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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쉬어 네덜란드노총 부위원장·프랑크 독일노총 중앙집행위원] "고용률 70% 목표는 좋지만 시간제 일자리는 해법 아니다"
▲ 정기훈 기자

“선진국에서는 자기 필요에 의해 하루 4~5시간 일해도 차별이라는 인식이 없다. 좋은 일자리와 관련해 큰 기업에 가거나 하루 종일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올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했던 말이다.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를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핵심 도구로 삼은 것은 시간제 일자리다. 고용률 70% 로드맵에 따르면 2017년까지 창출하겠다는 일자리 238만개 중 39%가 시간제 일자리다.

정부가 보기에 유럽은 시간제 일자리의 신세계다. 네덜란드는 2011년 현재 시간제 노동자 비중이 32.7%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6.5%)의 두 배를 넘는다. 유럽 경제의 심장인 독일도 22.1%나 된다. 특히 ‘상용직 시간제’ 비중이 높다는 네덜란드는 박근혜 정부가 모델로 삼는 나라다.

<매일노동뉴스>는 16일 한정애 민주당 의원과 민주노총이 개최하는 ‘시간제 노동 국제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카텔레네 파쉬어(Catelene Passchier) 네덜란드노총(FNV) 부위원장과 자흐 프랑크(Zach Frank) 독일노총(DGB) 중앙집행위원을 15일 오전 서울 마포가든호텔에서 만났다. 이들은 “노동시간단축이나 여성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만국 공통의 과제”라면서도 “한국 정부가 파트타임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은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네덜란드는 주 12시간 미만 초단시간 일자리가 35%에 달하고, 독일 역시 월 650유로(93만7천원) 미만의 '미니잡'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 유럽은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 자국의 시간제 일자리를 어떻게 평가하나.

자흐 프랑크(이하 프랑크) : 독일에서 파트타임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에는 미니잡으로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미니잡이든 아니든 파트타임은 불안정 노동이다. 사회보장도 적용되지 않고 임금도 생계를 유지하기에 불충분하다. 게다가 대부분 여성 일자리다. 주로 여성들이 미니잡으로 입직하는데 이들이 상용직이 될 기회는 없다. 세금도 안 내고, 의료보장도 받는 학생들이 (아르바이트처럼)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방식은 괜찮지만 문제는 학생이 아닌 일반인들이 미니잡에 채용돼 사회적으로 배제된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해고보호·노조가입·휴가 등 권리가 같지만 현실에서는 노조에 가입할 수도 없고, 이런 권리를 보장받지도 못한다.

카텔레네 파쉬어(이하 파쉬어) : 네덜란드는 독일과 차이가 있다. 한국도 이런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모든 직업에 전적으로 사회보험이 적용된다. 우리는 미니잡이 없다. 네덜란드에서는 단시간이라도 시간당 비용(인건비)이 같다. 기초연금도 노동시간과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동등하게 적용된다. 실업자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최소 생계는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이 서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단체협약에 따라 지급되는 2차 연금이 있다. 현재 노동자의 80% 정도가 단협의 적용을 받고 있다. 네덜란드는 20년 전인 1993년 노사정이 동등대우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법에 노동시간에 따른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것과 노동시간이 다르더라도 임금이나 연금의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전일제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도 규정에 넣었다. 시간제와 관련해서는 노조의 입장이 바뀌었다. 80년대에는 시간제가 불안정한 일자리라는 점에서 반대했다. 90년대 초에는 정부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요구하고, 노조도 대다수 여성이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고, 질 낮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현실을 감안, 파트타임 자체에 반대하기보다 더 좋은 파트타임 노동조건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법에 전일제와 시간제의 동등대우를 담고, 단협에 동등대우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철시켰다. 현재 파트타임의 65%는 정규직 계약을 맺은 파트타임이다. 주 20~35시간을 일한다. 비자발적 파트타임은 별로 없다. 그러나 비자발적 초단시간 일자리는 아직도 있다. 이런 나쁜 일자리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더욱 늘어난다. 여기에 단시간과 기간제·파견제가 결합한 일자리도 있다. 법에는 모든 노동자가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지만, 사용자들은 창조적으로 (나쁜) 고용계약을 개발해 냈다. 노조는 이런 형태의 탈법을 차단하기 위해 캠페인을 시작했다. 한국처럼 시간제 비정규직을 쓰는 사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면 불안정한 노동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럴 여지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

- 노동자가 원하면 시간제에서 전일제로 전환할 수 있나.

