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수
공인노무사
민주노총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대상판결 / 대전고등법원 2011나5613 해고무효확인 등

해고의 경위

원고 엄○○, 박○○은 각각 2005년 5월25일 피고인 한국철도공사와 각각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는 계약직직원채용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의 전산정보사업단 고객정보부에 소속돼 근무했다. 2009년 4월 피고로부터 같은해 5월24일 근로계약관계를 종료한다는 통보를 받기까지 매년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3차례 갱신하면서 피고의 계약직 또는 전문직 직원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했다. 근로계약의 갱신에 있어서는 매년 갱신에 앞서 피고의 ‘계약직직원운영세칙’ 또는 ‘전문직직원운영세칙’에 근거해 원고들에 대한 근무실적평가가 이뤄졌으며, 그 결과는 계약의 연장 및 해지, 연봉액의 조정 등에 반영됐다.

한편 정부는 2008년 12월19일 ‘제4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피고는 이에 따라 2009년 4월23일 원고들에게 같은해 5월24일자로 근로계약이 종료됨을 통지하면서 근로계약의 추가갱신을 거절했다.

피고는 인사규정에 따라 계약직 직원의 채용, 복무 및 인사관리 등에 관해 2005년 1월26일 계약직직원운영세칙을 제정한 후, 2006년 12월29일 명칭을 전문직직원운영세칙으로 바꾸면서 개정했고, 2009년 5월29일 이를 다시 개정했다.<표 참조>

 


재판의 경과 및 주요 내용

2011년 9월7일 선고된 1심 판결에서는 이 사건 근로계약이 정한 근로계약기간이 형식에 불과해 원고들이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를 부정한 다음, 원고들에게 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① 원고들의 업무가 계절적·임시적 업무라고 볼 수 없는 점, 피고의 전문직직원운영세칙(운영세칙)에서 원고들과 같은 전문직원의 실적을 평가해 재계약의 요건과 기준을 정하고 있는 점 ② 2006년 12월29일 운영세칙을 개정하면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기간이 1년 단위로 계속 연장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을 마련하고 이러한 내용이 원고들의 3년차 재계약서에서도 반영됐던 점 ③ 2009년 5월26일 개정된 운영세칙은 2009년 5월1일 이후 신규 또는 계약의 갱신에 기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점 ④ 원고들이 채용된 이후 3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이 갱신됐고 근무평가에서도 만점에 가까운 높은 점수를 받았던 점 등을 이유로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봤다. 근로계약의 갱신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① 원고들이 담당하던 업무가 임시적인 업무라 할 수 없는 점 ② 원고들에 대한 갱신 거절 이후에도 피고의 다른 일반직 직원들이 원고들의 업무를 인계받아 처리하면서 원고들에게 세부적인 업무처리에 대한 조언을 얻어 업무를 처리했던 점 ③ 원고들이 단순히 정보화 시스템 구축 업무만을 위해 일시적으로 채용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갱신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다. 한편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청구에 대해서는 원고들이 갱신거절로 인해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피고의 수령지체로 인한 것이므로,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피고는 2011녀 10월11일 대전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했고, 2013년 6월4일 선고된 대상판결에서는 2009년 5월25일 원고들에 대한 각 근로계약 갱신거절이 각 무효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를 유지하면서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에 대해서는 1심 판결을 일부 취소하고 해고 기간 동안 원고들의 중간수입을 공제한 금액만을 인정했다.

피고는 이에 불복해 2013년 7월9일 대법원에 상고했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상판결의 쟁점 및 의의

대상판결의 여러 쟁점 중 기간제 근로계약에서의 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한지 여부, 근로계약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은 종래 우리 법원의 태도와 비교해 새로운 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대법 2006.2.24 선고 2005두5673 판결, 대법 2007.7.12 선고 2005두2247 판결, 대법 2005.9.9 선고 2005두6003 판결, 대법 2011.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대법 2011.7.28 선고 2009두2665 판결 등 참조)

대상판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최근 하급심 법원들이 ‘기간제법 시행(2007.7.1) 이후에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통한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때에는 해당 기간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되므로, 근로자에게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해 기간제법 시행이 근로자의 갱신기대권 형성을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입장과 관련돼 있다.(서울행법 2011.8.12 선고 2010구합30536 판결, 서울고법 2011.12.8 선고 2011누24554 판결, 서울행법 2012.12.4 선고 2012구합15708 판결 등)

대상판결에서 피고는 이 같은 최근 하급심 판결과 동일한 입장으로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기간제보호법 제4조 제1항 및 그 단서, 동조 제2항의 입법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 근로자 지위의 안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라는 목표를 조화롭게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 같은 취지에서 마련된 기간제보호법 시행 후 이를 배제 내지 제한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미 형성된 근로계약 갱신기대권과 무관하게 기간제 근로자를 최대 2년까지 더 사용할 수 있음을 보장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법원은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 체결돼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게 됨으로써 기간제 근로자가 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기간제보호법 시행을 전후해 근로자에게 이미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이는 근로계약 갱신의 정당한 기대권이 채용의 근거가 된 계약이나 취업규칙의 재계약 관련 규정에서 발생하는 권리이기에, 기간제보호법 제4조가 그와 같은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을 특별히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도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기간제 근로자 지위의 안정화에 주된 입법취지가 있는 점에 비춰 보면 기간제보호법의 시행을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오히려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의 법리를 제한해야 하는 불리한 사정으로 볼 수도 없다’고 해 이를 배척했다.(대전고법 2013.6.4 선고 2011나5613 판결)

대상판결의 입장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한국방송공사 계약직 사건(서울고법 2012.1.27 선고 2010나103071 판결)의 결론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데, 기간제보호법이 기간제 근로자 ‘보호’를 위해 제정된 법률임에도 오히려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을 제한하는 근거로 받아들이고 있는 최근 하급심 법원들의 입장에 일갈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대상판결의 입장이 부디 대법원에서도 유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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