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좋은 일자리의 날(the World Day for Decent Work)’이다. 2008년부터 국제노총(ITUC)이 매년 10월7일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정책목표인 좋은 일자리는 그 중심 가치를 노동기본권의 실현에 둔다. 구체적으로 △결사의 자유 △단체교섭권의 보장 △강제노동의 철폐 △아동노동의 폐지 △동일노동 동일임금 △각종 차별 금지는 노동권의 바탕을 이룬다. 여기에 남녀평등과 양질의 공공서비스, 안전하고 건강한 사업장이 포함된다. 무엇보다 사회정의와 사람을 앞세우는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을 지향한다. 좋은 일자리의 날에 발맞춰 국제노조들도 여러 가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국제제조업노조연맹인 인더스트리올이 진행하는 '불안정노동을 멈춰라(Stop Precarious Work)'가 대표적이다. 인더스트리올은 좋은 일자리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세계적으로 나날이 확산되고 있는 불안정노동, 즉 비정규직 일자리를 지목하고, 그 확대를 저지하고 규제하며 철폐를 요구하는 활동을 펼쳐 왔다.

불안정노동을 멈춰라(Stop Precarious Work)

국제노동계에서 비정규 노동이라는 말은 영어로 'precarious work'로 통일되는 듯하다. 우리말로는 '불안정노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더스트리올도 10월7일을 '불안정노동 중단의 날'로 선포하고 지난해 출범 이래 140개 나라 5천만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캠페인의 목표는 “불안정노동의 광범위한 확산을 중단시키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동일임금 동일조건을 실현하며, 간접고용이 아닌 직접고용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더스트리올의 국가별·지역별·기업별 활동의 중심에 비정규 노동 문제를 놓고, 각종 사업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UN·ILO와 OECD, 그리고 세계은행이나 IMF 같은 국제금융기관에 압력을 가하는 한편, 국제노조가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체결하는 국제기본협약에서 사용자로부터 “정규직 무기한 직접고용을 촉진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끌어낸다. 비정규직 고용과 불안정노동의 세계적 확산을 다국적기업이 주도하는 현실을 고려해 정규직 고용을 거부하는 정책을 가진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세계적 투쟁을 주도하기도 한다.

인더스트리올을 비롯한 국제노조들은 2010년 6월 ‘비정규 노동에 관한 국제노조의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원칙은 “고용의 기본 형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직접고용 정규직이어야 하며, 임시파견 노동의 사용은 정당한 필요가 있는 경우로 제한하되, 특히 파견노동 사용의 사유와 기간은 엄격한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더스트리올은 10월4일과 5일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비정규직 워크숍을 열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8개 나라 노조대표가 참가해 비정규 고용과 불안정노동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섬유·봉제·신발 산업이 주력인 캄보디아에서는 단기계약 문제가 심각했다. 2개월·3개월·6개월짜리 고용이 널리 퍼져 있다. 임금이 낮고 노동조건이 나쁘다 보니, 노동자들도 한 공장에서 오래 일하기보다 사정이 나은 데로 옮기고 싶어 한다. 높은 이직률은 노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기업별노조체제인 데다 복수노조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정규 노동 문제의 개선은커녕 노조의 성과 있는 활동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전체 노동력의 30% 이상이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직접고용으로 5년에서 많게는 10년 계약으로 일한다. 90년대 초 농업에 허용되기 시작한 외국인 노동자 사용은 이제 모든 산업에 허용되고 있다.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과 낮은 임금, 그리고 열악한 노동조건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현실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너무 커서 내국인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이 전체적으로 하락하고,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노조에 가입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찾아볼 수 없다. 노조 가입시 사용자가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고용계약을 종료시키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와 비정규 노동 문제는 '동전의 양면'

태국에서는 파견노동자에 대한 노동부의 행정해석이 문제가 되고 있다. 파견업체는 ‘서비스산업’으로 분류되고, 따라서 파견노동자는 제조업 현장에서 일하더라도 제조업노동자가 아니라 서비스노동자이기 때문에 제조업노동자들로 구성된 된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법원에 소송을 걸어 개선을 요구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있지만, 정부가 이런저런 이유로 비정규 노동자의 조직화를 가로막는 현실의 벽이 무척 높아 보였다.

국제노동운동은 비정규 노동 문제를 노동운동의 미래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 좋은 일자리의 미래가 비정규 노동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노총의 ‘좋은 일자리의 날’과 인더스트리올의 ‘불안정노동 중단의 날’은 좋은 일자리와 비정규직 문제가 동전의 양면임을 또 한 번 일깨워 준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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