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석
공인노무사
(대학노조)

전국대학노조와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은 노조와 사용자로서 학교법인에 소속된 사립대학에서 근무하는 조합원들의 임금 등 노동조건을 담은 단체협약을 맺고 있다. 단체협약에는 일반 사업장과 달리 사립대학에서만 볼 수 있는 조항이 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사학연금법)에서 정한 개인부담금(조합원 개인이 납부하는 일정 비율의 금액)과 관련한 조항이 그것이다.

사학연금법에 따르면 학교법인과 조합원 개인은 각각 같은 비율의 부담금을 사학연금공단에 납부하도록 돼 있다. 대학은 조합원 개인의 급여에서 개인부담금을 공제(징수)하고 학교법인은 그 금액에 학교법인이 부담할 금액(법인부담금)을 더해 공단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대학노조는 조합원들의 노동조건 또는 복지 향상을 위해 학교법인이 더 많은 부담을 하도록 단체협약으로 정하기도 한다. 물론 대학노조 조합원이 없는 대학들도 그렇게 하는 곳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공단에 납부할 법인부담금과 개인부담금 전체 금액의 일정 비율을 학교법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반 사업장에서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같은 사회보험의 개인부담금, 근로소득세와 같은 세금, 또는 일반 보험회사의 보험료 등을 사용자가 부담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동안 일반 사업장에서 그러한 사용자의 부담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돼 그 지급이 허용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다만 그것이 임금에 해당하는지 또는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정도가 논란이 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든 학교법인이 조합원 개인부담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하기로 단체협약에 정했다면 그만큼의 금액은 조합원들에게 지급돼야 할 임금 또는 복리후생비용에 해당한다. 그 금액은 세법에 따라 근로소득 또는 복리후생비용으로 회계처리되면 그만인 것이다.

한편 이 같은 내용의 단체협약이 강행법규에 위반하는 것도, 반사회질서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교육부가 법률자문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교육부는 법무법인 2곳과 정부법무공단, 교육부 소속 변호사를 통해 검토해 본 결과 단체협약에 따라 개인부담금이 개인에게 이미 지급됐고, 등록금이 포함된 교비회계라도 인건비 지출은 가능하므로 환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이 그러하다면 그 결론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 교육부는 일부의 비난에도 환수 등 조치에 소극적이었고, 이 같은 법률자문의 결론을 근거로 들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대통령의 한마디가 있자 교육부는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재정지원사업을 좌지우지할 권한을 남용해 학교법인에게 해당 금액 환수 조치를 강요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않거나 교육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정지원사업에서 배제하겠다는 말을 들은 학교법인은 교육부 눈치 보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교육부와 감사원까지 나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려고 하거나 전교조를 노조로 보지 않겠다고 하는 고용노동부의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일'을 거들고 있으니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실제 대학노조의 경우 최근 감사원 감사 이후 국공립대에 근무하는 대학노조 조합원(기성회계 직원)의 임금이 일방적으로 삭감되기도 했다.

가관인 것은 노동부의 태도다. 노동부는 감사원의 요구에 따른 사용자의 임금삭감이 임금체불에 해당한다고 하면서도, 사용자에게는 삭감조치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공문으로 전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다.

대통령이나 정부부처가 잘못을 바로잡는 일에 앞장선다면 칭찬받을 일이겠으나,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담은 단체협약을 사실상 파기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나, 노동 3권을 후퇴시키는 일을 하는 것은 잘못이다. 지금의 대통령이나 정부부처는 바라건대 제발 노사가 알아서 할 일은 노사에게, 노사관계는 시대의 흐름에 맡겨 두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