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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노동자들의 ‘멋진 하루’는 어떻게?이주현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이주현 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

“택시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
“이렇게 혼자 있는 게 힘든 줄 몰랐어.”
“홍철이도 그랬어? 외롭고 고독해.”
“그리고 오줌을 쌀 수가 없네.”
“밥값이 비싸서 밥을 먹을 수가 없어.”

올해 초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멋진 하루’ 편에서는 멤버들이 택시기사가 돼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택시를 이용하는 고객들과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방영됐습니다. 기사식당 돼지불백 덤터기 씌우기 게임, ‘소가 된 듯 차에서 내려 차를 끌라’는 소지섭의 애드리브, 유재석을 알아보지 못하고 사회자가 돼 보라 권유한 어르신의 모습, 노타령 선생 노홍철의 ‘아녀 아녀유~’송의 매력에 웃음이 났습니다. 하지만 마냥 즐거운 TV 속 세상 보듯 웃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멤버들은 10시간의 택시운행을 마친 직후 위와 같은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우연치 않게 택시회사 사건을 많이 맡게 되면서 택시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동환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택시를 탈 때마다 어느 회사 차량인지, 현재까지 얼마를 운행했는지 택시 이곳저곳을 쳐다보며 택시업계의 문제점을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무한도전 ‘멋진 하루’ 편은 간접적으로나마 실제 택시노동자로서의 일상을 경험하게 해 줬습니다.

“아~ 손님 없다.” 방송 내내 멤버들은 사납금이 주는 압박감을 느끼며 손님 없음을 한탄하는 말을 가장 많이 했습니다. 손님이 없어 빈 차로 돌아다녀야 하는 멤버들의 모습, 택시 운행을 시작한 지 두 시간이 지나서야 첫 손님을 태우는 모습을 봤습니다.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대에 택시를 타려 하면서 ‘왜 이렇게 빈 택시가 없을까’ 불평했던 제 모습을 되돌아봤습니다.

사납금은 ‘택시 운행에 필요한 정비요금·보험료 등의 경비’를 말합니다. 12시간 기준으로 9만원가량 됩니다. 사실 우리 법은 사납금제도를 금지하고 있지만 택시업계에서는 관행이 돼 있습니다. 멤버 중 수입이 가장 적은 사람이 다른 전체 멤버들의 사납금을 한 번에 내는 것이 ‘멋진 하루’편의 미션이었습니다. 그런데 7명 중 1등을 차지한 멤버 박명수는 웃음을 포기하고 사납금을 채우는 일에만 집중했는데도 10시간 동안 8만9천800원을 버는 데 그쳤습니다. 2~4등을 한 멤버들은 5만원 정도밖에 못 벌었습니다.

“보통 하루 20시간은 일하고 2시간에 2만원도 못 벌어요.”
“한 시간에 평균 3천원에서 5천원 번다고. 손님이 없어.”
“연료 값도 안 나와.”
“하루 수입의 3분의 1이 가스 값이여. 그러니 젊은 사람들은 밤을 새서 24시간 일을 해.”
“손님은 없는데 그렇다고 갈 곳도 마땅치 않으니 같은 동네를 뱅글뱅글 몇 바퀴 돈다고.” 화장실에 가기 위해 주유소에 들른 멤버들에게 택시노동자들은 힘든 생활을 토로하기 바빴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으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시행된 이래 가장 많은 문제가 발생한 사업장 중 하나가 바로 택시 사업장이었습니다. 어김없이 회사노조가 생겨났고, 사측은 신생노조와 터무니없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 그 적용을 강요했습니다. 관련 법령 해석이 전무한 상황에서 택시 사업장 노조들은 법원을 통해 신생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 여전히 교섭권이 있음을 확인받는 어려운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측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가 하면 최저임금법 규제를 잠탈하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했습니다. 관련 법령이 택시사업자로 하여금 경감받은 부가가치세를 근로자들에게 환급해 줄 의무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환급하지 않는 회사의 부당함을 호소한 노조간부에게 해고처분을 하기도 했습니다.

무한도전은 “그들과 함께여서 ‘멋진 하루’였습니다”라는 자막으로 방송을 마무리했습니다. 멤버들이 시민을 만나 훈훈하고 정감 어린 하루를 보냈다는 의미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택시노동자들에게 ‘멋진 하루’는 가혹한 역설이었습니다. “전국 택시 25만5천대”, “하루 평균 이용자 1천300만명”. 가장 접하기 쉽지만 그래서 가장 간과하기 쉬운, 택시노동자들의 노동이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날이 올까요. 택시노동자들의 ‘멋진 하루’는 어떻게 가능할지 고민하게 만든 방송이었습니다.

이주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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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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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탑택시 2013-10-19 07:06:41

    불법도급 사납금이 존재함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무시하고 헌재판결 판사를 x로 보기에 성행 하며 관청은 관리 감독 공무집행을 포기하는 행위 http://j.mp/eErG7P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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