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잇단 정면대결 배경

노조의 파업현장에 잇따라 경찰이 투입되면서 그동안 다소간의 갈등 속에서도 노사정위원회 등을 통해 대화의 흐름을 유지해 왔던 노정관계가 극한 대립쪽으로 치닫고 있다.

당국의 이런 강경진압에 대해 노동계는 “노동문제를 공안논리와 경제논리로 취급하던 과거 역대정권의 작태가 국민의 정부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강경대처는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집단이기주의가 성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법질서를 엄정히 지키기 위한 조처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부터 시작됐다.

이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의 성과가 의료계의 집단폐업으로 상당부분 희석되고 더구나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에 정부가 일정부분 굴복한 것으로 비쳐지면서 위기대처 능력이 의심을 받는 상황에 이르자 현정부가 과거 권위주의정권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시각이다.

이와 함께 의료계 폐업으로 집단이기주의에 대한 국민적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이런 흐름을 타고 정부가 집단행동에 대한 강경대처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하고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주요 노동 현안에 대해 대통령 자문기구인 노사정위원회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정부의 노동정책은 곧 노사정위원회 합의사항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노사정의 대화와 타협을 중시했던 정부 노동정책 기조가 한순간에 바뀐 것이다.

정부는 정리해고, 부실기업의 해외매각 등은 모두 경제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정책임에도 노동계가 사사건건 발을 걸고 있다고 판단하고, 정책 방향이 옳은 이상 그대로 밀고 나가야 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방향이 설령 옳은 것이라 하더라도 노사관계는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라는 게 노사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조도 파업농성 과정에서 사용자 대표 감금(국민의료보험공단 노조)과 같은 행위를 자제했어야 마땅하지만 정부 역시 경제위기 이후 급속히 증가하고있는 비정규직 문제나, 고용불안 등 노사관계의 현안 본질 문제를 노사정간의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을 앞세웠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6일 전국 단위노조 간부·대의원과 파업 사업장 노동자들의 전면적인 상경투쟁과 7일 전국 14개 지역 동시다발 대정부 규탄집회를 포함해 3일부터 매일 집회를 열어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이와 함께 국내 시민운동 세력이나 국제 노동·시민운동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반인권·반노동자적인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반대 운동'을 광범하게 벌여나가겠다고 밝히는 등 대통령을 겨냥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민주노총으로서는 이번 싸움이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일대 전환점이 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번 싸움에서 신자유주의와 노동시장 유연화, 노동자 희생을 바탕으로 한 구조조정 등 그동안의 `보수적인' 노동정책이 유지될 것인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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