노조법 시행령 제9조2항이 인권을 침해한다며 삭제를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조합원 자격 때문에 노동조합 자격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조법 시행령은 물론이고 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상 조합원 자격 관련 조항에 대한 노동계·법조계의 개선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전교조가 관련 조항을 대상으로 이달 제기한 헌법소원 결과도 주목된다.

비슷한 논쟁은 국제사회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공무원노조와 관련해 지난해와 올해 국제노동기구(ILO)의 세 차례 긴급개입에도 노동부가 노조 아님 통보를 강행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비판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고 있는 국내법 조항은 한국 정부가 비준하지 않고 있는 ILO 협약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올해 6월 ILO 총회 기간에 한국 노동계와 만나 “2015년까지 모든 회원국이 8개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한다는 것이 ILO의 방침인 만큼 한국은 특별한 주목대상”이라고 말했다.

노동부가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한국 정부가 이미 비준한 111호 협약(차별철폐)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문제 삼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해직자들은 111호 협약에서 금지하고 있는 정치적 견해에 따른 해고자들이기 때문이다.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로 사회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은 이날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광역시·도별로 구성돼 있는 ‘전교조 탄압저지 대책위원회’를 기초자치단체까지 확대하고, 명칭을 ‘교사-공무원 노동기본권 대책위원회’로 바꿨다.

민주노총이 26일 서울역에서 개최하는 ‘박근혜 정권 규탄 결의대회’와 다음달 9~10일 전국노동자대회, 같은달 16일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 12월 진보진영이 주최하는 민중대회를 거치면서 정부규탄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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