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2009년 용산 철거민 진압을 지휘하다 6명의 사망자를 낸 인물이다. 게다가 공사 임원추천위원회 서류·면접에서 모두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전문성도 없고 성적도 꼴찌인 그가 공항공사 사장에 취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디까지나 대통령만 알 일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낙하산 논란은 국민은행 등 이미 금융권을 한차례 훑고 지나갔고 한국공항공사를 비롯해 한국농어촌공사·한국교직원공제회·한국거래소 등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경우도 있다. 노사갈등과 막말논란으로 코스콤 사장이 사의 표명을 한지 4개월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사표 수리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 사장의 특혜채용 의혹이 제기되는 등 기관운영이 엉망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 인사에 대한 원칙도 고민도 안 보이는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전 정권의 실정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였겠지만 결국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지.

대통령 의중에 따라 공공기관장 인선 좌지우지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

국가운영이든 조직운영이든 모든 게 시스템화 돼 있어야 잘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는 모든 시스템이 무너진 게 아닌가 싶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역대 어느 정권보다 더 원칙도 없고 룰도 없이 본인의 의중에 따라 공공기관장 인선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취임한 게 대표적이다. 용산참사 책임자라는 것도 문제지만 김석기씨가 정말 공항공사 사장직을 맡을 만한 전문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고 보는가.

이뿐만이 아니다. 연맹 산하 사업장인 코스콤의 경우 취임 이후 끊임없이 노사갈등을 일으키는 등 문제가 많았던 우주하 사장은 지난 6월 자신이 먼저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도 아직까지 사표수리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 고교동창생 자녀 특혜채용 등 우 사장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공공기관장은 기본적으로 임기를 보장받아야 하지만 문제가 확연히 드러난 기관장에 대해선 그에 합당한 인사조치가 이뤄지고 능력 있는 새 인물을 빨리 발굴해 공석기간을 줄여야 한다. 공공기관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인사가 시스템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낙하산 피해자는 국민 … 공운법부터 개정하라

박해철
공공노련
상임부위원장

낙하산 기관장의 대부분이 정권 창출 조력자들이기 때문에 보은인사에 화답하고자 정권 창출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이 비리에 자주 노출되고 제역할을 할 수 없게 되는 이유다.

또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까지 짧게는 1년에서 1년 반의 시간이 걸린다. 기관의 상황이 다 파악되면 임기가 끝나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다. 제대로 학습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기관장이 오면서 조직을 망가뜨린다. 정부정책에 무조건 순응하다보니까 부채가 늘어나고, 이것이 방만경영·비효율로 매도되면서 결국 기능조정이나 인적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낙하산 기관장은 임기 3년이면 끝이지만 그 피해는 30년을 기관에서 근무해야 할 종사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셈이다.

낙하산 기관장의 궁극적인 피해자는 국민이다. 낙하산에 의해 결국 국민이 누려야 할 사회공공서비스는 망가지기 때문이다. 낙하산 인선을 근절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부터 개정해야 한다. 공운법에 따라 기관장 후보자를 선정하는 임원추천위원회부터 기획재정부 장관이 선임한 위원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외풍'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공운법을 개정해야 낙하산을 근절할 수 있는 법적 안전장치가 확보된다.

보은인사 거두고 역량 갖춘 기관장에게 맡겨야

박용석
공공운수노조·연맹
공공기관사업본부장

공공기관은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위한 중요한 필수 자산이다. 지난 16일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항의 보안과 안전을 주목적으로 하는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되는 사람이라면 전문적인 식견과 그 목적에 맞게 운영할 수 있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과연 이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전체적으로 (낙하산으로) 자리 나눠먹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의 기관장과 감사들에 대한 임명절차 위반이기도 하다.

정권의 안배에 의한 낙하산 인사들은 임명권자의 의중에만 목을 매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임명권자의 입맛에 맞는 사업만 하는 경향이 있다. 수자원공사처럼 국민이 원하지 않는 사업을 떠맡는다든가 허준영 전 철도공사 사장처럼 공공적 가치를 외면하는 작업들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 감사 역시 낙하산 인사의 전형이다. 이들은 공공기관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고 노후안식처로 생각할 뿐이다. 보은인사를 거두지 않으면 기관장과 감사 등 낙하산 인사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결국 기관장 추천과 공모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역량이 있는 사람을 추천·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면 현재의 문제가 상당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

정권·관료 인사개입 차단막 두텁게 쳐야

허정용
금융노조
정책2본부장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 때마다 금융권은 그 한 가운데 서 있었다. 언제나 경제성장을 부르짖지만 정작 그럴 능력이 없는 정권과 관료들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핵심적 고리인 금융산업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부리려 든다.

민간 금융회사나 금융 공기업을 가리지 않고 금융권 전체가 퇴직 관료들의 놀이터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절실히 선행돼야 할 것은 공공부문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정권과 관료들이 인사에 관여할 수 없도록 차단막을 두텁게 쳐야 한다. 미흡하나마 제도는 이미 마련돼 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상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그것인데 문제는 이 제도의 형식만 따른다면 어떻게 인사를 하든지 상관없는 것처럼 여기는 인식과 현실이다. 노동계 인사를 위원으로 위촉해야 하는 공운위부터 법을 지키지 않고 있으니 임추위가 낙하산 인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면피용 제도로 전락한 것도 당연하다. 공운위부터 노동계 등의 이해 당사자들을 주축으로 꾸려 공공부문 낙하산부터 확실히 근절해야 한다. 그래야 관련 민간회사를 퇴직 후 소득원쯤으로 여기는 못된 행태도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공기업 사장 자리는 대통령 전리품 아니다

 박래군
용산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

대통령이 공기업 사장 자리를 전리품으로 보는 것 같다. 전문성이나 도덕성 없는 사람들까지 자신을 도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그러면 공기업의 전문성, 경영의 효율성 등을 기하기 상당히 어렵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인데 심각한 문제다. 세금을 탕진해도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낙하산 인사는 지난 정권에서 워낙 문제가 됐던 사안이고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후보 당시 자신은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결국 이런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기업의 후진성을 고착하는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현재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의 한국공항공사 사장 취임 반대 농성을 해제했지만 출근저지 캠페인 등 항의행동을 계속할 것이다. 참 화가 나는 상황이다. 이번 일은 유가족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다. 왜 하필이면 많은 사람 중 김석기씨를 택했을까. 더 우려되는 것은 이 사람은 한 번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죽었고 법원도 용산 철거민 진압이 무리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국민적 여론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책임을 말단에 떠넘기기만 했다. 공항공사 책임자로서 적합한지 의문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