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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다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근로기준법 제2조는 "임금은 근로의 대가"라고 명시하고 있다. 한 노동자가 제공하는 노동력의 가치에 따라 생산성 등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임금이 다르게 결정된다. 그리고 그 노동력의 가치는 한 개인에게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직종과 산업에 따라 달라지고 교육훈련 등의 방법으로 증가될 수 있다. 따라서 한 직종의 숙련도라는 개념은 나이가 들수록 노동력의 가치와 임금을 증가시키기 위해 중요한 기준이 된다.

몇 주 전 한 강의에서 독일의 노조 이야기를 듣다가 서비스업에서도 숙련도라는 개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단순 고객 응대 업무를 하다가 경력이 쌓이면 서비스에 대한 총괄적인 교육을 받고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우리 사회에서도 서비스업에 숙련도라는 개념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특히 '청년들에게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 책정되고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특성화고에 다니는 청소년이 커피전문점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기보다 1개월 늦게 들어온 일반고 청소년은 자신보다 시급을 100원이나 더 받으면서 일을 한다고 했다. 특성화고에 다니는 청소년이 매장 관리인에게 왜 시급이 차이가 나는지 물었더니 “그 알바생은 일반고 다니니까”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한 시간에 뽑아내는 에스프레소의 양도, 테이블을 닦거나 설거지를 하는 수도 더 많은 특성화고 청소년에게 임금은 학력에 따른 격차였다.

온라인 아르바이트 구인공고를 보면 ‘외모 준수 우대’를 내걸고 있는 업체가 많다. 소위 ‘호감형 얼굴’이 아니면 주방으로 내쫓기기 십상이고, 홀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임금의 격차가 나는 경우가 있다. 고객을 응대하는 일이니 불쾌감을 주면 안 되지 않겠냐는 사장의 말에 임금은 더 이상 노동력을 제공하고 받는 대가가 아니라 사람의 외모에 대한 대가가 돼 버린다.

한 커피전문점에서 3년 넘게 일해서 직영점 점장이 된 청년은 본사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지만 더 이상 근무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150만원을 가까스로 넘는 월급은 아르바이트생보다 나은 임금이 아니었다. 아르바이트생보다 과도한 노동시간 때문에 시급으로 계산하면 최저임금 수준도 안 될지 몰라 차마 계산해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3년간 일했지만 이 정도 임금 수준의 직장은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매장정리부터 바리스타 자격증, 매장결산과 재고관리 능력은 청년에게 임금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3년간 청년이 쌓은 경험과 능력은 사회에서 노동력의 대가인 임금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청년들에게 임금은 더 이상 노동력의 대가가 아니다.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처럼, 고졸과 대졸의 임금격차가 여전한 것처럼, 호감형 얼굴과 비호감형 얼굴의 임금격차 또한 존재한다. 노동을 통해 숙련도를 높이고, 자신의 노동력 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외모를 가꾸고, 보이는 스펙을 쌓는 것이 청년들에게는 더 높은 임금을 보장하는 사회가 돼 버린 것이다.

햄버거를 파는데 햄버거 아르바이트 경력보다 대학을 다니는지 아닌지를 물어보는 사회에서 청년에게 중요한 것은 노동력이 아니라 스펙이다. 영어 한 줄 쓰지 않는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밤새 영어공부를 하는 이상한 풍경은 너무 반복되다 못해 익숙하다. 그래서 당연히 그래야 하고, 그게 맞다고 생각하게 돼 버렸다.

앞서 말한 강의에서 강사는 마지막 즈음에 “노동자는 항상 스스로가 대체 불가능한 숙련도를 키워 자본가와의 협상에서 우위에 서고 싶어 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서비스 영역에서 일을 하는 청년들에게 숙련도라는 것은 멀고 먼 이야기다. 청년들에게 임금은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받는 보상이 아니라 학력과 외모·연줄과 같은 사회적 잣대와 같은 이름이다. 능력 있는 청년이 없다고 툴툴거리는 기업과 일할 수 있는 곳이 없는 현실에 좌절하는 청년들 간의 괴리 속에서 우리 사회는 노동력과 임금, 그리고 물질적 가치에 대해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yangsou20@hanmail.net)

양호경  yangsou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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