프랑크 : 법적으로는 시간제든, 전일제든 모두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파트타임 노동자의 22~25%는 불만이 있고, 풀타임으로 일하기를 원한다. 비자발적 파트타임이다. 이런 노동자가 200만명이다. 젊은 여성들은 승진과 숙련노동을 원하지만 풀타임으로 전환을 강제하는 근거가 없다. 몇몇 회사에서는 풀타임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단협을 체결한다. 일부 대기업으로 노조가 잘 조직되거나 가족친화적 회사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극히 소수다. 결국 불안정한 파트타임 일자리는 중소·영세 사업장과 노조 조직률이 낮은 곳에 집중된다.

파쉬어 : 앞에서 얘기했지만 93년 사회적 협약에서 파트타임과 풀타임 양자 전환이 가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중요한 것은 법으로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문화적인 요인이 있었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 뒤 법에 명문화한 것이다. 법에는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풀타임에서 파트타임 전환이 더 쉽고 그 반대는 여전히 어렵다. 노동자들은 ‘스몰잡’(주 12시간 미만 초단시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출산율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 시간제가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스웨덴에서는 일·가정 양립을 위해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등 다른 선택을 했다. 스웨덴은 출산율도 높고, 정규직도 많다. 네덜란드는 시설이 부족하고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노동시간 유연화를 택했다. 한국은 비용이 들지 않는 방식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질 낮은 파트타임을 확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일자리가 늘어도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선택이다. 좋지 않은 일자리는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지도 못한다.

- 시간제 노동자의 숙련이나 경력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

프랑크 : 87%의 미니잡 여성들은 고숙련 노동자다. 미니잡에서 일한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파쉬어 : 사람들이 너무 파트타임만 해법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네덜란드나 독일·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어떻게 가족친화적 일터를 만들었는지 생각해야 한다. 다양한 옵션을 모두 생각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를 위한 '노동시간 선택지'를 만들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20시간짜리 파트타임만 만들려고 한다. 너무 제한적이다.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하고, 숙련 노동자들의 숙련도를 유지하려는 사용자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면 사용자들도 동의할 것이다.

- 한국의 시간제 정책과 관련해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면.

파쉬어 : 네덜란드와 독일의 모델을 결합하면 괜찮은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는 질 좋은 파트타임을 어느 정도 보장하고 있고, 독일은 노동자가 선택적으로 노동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은 노조가 질 좋은 파트타임을 만들고, 동시에 노조 조직률을 제고하려고 접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의 미니잡 형태를 막을 수 있었다. 네덜란드에서도 불안정한 노동이 문제가 되고 있긴 하다. 독일과 비교하면 좋은 일자리는 매우 좋고, 나쁜 일자리는 매우 나빠 노동시장 내부격차가 크다. 그럼에도 네덜란드는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선택할 여지가 크다. 한국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여성 일자리가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정책적 옵션을 가져갈 수 있는지를 논의해야 한다. 파트타임만을 해법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프랑크 : 동의한다. 독일·네덜란드와 동아시아의 차이는 노사정 대화다. 네덜란드가 질 좋은 파트타임에 대한 협약을 이끌고, 독일이 내부유연성이라는 장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논의 과정에서 노조의 목소리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노조를 존중하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보장하는 것이 유럽 사회적 대화의 토대다. 노조가 협상을 통해 충분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아시아에서는 결정적인 논의를 할 때는 노조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게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할 때다.

한계희  gh1216@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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